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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7070님의 서재
  • 두 번째 원고 2025
  • 이준아 외
  • 12,600원 (10%700)
  • 2025-03-28
  • : 2,240
#두번째원고2025 #이준아 #김슬기 #임희강 #권희진 #김영은 #사계절출판사 #서평단 #서평 #책추천

다섯 편의 소설을 읽으며 무슨 생각이 들었다고 하면 좋을까, 책을 덮고 한참 생각해봤다. 그리고나서 내린 결론. '애썼다.' 물론 이런 소설을 써 낸 것에 대한 소설가들을 두고 하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이 소설들 속의 인물들을 들여다보며 든 생각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또 '애써야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이들의 삶이나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여전히 애써나가야 하는 길 한가운데에 우뚝 서 있는 듯한 느낌으로 지금을 살고 있겠지, 싶었다. 그렇다고 내가 이런 애쓰는 삶을 다 알아낸 것도 아니면서, 마치 인생 다 살아온 사람처럼, 이런 생각을 내내 되짚고 있었다.

핸들을 넘겨받기 위해 손을 뻗는데 그가 난데없이 포효하듯 외쳤다. 아 씨, 저 바퀴 새끼가!(36쪽)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무언가를 향한 절규로 읽혔던 건, 나의 착각일까. 어쩔 수 없다는 절절함으로 늘 그런 상황에 지고 살았을 테지만, 그동안의 눌려있던 감정을 이 순간 한꺼번에 겉으로 표현해낸 것처럼 보였다. 다급하고 초조하고 또 앞뒤 가릴 수 없는 급박한 상황에서 튀어나오는 진실. 진심의 감정. 그동안은 늘 죄인이었고 늘 세상과의 싸움에서 지는 사람이었을 거지만,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이겨야겠다고 이를 악 물고 달려드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일순간 그동안의 감정이 한방에 터져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한편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이건 창수만의 성공 스토리였고, 주변인들에 대한 헌사였다. 길어지는 말에 만복이 몇 번 끼어들었지만, 창수는 물러서지 않고 집요하게 하던 말을 이었다.
저희도 말씀드리고 싶어서요.(95쪽)

만복의 히스토리를 왜 가만히 듣고만 있을까 의문이었다. 굳이 이런 이야기를 풀어내는 만복을 보며 화가 치밀었다. 결국은 또 이런 결론인가. 누가 남고 누가 나가는가는 왜 이토록 변함이 없을까. 결국 남는 쪽은 더 많은 것을 가진 쪽, 나가는 쪽은 덜 가진 쪽. 왜 이 세상은 이토록 늘 불공평함이 변하지 않는 것일까. 그 와중에 만복이 사연은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다. 만약 막말을 한다면, 그래서 어쩌라고, 정도의 요즘 아이들의 말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때 창수가 꺼낸 부부의 스토리는 그런 만복 형제에게 한방 먹인 것 같은, 어떤 면에서는 통쾌함까지 주었다.

과거니 미래니 하는 것들은 너무 이상해. 난 그냥 하루씩만 살아가는 건데. 딱 하루만큼만.(140쪽)
하루가 너무 길어...... 너무나 길고 긴 하루야......(145쪽)

그냥 딱, 하루만큼만의 삶. 그런 삶을 매일 딱 하루씩 살아가려는 것. 그런 마음으로 하루를 버텨왔겠지 싶었다. 그리고 그런 하루를 살아내기가 얼마나 쉽지 않은지, 그 하루만큼 알 수 있게 되겠지. 그러니 이 하루가 얼마나 힘겹고 멀게만 느껴졌을까. 바로 코앞에 있으면서도 가까워지지 않는 듯한 느낌의 하루를 살아내는 하루의 삶이, 짠하게 느껴졌다.

우린 다 괜찮을까? 찬영이 바다 쪽으로 시선을 둔 채로 중얼거렸다. 그럼, 당연하지.(...) 괜찮아, 괜찮을 거야.(125쪽)

이렇게 속삭여주고 싶다. 이들 모두에게, 영향력 제로의 말일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나도 모르는 사이 혼자라도 중얼거릴 수 있도록, '괜찮다'고. 그렇게 중얼거리는 말만으로도 내일의 또 하루를 살아낼 수 있도록.

애썼다.
괜찮다.

*본 리뷰는 사계절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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