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에 깃든 이야기...
nan7070 2025/04/23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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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 - 2025-04-15
: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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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재밌다. 무척 재밌다. 하나 하나의 이야기가 넘어갈 때마다, 그 다음이 궁금해 마음이 급해졌다. 깔깔거리며 웃는 그런 재미가 아니라, 슬그머니 파고드는 은근한 재미가 있었다. 유쾌하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속 시원하기도 해지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어느 지점을 겨냥한 이야기인지 그 방향을 찾아 따라가다보면 만나게 되는 답들이, 무척 흥미로웠다. 뒤로 갈수록 읽을 수 있는 책장이 줄어드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이야기가 무척 촘촘하게 짜여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투루 앞과 뒤를 맞춰놓은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이야기의 구조 속에서 각 인물들의 말과 행동이 맞아 떨어져나간다는 느낌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만났을 때 독자는 기분이 좋아진다. 쿵짝이 맞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각 인물들 간의 관계가 얽혀들면 들수록, 이야기가 절정으로 가면 갈수록 오히려 불안감은 줄어들고 기대감이 더 커졌다. 그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풀려나갈지에 대한 궁금증과 흥미가 커지면서,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그리고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권선징악이었다. 뿌린 대로 거두는 법, 어떤 마음으로 살았느냐가 결국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자신의 잘못은 반드시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다는 것을 이 소설에서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다른 사람에게 해를 가하고 그럼에도 악행을 저질렀다는 인식조차 없는 이들에 대한 징악이 이 소설에서 보였다. 우리 고전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제의식을 현대적 감각으로 다시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통쾌함이 느껴졌던 이유. 분명 잘못하고 있다는 걸 알지만 어떤 방법으로 그들의 잘못을 알려줄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게 해줄 수 있을까, 억울하고 속상하고 화가 나기도 하는데, 그런 모든 것을 한순간에 풀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니까. 이것이 이 소설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이었다.
물건에는 그 물건을 사용했던 사람의 기운이 깃든다고 생각한다. 특히 오래될수록 더욱 간절하게 그 기운이 남게 되는 건 당연할 것이다. 누군가가 소중하게 사용하고 간직했던 물건, 그리고 그런 물건을 통해 많은 시간과 기억이 쌓이게 된다면, 그런 물건을 통해 말하고 싶은 혹은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가 담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어야 할 듯. 호미가 그런 역할을 해 주고 있는 것이다. 청소라고 하지만 정화의 느낌이었다.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것. 우리가 한바탕 울어 눈물을 흘린 후 속이 시원해지는 감정 정화가 이루어지는 것처럼, 물건에 깃든 이야기를 풀어내고 정화하여 청소가 이루어지고 나면 여러 가지 이유로 힘들고 아팠던 감정들이 말끔해질 수 있는 것. 그리고 그런 감정이 다른 누군가를 향해 또다시 악한 기운을 만들어내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이것이 호미가 하고 있는 중요한 역할이었다.
호미의 역할이 신의 영역 안에 들어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극히 인간의 영역 안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영험하다고 하는 물건을 통해 벌을 주려는 것이라고 보단 그 물건을 통해 사람들에게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인가를 보여주기만 할 뿐이라는 것. 가만히 보면 이유요가 하고 있는 것은 그저, 그 물건들이 다니는 길을 따라 가만히 지켜보며 그 물건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달만 해주고 있을 뿐이다. 그 이상을 관여하지도 또 직접 힘을 행하지도 않는다. 가만히 이야기를 전해주며 또 그 사람과 물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일. 어쩌면 들어줄 수 있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이 호랑골동품점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호랑골동품점이 보여도 들어가보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각 물건들 하나하나에 깃든 이야기를 내가 다 감당할 자신이 없다. 호미이기 때문에 이 모든 이야기를 다 품고 지낼 수 있는 것일 듯.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무수히 많은 물건들이 나에게도 있다. 그리고 그 물건 하나하나를 주의깊게 들여다보며 생각한다. 이 각 물건들에도 혹시 나의 이야기가 담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 물건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이 물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또 보듬어주어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 물건들에 담길 나의 이야기가 무엇이 될 지는 나에게 달려 있다. 그러니 나 또한 나의 마음과 행실을 바르게 해야겠다. 앞으로 어떤 물건이 또 나에게 오게 될 지도 모를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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