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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7070님의 서재
  • 아가씨와 밤
  • 기욤 뮈소
  • 16,650원 (10%920)
  • 2025-05-29
  • : 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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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와 밤. 기욤 뮈소 장편소설/양영란 옮김. 밝은세상. 2025.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무엇이 있는 걸까, 생각해봤다. 단연, '사랑'이었다. 사랑이 어떤 모습으로,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가의 차이만 있을 뿐, 이들이 간직하고 또 말하고 싶었던 것, 그리고 간절하게 지키고 싶었던 것은 모두 다, 사랑이었다.
사랑을 무엇이라고 하면 좋을까. 어떤 모습이나 형태를 누구나 머릿속으로 비슷하게 떠올리기 어려운, 추상적인 대상이어서 딱 하나로 정의내릴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거꾸로, 어떤 것으로도 정의 가능한 것이 또한 사랑이다. 그러면서도 이 세상의 수많은 가치들 중 다른 가치 모두를 이길 수 있을 만큼의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이 사랑. 그러니, 고리타분한 표현일 수도 있지만 결국, 사랑이 죄인 거다. 사랑이 아니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연쇄작용으로 일어난 것이고, 그 안에는 지금까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생전에는 확인할 수 없었던 사랑이 있었던 것이다.
이 엄청난 사랑의 향연 속에 너무 많은 죽음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사실들이 매우 오랜 시간 잘 감춰져 있다가, 우연한 계기로 혹은 의도된 계획과 전개에 의해 하나씩 밝혀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죽음의 사건들을 겪지 않았다면 평생의 비밀이 되어 아무도 모르고 지나갈 수 있었던 사랑이 있었다. 바로, 안나벨과 프란시스의 사랑, 그리고 이들이 목숨을 걸고라도 마지막까지 보호하고 지키고 싶었던 토마를 향한 사랑. 그리고, 리샤르의 토마에 대한 사랑까지.
솔직히 리샤르의 토마에 대한 마음이 어떤 것일까 궁금하다. 어떤 마음으로 토마를 위해 자신을 던질 수 있었을지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들의 사랑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도 한다. 어떤 충동과 판단이 어떤 행동과 사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는지도 이해해볼 수 있다. 하지만 제일 궁금한 마음이 리샤르다. 평생을, 아내와 아내의 연인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아이가 아닌 토마를 바라보면서 어떤 사랑이 생겼을지 말이다.

이제, 우리 가족의 운명은 당신 손에 달려 있어. 당신이 토마를 보호하고 구해줄 수 있는 힘과 용기를 가진 마지막 생존자니까.(367쪽)

안나벨이 남긴 마지막 문자메시지에 고민 없이 달려가는 그 마음이 애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마저도 모두 다 리샤르의 품고 있던 사랑의 모습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들에서 사랑을 깨닫고 느낄 수 있었던 인물로 토마 외에 한 사람을 더 들라고 한다면 단연, 리샤르라고 할 것 같다.

소설의 시작은 빙카의 이야기였고, 빙카에 대한 사랑이 결국 이런 비극적인 결말을 맞을 수밖에 없었구나 하는 마음으로 소설을 읽어 나갔지만, 이 소설의 사랑의 주인공은 빙카가 아니었다. 빙카는 어쩌면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을 것 같다. 오히려 그에게만 향하고 있던 토마나 알렉시의 서로 다른 모습의 사랑이 더 강렬했다. 더 솔직하고 순수했던 쪽이 토마, 이기적이고 욕심 가득했던 쪽이 알렉시. 이 둘의 사랑이 오랜 시간을 거쳐 이어지면서 이 모든 사건의 전말을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의 지점에서 더 큰 사랑을 알게 된 것이고.

내 부모와 프란시스 아저씨가 살아온 여정은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주었다. 세 분의 인생은 고통과 환희, 모순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그들은 때로 용기를 내 희생을 택했다. 그들은 살고, 사랑하고, 사람을 죽였다. 그들은 이따금 정념 때문에 이성을 잃기도 했지만 그런 순간마저도 나름 최선을 다했다.(...) 그들의 인생을 따라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내가 물려받은 유산을 지키고, 교훈을 오래오래 간직할 결심이었다.(...) 삶은 불확실성이 관장하는 영역이고, 인간의 마음은 바람 부는 날 갈대처럼 이리저리 흔들리게 마련이니까. 우리는 그저 창조주의 섭리에 따라 모든 일들이 결국 제자리를 찾아가기를 바라면서 세상의 온갖 혼돈을 잘 견디고 있는 척하는 것 말고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까.(397쪽)

결과적으로 잘못에 대한 죄값을 치르고 있는 사람은 리샤르를 제외하면 없다. 죽음이 죄값의 대신이라면 목숨을 잃은 사람은 있으나, 정작 토마와 막심, 파니는 조용한 일상을 지나고 있을 뿐이다. 어찌보면 정의가 살아있지 않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아직 이들에게 주어진 숙제는 남아있을 테니, '척하는 선택'을 한 이들의 삶을 계속 지켜보고 싶어진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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