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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7070님의 서재
  • 웅크린 마음이 방 안에 있다
  • 김혜원
  • 17,100원 (10%950)
  • 2025-02-20
  • : 1,470
#웅크린마음이방안에있다 #김혜원 #흐름출판 #서평단 #서평 #책추천

마음이 무겁다. 웅크린 마음으로 방 안에 있을 청소년, 청년들이 생각나서 생각이 많아진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그동안 나의 곁을 스쳐지나간 아이들도 함께 떠올랐다. 미처 알아채지 못한 은둔과 고립의 아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차마 나에게까지 다가오지 못하고 혼자 그 시간을 버텼던 아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 오해하고 있던 지점도 많았다. 그 중 가장 뜨끔한 지점이, 밖으로 나오지 않는 아이들만을 생각했었다는 거다. 밖에 나와도 은둔, 고립된 아이들은 있었다. 지금 내 주변에도 그런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눈이 번쩍 뜨이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은둔, 고립이란 단어가 우리가 살면서 흔히 쓰는 단어가 아니다보니, 이 책을 통해 제일 많이 듣게 된 것 같다. 이 단어가 일상이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단어에 이제는 너무 크게 반응하지 않을 수 있는 마음도 필요하겠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을 마주하게 될 때, 과연 나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를 더 유심히 살피며 읽어 나갔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에게 맞는 것이 뭔지 모르겠다." 학교와 상담 장면에서 만나는 많은 청년들이 내게 자주 호소하는 말이다.(150쪽)

아이들과 심리나 정서, 진로 관련 이야기를 하다보면 제일 먼저 하게 되는 활동이, '나'를 알아가는 활동이다. 이론적으로는 이해하고 있었다. 자신을 잘 알고 있어야 그 다음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또 어떤 것을 선택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을 테니까. 이 책을 읽으며 이 활동이 얼마나 더 중요한 지 느꼈다. 이 아이들은 자기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조차 잘 모를 수 있고, 특히 자신의 지금 감정 표현마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자신에 대한 표현을 누구에게도 해본 적 없고 또한 말할 수 있는 환경이나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저자는 누구라도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믿고 내 이야기를 하고 또 들어줄 한 사람. 아마 가장 가까운 가족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클 것 같고, 그렇지 않다면 친구나 혹은 학교 선생님. 마음을 단단히 다잡아야겠구나 싶었다.

나는 한국 사회에서 용납되기 어려운 세 가지 시옷(ㅅ)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도, 실수, 실패이다. 이와 동시에 이러한 세 가지 시옷 없이 또 다른 하나의 시옷이 강요된다. 바로 성취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는 비교적 엄격한 사회적 시계social clock가 존재한다. 우리는 이 시계에 맞춰 삶의 과제들을 해내야 한다.(138쪽)

비단 우리 사회만 그렇지는 않을 듯하다. 경쟁 속에서 다른 이들보다 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내도록 강요받는 사회적 분위기는, 현대 사회의 특징이지 않을까. 물론 한국의 환경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많은 것을 만들어내도록 다그치는 면이 강한 것은 사실일 듯.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못하도록 강조하고, 작은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는 사회. 성취를 이끌어내기 위해 사회적 시계 안에서 쉼없이 움직여 돌아가야 한다는 압박. 그리고 단 한 번의 실패로 모든 것이 끝난 듯 받아들이게 되고 좌절하게 만드는 시선. 생각해보니, 우리 주변에 시옷(ㅅ)으로 시작하는 암울한 단어들이 참 많았구나 싶으면서, 씁쓸해졌다. 이런 사회를 견디라고만 하는 것이 어찌보면 어른들의 무책임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런 이야기의 끝에는 늘, 어른의 자책이 따라붙게 되는 것 같다.

그러면서 한 가지를 더 분명히 알게 되었다. 내가 사람의 삶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을 꽤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한 사람의 장점을 찾아주고, 하고 싶은 일을 계획하며 같이 흥분하고, 그가 자신만의 특성을 찾아 자유로워지는 경험에 기꺼이 동참하고자 한다.(204쪽)

이런 마음이지 싶다. 아이들을 마주하게 될 때 어떻게든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아마도, 이런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않을까. 너는 너고 나는 나고, 하는 거 말고, 그래도 최대한 그 아이를 응원하고 격려하며 단 한 순간이라도 자신의 존재의 가치를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지지해주려는 마음. 스스로 충분히 자신을 바로 세우고 앞을 향해 나아갈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지켜봐주고 싶은 마음. 만약 누군가 단 한 사람이 없어 찾고 있다면 기꺼이 그 한 사람이 되어주겠다는, 같이 이 시간을 지나보자는 마음. 저자의 마음에서 나의 마음을 다시 되살려본다.

<웅크린 마음이 방 안에 있다> 제목에 자꾸 마음이 쓰인다. 웅크린 마음 안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시간이 담겨 있을 지를 이제 알게 됐기 때문일 것이다. 그 마음에 똑똑, 노크를 하고 살며시 같이 방 안에 있어주겠다는 마음으로 귀를 열어야겠다.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함께 해낼 수 있다는 단단한 마음을 갖고.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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