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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7070님의 서재
  • 호떡과 초콜릿, 경성에 오다
  • 박현수
  • 18,000원 (10%1,000)
  • 2025-03-26
  • : 3,045
#호떡과초콜릿경성에오다 #박현수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0기 #서평단 #서평 #책추천

식민지 시대에 대한 감이 사실, 잘 없다. 역사 시간에 배운 이야기대로라면 일제의 강압, 폭력 등에 조선인은 핍박받고 힘들게 살기만 했을 것 같다. 하지만 정작 구체적인 내용들을 살펴보면 이 책에서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즐거움을 맛보며 향유하는 삶을 살았을 것이라는 것이라 짐작해볼 수 있다.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과거를 이렇다 저렇다 쉽게 말할 수는 없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은 버리지 않고 살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사람 사는 것은 매한가지, 힘든 상황에서도 기본적으로 느끼고 바라고 즐기려는 것은 어느 때에는 가능했을 것이니까. 너무 역사책에서의 암울했던 당시의 현실만을 생각하니 이런 디저트의 세상이 당시에 펼쳐졌을 것이라고는 쉽게 상상이 되질 않으니, 그런 생각을 살짝 접어두고 디저트의 세계에만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커피다. 요즘 현대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디저트. '끽다부'라는 말도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처음 커피를 접했을 때를 생각하면 당시의 사람들이 커피를 생각했던 것이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무슨 맛인 줄도 모르고 다른 사람들이 당연하다는 듯 마시니 따라 마시는 것으로 시작. 이렇게 맛없고 쓴 물을 왜 먹을까, 싶으면서도 자꾸만 찾게 되면서 커피에 서서히 중독되는 듯한 과정. 이제는 커피를 마시겠다는 목적만이 아니라 그런 커피를 어떤 분위기의 장소에서 마실 것인가를 고르고 찾게 되는 경지까지. 단순히 커피는 커피라는 식품으로서만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이 만나고 시간을 보내고, 분위기를 느끼는 등 음식 이상의 의미를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다방이든 제과든 카페든, 결국 사람이 모이고 함께 어우러지기 위한 장소를 찾는 것, 거기에 커피의 맛과 향까지 알아가고 시작하면 금상첨화이지 않았을까.
호떡의 '호'가 오랑캐였다. 중국의 대표 음식 후빙. 그런 중국 음식이 우리의 호떡이 될 때 오랑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포함되어 있었다니. 어린 시절 시장 따라가 손에 하나씩 쥐어주던, 줄줄 흐르던 뜨거운 설탕물을 연신 핥아 먹으며 조금이라도 흘리지 않겠다는 집념으로 호호 불려 먹었던 추억의 음식인데, 이런 역사는 또 생각해보지 못했다. 팥이 들었을 호떡도 상상이 잘 안 간다. 배고파서 호떡집에 들어가 먹었다는 말도 상상이 잘 안 간다. 그럼, 우리가 알고 있는 그 호떡과 크기며 형태가 달랐겠구나 싶다. 삽화 그림을 봐도 그래 보이기도 하고. 하나 먹으면 배가 볼록해질 정도로 포만감이 있었던 것이 호떡인가보다 싶다. 어쩌면 지금의 형태보다는 떡이나 빵, 혹은 빈대떡과 더 비슷했으려나. 하지만 그 속을 채워 사람들의 시선과 입맛을 잡아끌었다는 것만은 지금과 비슷한 것 같다. 집가 가기 전 들러 먹고 싶어지는 뜨끈하고도 달큰한 맛의 호떡. 비 오는 날 밤, 생각나는 맛이다.
초콜릿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초콜릿의 달콤함은 단순한 설탕의 달콤한 그 이상을 선사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달콤함은 연인의 감정과 닮아 있으니 더 거부할 수 없다. 지금은 당연히 초콜릿 과자의 형태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당시에는 음료로 보다 더 이용되었다는 것도 신기하다. 차의 형태로 이용되었다는 문화는 커피를 소비하던 당시의 문화와 비슷한 맥락이겠구나 싶다. 사람들이 모이고 어우러지고, 그런 공간을 찾아 차를 향유하는. 그때 커피도, 초콜릿 음료도 함께 했겠구나 싶다.

당시의 문화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다. 어떤 것을 좋아하고 또 즐기며, 많은 사람들의 일상 생활이 어떤 식으로 펼쳐졌는가는 시대적 이해를 돕는 유용한 정보이다. 특히 당시 사람들에게 무엇이 인기였고 어떤 것을 주로 향유했는가는 지금의 우리의 향유 문화와 비교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보다 당시 사람들의 생활 문화가 무척 다양했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즐거움과 풍류가 분명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눈이 반짝여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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