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넘어질 수 있도록...
nan7070 2025/04/0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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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넘어지는 기쁨
- 사니
- 15,120원 (10%↓
840) - 2025-03-25
: 510
#넘어지는기쁨 #기쁨시리즈 #전비기 #달로와 #서평단 #서평 #책추천
<넘어지는 기쁨>이란 제목은 역설이다. 넘어지는 게 기쁨일 수가 없다. 넘어지면, 아프고 상처나고 속상하고, 창피하다. 넘어졌다는 것만으로도 나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고 자책이 심해진다. 넘어지 않는 사람과 비교하게 되고 나 자신이 넘어지는 사람이라는 것에 한없이 자신을 닦아세운다. 넘어진 것이 마치 모든 것에서 무너지는 경험이라도 되는 듯 좌절한다. 그래서 그 다음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어진다. 넘어진 행위 하나가 생각까지 마비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도망치려 허둥대게 된다. 그래서 또 다시 넘어지기도.
그런데 그렇게 넘어지는 것이 기쁨이라니. 그런 넘어지는 기쁨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부터가 이 책을 유심히 봐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누구든 넘어져서 기쁜 사람은 없다. 당연히 넘어지고 싶어하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저자는 넘어지는 것에서의 기쁨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을 가만히 읽어나가며, 과연 저자가 말하는 넘어지는 기쁨이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리고 내린 결론. 저자는 앞으로 다시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구나.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기운을 갖고 있는 사람이구나. 그래서, 넘어짐을 다시 자신의 인생을 넘어갈 또 하나의 단계로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구나. 그러니 넘어짐을 기쁨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구나.
저자의 이야기는 모두 넘어지는 이야기였다. 때론 삐끗, 혹은 꽈당, 내지는 미끌 넘어지는 이야기. 처음부터 넘어지지 않는 사람은 있을 수 없겠지만, 또한 자신의 넘어진 이야기를 이토록 콕콕 꼬집어 말할 줄 아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만큼 자신의 과거와 상처와 아픔과 슬픔을 모두 있는 그대로 들여다볼 줄 안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매 순간의 삶이 다양한 측면으로의 넘어짐을 연속이었던 것이다. 물론, 넘어질 때는 모른다. 지나고 나면 아, 나 그때 넘어졌었구나, 하고 알아채게 되는 것. 그런데 그럴 때마다 저자는, 자신을 다시 일으킬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지나고 난 후 자신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이 자신의 어린시절, 할머니와의 추억, 엄마 아빠에 대한 그리움, 이모와 친구와의 이별 등 많은 사람들과의 이야기들이 쌓여 가능했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자기고백일 수도 있다. 나는 그랬어요, 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마치 일기 한 토막씩을 소개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이런 느낌이 든다는 것은 그만큼 진솔하다는 뜻. 애써 포장하거나 꾸미려고 애쓰는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 날것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그만큼 자신이 지금껏 살아온 삶도 날것 그대로 보여도 좋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저자의 이야기가 마치 할머니의 콩물처럼 풋내가 가득 나는 느낌이기도 했다. 이런 면이 저자의 틈을 보게 되는 면이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선 뒤로 숨기고 있던 내 흠을 꺼내. 마구 긁어대면서 대체 언제 사라지는 거냐고 떼를 쓰고 상처를 내. 앞에 놓인 사람의 마음을 그럴싸하게 털어주는 동안, 나는 곪아가는 거야. 그런데 그렇게 숨기고 기어코 찾아내는 사람들이 있긴 해.(...)
이젠 대놓고 넘어지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땅바닥 대신, 누군가 건넨 손을 믿어보라고.(226-227쪽)
집으로 돌아와 혼자 자신의 흠을 꺼내 마구 할퀴는 마음을, 이제는 사람들에게 모두 보이고 대놓고 떼를 쓰는 모습. 오히려 지금까지처럼 말고 더 잘 넘어지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는 모습. 이게 저자의 넘어지는 기쁨이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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