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nan7070님의 서재
  • 무르시블의 소녀
  • 전훌
  • 14,220원 (10%790)
  • 2025-03-12
  • : 445
#무르시블의소녀 #전훌 #위즈덤하우스 #위즈덤하우스판타지문학상 #청소년부문우수상 #서평단 #서평 #책추천

현실과 꿈의 관계를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흔히 현실이 진짜고 꿈은 가짜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아닐 수도 있겠다. 꿈이 진짜, 사실은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삶은 또 다른 꿈일 뿐. 100년 동안 꾸게 되는 거부된 꿈을 잠시 꾸고, 진짜인 꿈의 세계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렇다면 이 100년의 현실을 어떤 마음으로 살아내면 되는 것일까. 혹은, 어떤 마음으로 꿈의 세계로 돌아가면 되는 것일까.

"거부된 꿈은 언제 시작되려는 걸까? 너무 오래 기다려서 이젠 지치려고 해. 그 꿈을 꾸기 전까진 지치면 안 되는데."
"뭐?"
"거부된 꿈 말이야. 검은 폭풍. 기억 안 나?"
지운이가 의아한 얼굴로 쳐다봤다.(...)
"그래, 그게 이 꿈이야. 현실이라는 꿈. 한밤중에 괴물이 나타나서 목을 조르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꿈이지."(254-255쪽)

현실이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을 때가 있다. 어떤 것에도 흥미를 찾을 수 없고 그저 하루하루 자신을 스스로 가두며 사는 아이들이 있다. 마치 있는 듯 없는 듯, 누구와도 어떤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생활. 그런 생활에 점점 지쳐가며 고립되기를, 혼자되기를 바라는 아이들이 있다. 꼭 아이들만이 아닐 수도 있다. 어른도 마찬가지. 밖으로 나가기보다는 안으로 숨는 것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래도저래도 우리의 현실이란 삶은 고통이 수반되는 삶이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현실이라는 이름의 '거부된 꿈'을 깨운 건 죽음이었다. 죽음은 깊은 잠에 드는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 같기도 했다.(256쪽)

그렇다면, 이런 현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견뎌야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어쩌면 죽음이라는 과정을 통과해 우리가 진짜 가야하는 세계로 잘 넘어가기 위한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세계에 대한 간절함이 이쪽과 저쪽의 꿈의 세계를 넘나들게 만들고, 그 꿈의 세계를 꼭 지켜내야할 이유와 의지를 만들어주게 되는 것이다. 꿈은 분명 또 다른 현실이고, 그 현실은 다시 꿈으로 돌아가도록 만드는 강력한 힘을 만들어 주니까. 무엇이 진짜고 가짜고를 따지는 것이 이젠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지금 나에게 무엇이 가장 소중하고 간절히 지켜내야 하는 것인가를 알아채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모든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죽음보다 더 깊은 진실을 찾아야 해요. 황제께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그래야 '살아 있음'을 견딜 수 있으니까요. 그 진실을 찾기 위해 폐하는 가장 소중한 걸 희생해야 할지도 모릅니다."(158쪽)

그게 바로, 진실. 진실을 찾기 위한 과정의 '살아 있음'을 견디는 삶. 이 삶을 잘 견뎌야 진짜 진실의 가치를 찾을 수 있고, 그 가치를 통해 연결된 세계에서의 자신이 해야할 일과 가야할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 그 일과 길이 될 것인가는 스스로 찾는 수밖에. 그것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결국 꿈이지 않을까. 꿈을 통해 이어지는 꿈과 꿈의 경계의 경계, 그 경계의 넘나듦 속에 그럼에도 잃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찾는 것은 무척 중요할 것이다. 자신의 존재와 삶이 어떤 것으로부터 비롯되었고 또한 어떤 세계의 시작이 될 수 있는지도 스스로 알아내야 할 것이다.

오랜만에 판타지문학을 경험했다. 소설을 읽으며 살짝 눈이 조금 더 떠지고 힘을 주게 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무르시블의 세계와 그 세계를 지탱하고 또 지켜내기 위한 과정, 그 속에서 드라마가 이어나가는 현실과 꿈, 꿈이 또 다른 꿈의 세계와 연결되며 그 과정에서 견뎌야하는 살아 있음의 삶에 대한 가치까지. 환상적이고 흥미로우면서도 계속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간들을 곱씹어 생각해보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