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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7070님의 서재
  • 고백해도 되는 타이밍
  • 황영미
  • 12,600원 (10%700)
  • 2025-05-29
  • : 13,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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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해도 되는 타이밍. 황영미 장편소설. 우리학교. 2025.

표지에 저 세 아이가 그려져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리고 저 아이들을 품고 있는 싱그러운 풍경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과연 이 아이들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그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어느 만큼 또 성장할 수 있었을까 기대가 됐다. 교복을 입고 있는 아이들의 저 발랄하고 생기있는 에너지가 예뻤고, 이런 아름다움이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다 읽은 입장에서, 이 아이들은 역시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고, 싱그런 시기를 지나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지민이뿐만 아니라 태오도 현서도 이 아이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들 속에서 자라고 있있고, 예승이와 루리, 그리고 도하도 지금의 이 시간들을 잘 통과해 나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왜? 내 뒷담화 신나게 하고 다녀서 찔려서 그래? 야, 윤도하! 네가 나한테 잘못한 게 있으면 사과부터 해. 그게 순서야. 악감정이 있네 마네 묻는 건 나중이라고."(...)
"미안!"
천지가 개벽할 노릇이다.(206쪽)

작가의 생각이 맞다. 이렇게 천지가 개벽할 정도니까. 진짜, 아이들은 다 예쁘다. 물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예쁜 건 사실이다.

2019년 이후 작가와의 만남 자리에서 수많은 청소년을 만났다. 그중에 대중문화와 미디어에서 소비되는 이미지를 가진 아이는 한 명도 없어서 신기했다. 아이들이 참 예쁘다는 소리를 많이 하고 다녔는데, 중학교 교사인 친구는 내가 예쁜 아이들을 만나서 그렇단다.(222쪽_'작가의 말' 중)

꼭 예쁜 아이들만 만나지 않아도 그 아이들이 어떤 예쁜 모습을 갖고 있는지를 봐줄 줄 안다면, 그 아이들은 아이들대로의 예쁜 구석을 지니고 있다. 그걸 어떤 식으로 보여주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 이 소설에 등장하는 아이들이, 한결같이 예쁜 것이다.

물론 아이들은 이 시기를 어렵게 지나고 있다. 다양한 고민과 갈등, 슬픔과 괴로움, 그리고 기대와 떨림 등을 경험하며 청소년 시기를 지나게 된다. 그 많은 감정들이 어떤 식으로 자신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좌우하게 되는지 스스로 생각할 새도 없이 겪게 된다. 아주 잠깐 사이에도 마음이 쉽게 바뀌고 친구 관계도 달라지게 된다. 그리고 이런 일들을 겪으며 조금씩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생각이 정리된다.

따져 봐야 소용없다. 세상 모든 사람의 입을 다 틀어막을 수도 없고, 나에 대해 좋게 평가하는 사람만 있을 거라는 기대도 접어야 한다. 게다가 예승이가 뭐라고. 그 아이는 내 인생에서 중요한 인물이 아니다.(75쪽)

지민이가 그새 많이 컸구나, 싶은 부분이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고립되어 따로 떨어졌다고 느끼며 힘든 시간을 지나오면서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루리에게 먼저 말을 걸고 손을 내밀 줄 알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 시간들이 다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이전보다 훨씬 단단해지고 있다는 느낌. 쉽게 마음이 흔들리거나 상처받지 않고 자신의 아픔을 잘 회복해낼 줄 아는 힘이 생겼구나 싶었다. 그리고 이런 힘은 지민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서도 조금씩 발견됐다. 다음 학년도 같은 방이면 좋겠다는 루리, 학생회장에 당선된 현서, 뜬금없기는 하지만 미안하다고 사과할 줄 알게 된 도하, 폭력 사안 이후 차분해진 예승이, 그리고 용기 있게 미국행을 선택해 새로운 환경으로의 도전을 시작한 태오까지.
처음의 지민이었다면 선뜻 고백할 마음을 먹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것에도 서툴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지민이는 한층 단단해졌기 때문에 건강한 고백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난 네가 좋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말이 툭 튀어나왔다.(...)
"그냥 좋아. 그런데 좋아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고백하고 사귀는 건가? 그런데 내가 아닐까 봐 고백 못 했던 건 아니야. 차이는 건 상관없는데...... 그냥, 너를 좋아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 그런데 말한다고 뭐 달라지나? 에이, 너 곧 미국 가는데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201쪽)

이런 모습이 참 사랑스럽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할 수 있는 것, 그런 솔직함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줄 아는 것. 그런 면에서 태오는 아직 조심스러운 면이 남아 있는 것 같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이 아이들이 조금 더 크고 성장한 후에, 자연스레 스스로 이 감정에 대한 답을 찾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아이들은 언제라도 표지 그림처럼 밝고 맑은 웃음으로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급하거나 답답하지 않다. 오히려 안심이 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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