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살아있을 수 있도록 숨 불어넣어주기...
nan7070 2025/06/01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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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오지 않았다
- 이경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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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 - 2025-05-18
: 270
#그는오지않았다 #이경혜 #광주연작 #바람의아이들 #서평단 #서평 #책추천
그는 오지 않았다. 이경혜. 바람의 아이들. 2025.
_광주 연작 2
책을 한참 가지고만 있었다.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쉽게 열어 읽지 못했다.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 지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이미 '광주 연작'이라고 했을 때부터, 그리고 제목인 <그는 오지 않았다>를 되내면서 쉽게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더 솔직히는 두려웠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여전히 나는 비겁하고, 선뜻 읽어내려는 마음을 먹지 못하는 한심함을 갖고 있었다. 직시하고 대면할 용기를 내기 위해 아직도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 속상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쉽게 광주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다른 소설들처럼 가볍게 읽고 넘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는 안 되고 또 그럴 수도 없지만 말이다. 내가 뜸을 들이고 쉽게 책장을 넘기지 못하는 그 시간만큼, 주저하고 조심하려는 마음만큼, 광주를 생각하는 마음을 정돈하고 싶었던 것도 있다. 진실 앞에 고개 돌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알아나가는 것만이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일이 역사 속으로 묻히지 않을 수 있도록 거듭 읽고 말하며 기억하고 알리는 것에 게으르지 않도록 스스로를 단속해야하는 것이다.
박인배인 인호. 어떤 마음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단단한 마음이 느껴졌다. 이 글을 읽으려던 나는 비겁했지만, 그는 그 삶 안에서 한 순간도 비겁하지 않았다. 매 순간의 마음에 최선을 다했고, 그 마음을 향한 행동에 주저함이 없었다. 그가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 진심이었고, 그 마음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했을 뿐인 것이다. 열심히 제 마음껏의 삶을 살아내고 있었을 뿐이고 그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고, 그 결과가 죽음이 되어서는 안 되었던 것이다.
"약속한 거여! 그날 두 시꺼정 여기로 오랑께요. 오전 근무라 두 시면 될 건디 혹시 쪼끔 늦어질지도 모른다요. 배달 나가면 늦는 수도 있응께. 그래도 꼭 기다리고 있어야 혀요. 꼭 올 거니께. 나가 약속은 절대 안 어긴당께! 절대로!"(60쪽)
인호의 삶에서 유일하게 약속을 어기게 된 마지막 약속이지 않을까. 약속을 꼭 지키고 싶었을 그 마음이 느껴져 더 가슴이 아픈 부분이었다. 약속을 하는 인호와 순미를 보며 이토록 슬프고 속상할 수 있을까.
인호의 머릿속으로 언젠가 그랬듯이 한 번도 보지 못한 그의 아내와 아들이 떠올랐다. 다가가 그들을 안으며 활짝 웃는 홍장인의 모습도 생생하게 그려졌다. 그는 지금 그들에게로 가고 있었다. 그는 그들에게로 반드시 돌아가야 할 사람이었다.(93-4쪽)
홍장인 역시 그랬던 것이다. 반드시 돌아가야 할 사람, 돌아가겠다고 약속한 사람,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 약속을 지키려 했던 사람. 어쩌면 그런 홍장인의 마음을 알았기에 인호는 달려갈 수밖에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마음을 지켜주기만 위해,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그렇게 지켜내는 약속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본인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1980년 5월 18일. '5.18광주민주화운동'. 45년이나 지났지만, '광주가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이라며 시간과 공간을 건너 계속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현재형'이라고 말한 한강 작가의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아직도 광주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오래 끝나지 않는 이야기로 우리의 삶과 함께 숨쉬며 살아있을 것이다. 그리고 계속 살아있을 수 있도록 숨을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지금 우리가 해야할 것이다. 소홀하지 않게 멈추지 말아야 할 우리의 숙제일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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