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nan7070님의 서재
  • 뭉실 할아버지와 분실물 보관소
  • 이영림
  • 14,400원 (10%800)
  • 2025-04-01
  • : 580
#뭉실할아버지와분실물보관소 #이영림 #이영림그림책 #문학동네 #뭉끄4기 #서평단 #서평 #그림책추천

이제 함부로 청소기를 돌리지 못할 지도 모르겠다. 뭉실 할아버지와 멍뭉이가 위험해지면 안 되니까. 소파나 침대 밑 구석의 먼지를 굳이 깨끗하게 치우려고 애쓰지 말아야겠다. 적당히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눈 감아둬도 괜찮을 듯.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선물처럼 추억의 행복을 문득 발견하게 될 테니까. 그런 행복한 순간을 기다리며, 지금은 잠시 이대로여도 좋을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게 되는 그림책이다. 이런 따뜻한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행복하고 기분 좋아지는 웃음을 한순간에 선물받을 수 있다니, 그림책 한 권이 책 한 권 그 이상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 이야기다. 한 번 읽고 난 후에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모르던 이야기를 새롭게 읽는 기분으로 또 읽고싶어지는 이야기. 하지만 알고 읽어도 이 기분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알면 알수록 뭉실 할아버지의 따스한 마음을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꾸 읽으면서도 또 읽고 싶어지는 책, 그게 바로 <뭉실 할아버지와 분실물 보관소>다.

집 안에서 물건을 참 많이 잃어버린다. 집 안이니까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아무리 찾고 또 찾으려해도 찾아지지 않는다. 결국 포기하고 넘어간다. 언젠가 찾아지겠지, 집 안 어딘가에 있겠지, 설마 없어지기야 하겠어, 하는 마음으로. 그러다 잊는다. 잃어버렸다는 것조차 잊고 한참을 지내게 된다. 그렇게 기억에서도 서서히 잊는다. 신기하지. 찾아지지 않을 때는 아쉽고 속상해서 한참을 끙끙거리지만, 잊고 나면 필요없는 물건이 되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반드시 있어야 하고 꼭 필요한 물건이란 이 세상에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없으면 없는대로 또 살아지니까.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혹은 반드시 해야할 일만을 하며 사는 것은 아니니까. 물건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꼭 필요해서만 갖는 것이 아니라 갖고 싶어서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이 있는 법이다.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힘이 되고 사랑이 되니까 품고 있고 싶어지는 것들. 그것이 이런 물건이고 이런 물건이 간직하고 있는 추억이다. 물건에는 그 물건을 사용했던 사람의 기운이 배어 있다고 한다. 아무리 하찮고 사소한 것이어도 오래 사용하다보면 그 사람의 체취를 담고 있는 물건이 된다. 그런 물건은 쉽게 버려지지 않는 법. 그리고 그런 물건은 또한 쉽게 떨어지지도 않는다. 늘 곁을 맴돌고 있는 듯한 느낌. 그런 물건은 관심이 소홀해지더라도 여전히 체취를 담고 어느 곳에선가 다시 발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다 발견되면, 다시 원래의 힘을 발휘하고 사랑을 나누어주고 행복한 기분을 선사해준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툭툭 터지기 시작하는 벚꽃잎처럼 벙그러지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겠다. 이 분실물 보관소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물건들을 하나씩 펼쳐 꺼내보고 싶어진다. 그러려면 한참을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있어야겠지. 엉덩이가 좀 아플테니 푹신한 방석도 준비하고 말이다. 그렇게 꺼내보는 추억으로 오래오래 행복하고 싶다. 아무래도 이사는 계획하지 말아야겠다.

덧-
주의사항에 '금토일 통행금지'가 있다. 우아~ 한참 웃었다. 이런 깨알같은 요소가 이 책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마음에 쏙 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