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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7070님의 서재
  •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반양장)
  • 로버트 뉴턴 펙
  • 9,000원 (10%500)
  • 2017-08-18
  • : 1,725
#돼지가한마리도죽지않던날 #로버트뉴턴펙 #사계절출판사 #사뿐사뿐 #교사서평단 #서평 #책추천

처음부터 읽기 쉽지 않았다. 잔인하기도 끔찍하기도, 그리고 무섭기도 아프기도 했다. 어떻게 이 이야기를 읽어나가야할까 고민도 됐다. 쉽게 쉽게 읽어내지 못하고 잠시 멈짓하기를 여러 번 했다. 단번에 훅 읽히는 소설은 아니었다. 하지만 로버트의 그 다음이 궁금하고, 그 다음 날이 궁금했다. 로버트에게 또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될 지, 그리고 로버트가 이 시간들을 어떻게 지나게 될 지 궁금했다. 궁금증은 책 읽기를 계속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그러니 계속 읽는 수밖에.
특히 제목이, 무슨 의미일까, 이런 저런 추측을 하게 만들었다. 돼지가 죽지 않을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일까. 돼지가 한 마리도 남지 않았을까, 돼지를 더 이상 죽이지 않기로 결정했을까, 우연한 계기로 그 날만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았다는 것일까. 이 날이 어떤 날일지가 무척 궁금해, 적어도 이 답을 알게 될 때까지는 책 읽기를 멈출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또 계속 읽는 수밖에. 그렇게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고, 로버트의 이야기를 따라가고, 로버트와 핑키, 그리고 아버지와 로버트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이 많은 궁금증에 대한 답을 얻었다.

"이젠 네가 해야 해, 로버트. 엄마와 이모 둘이서는 할 수 없단다. 봄이 오면 너는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야. 어른이라구, 열세 살짜리 어른. 어른이 되기에 충분한 나오지.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네가 책임지고 처리해야 해, 로버트. 너 말고는 책임질 사람이 없어. 바로 너 말고는."(149쪽)

열세 살 짜리 어른이라는 말이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열세 살이 어른이라고? 하지만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열세 살이 마냥 어린 아이라로만도 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에 따라서는 오히려 열세 살보다 더 어리더라도 충분히 어른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어떤 상황에 놓이느냐에 따라 금방 어른이 되기도 그렇지 않기도 하다는 것을, 로버트를 통해 알게 되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이미 어른인 내가 로버트를 바라보았을 때는, 그래도 아직 아이인데 싶은 우려가 있긴 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우려를 단박에 없앨 정도의 모습을 로버트는 보여주었다. 어떤 면에서는 너무 한 번에 어른이 된 로버트가 조금은 안쓰럽기도 하지만, 기특하게도 자신이 어떤 어른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인가를 너무도 잘 아는, 씩씩한 어른이 되었다. 그런 로버트의 모습이 내내 마음 속에 남는다.

"로버트, 내 이름은 벤저민 프랭클린 태너야. 이웃들은 모두 나를 벤이라고 부르지. 친한 친구끼리는 서로 이름을 부르며 지내는 게 좋다고 생각하네."(177쪽)

태너 아저씨가 벤이 된다는 건, 로버트가 이제 이웃이며 곧 친구가 되었음을 뜻하는 것이고, 곧 어른임을 마을 사람들도 인정하게 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이제 진짜 모든 책임을 로버트가 져야 한다는 것이고, 이제 누군가의 보호를 받는 입장에서 누군가를 보호해야 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만큼 로버트에게는 책임과 부담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즐겁다거나 마음이 놓이지 않고 오히려 더 걱정이 되는 건, 내가 이미 어른이 되고도 한참이 지났기 때문일까. 아무래도, 어제 했던 일을 역시나 오늘도 똑같이 하고 있지만, 이제 더 이상 어제의 로버트가 아닌 오늘의 로버트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 내내 마음에 남는 것 같다.

그 와중에 나도 모르는 사이 눈을 질끈 감게 되는 장면들이 있었다. 아무래도 돼지와 관련한 대목들이 종종 그랬다. 아,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 인간과 돼지의 관계일까 싶은 생각에 씁쓸함이 느껴졌다.

핑키가 떨치려고 몸부림치자, 삼손은 핑키 쪽으로 더 다가섰다. 뒷다리로 핑키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면서 몸 전체를 핑키에게 내리꽂았다. 핑키는 녀석의 육중한 무게와 거세게 몰아닥치는 통증에 꽥꽥 비명을 질러댔다.(157쪽)

특히나 이 장면에서는 다른 상황을 상상하게 됐다. 그리고 소름이 돋았다. 아, 어쩌자고 이런 장면인 것일까 싶기도 했다. 욕심일까 아니면 자연스런 본능일까. 어디까지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됐다. 그리고 이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도 생각해보게 됐다. 과연 아이들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이해하고 무슨 대화를 주고받을지도 궁금해졌다. 어른의 눈과 아이들의 눈은 다를지, 어쩌면 로버트의 심정을 조금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이런 상황을 납득하기 어려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로버트의 상황과 처지, 지금까지와는 다를 앞으로의 삶의 행로, 그리고 그 삶을 대하는 로버트의 자세까지. 삶이 늘 그렇듯, 어느 것 하나 딱 떨어지는 정답은 없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로버트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런 믿음이 있어서일까, 로버트가 아주 많이 걱정되지는 않는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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