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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7070님의 서재
  • 식물학자의 숲속 일기
  • 신혜우
  • 16,200원 (10%900)
  • 2025-04-01
  • : 8,720
#식물학자의숲속일기 #신혜우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0기 #서평단 #서평 #책추천

식물이 한창 빠져 있을 때가 있었다. 봄만 되면 화원에 매주 찾아가 우리 집으로 데려올 아이들을 고르느라 어려움을 겪었다. 데려오고 싶은 아이들은 무척 많았고, 하지만 그 많은 아이들을 모두 데려올 수 없는 현실은 안타까웠고. 그러다 저자의 책 <이웃집 식물상담소>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이제 더 이상 식물들을 화분에 키우며 괴롭히지 않겠다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아이들은 어쩔 수 없지만, 더 이상 식물을 좁은 화분에 가두어 성장을 제한하지 않겠다고. 그런 마음을 먹게 만들어 주었던 저자를 <식물학자의 숲속 일기>에서 다시 만났다.

식물학자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가졌을 때의 만족감은 얼마나 클까 싶었다. 식물에 흠뻑 빠졌을 때, 하루종일 식물만 바라보며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으니까. 그런 식물을 진짜 원없이 실컷 바라보며, 식물에 대한 계속 알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흥미롭고도 가슴 떨리는 일일까, 생각하기도 했었다. 물론, 이 책을 읽기 전에도 그랬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더 확실해졌다. 좋아하는 것을 한다고 모든 순간이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일에서도 괴롭고 힘들고 고통스러우면서도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하게 되는 순간이 무척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저자의 식물을 향한 한결같은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식물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알아가게 되는 것이 단지 식물에 대한 과학적 지식만이 아닌 것 같아 안심이 됐다. 역시,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은 이렇구나, 싶어 나도 닮고 싶어지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마음이 들게 만드는 것은 대체로 자연이었던 적이 많았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그래, 역시 자연의 모습은 인간이 다 알지 못하는 신비하고도 놀라운 세계이며, 그런 세계를 조금이나마 알아내기 위한 연구자, 과학자들의 노력 또한 대단하고 존경스럽단 생각이 들었다.

식물은 이동하지 못한다. 그래서 내가 식물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식물을 만나러 가는 길은 용기가 필요하고, 어렵고 위험한 순간도 많지만 나는 식물 덕분에 세상을 알아가고 있다.(236쪽)

저자는 여행이라고도 표현했다. 끊임없이 다양한 곳을 찾아 다니며 사랑하는 식물을 만나러 가는 여행. 귀찮고 힘들다고 식물을 내가 있는 곳으로 데려올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 식물이 생장하기 위한 환경과 온도, 기후와 지역은 분명하니까.

난초가 사라져 내가 낙담하고 있었을 때 친구는 혹시 난초가 먹히는 걸 막기 위해 어떤 조치를 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철망을 씌우거나 울타리를 치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그건 자연 속에서 내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숲속에 철망과 울타리가 있다면 얼마나 이상한 풍경이겠는가.(166쪽)

그리고, 자연은 그저 자연일 뿐, 인간의 인위적인 욕심으로 자연을 이렇게 저렇게 만들고 구획하면 안 된다는 것. 관찰하고 연구하겠다는 욕심으로 자연을 개인의 소유로 만들어 보호하려는 것은 오히려 그 식물을 가두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생각은 여전하구나, 싶었다. 관찰의 대상이 사라진 것은 안타까우나,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 역시나 자연의 일인 것이다. 그런 자연의 일에 초연해질 수 있는 것 또한 식물학자가 가져야 할 마음이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리고 식물학자가 아닌 우리도 가지고 있어야 할 마음이겠구나 싶었다.

이 책을 읽으며 식물, 나무, 꽃, 열매, 그리고 그 식물이나 곰팡이, 그 외의 자연 안의 생명들이 자라나는 이야기를 알게 된 것보다, 식물을 대하며 가지게 되는 식물학자로서의 마음과 생각, 3년의 연구 기간 동안 저자가 얼마나 깊은 지혜를 얻게 되었는가를 확인하게 되는 지점이 더 좋았다. 이건 어쩌면 자연이, 식물이 알려주는 교훈이며 가치이지 않을까. 한층 자연에 더 가깝게 와 있을 때 실컷 그리고 제대로 알려주려 했던, 자연의 가르침이지 않을까. 그리고 저자는 그 안에서 제대로 배울 수 있었던 것이지 않을까.

그래서, 저자는 이 이후 또 어떤 이야기를 마음에 품게 될 지가 궁금해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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