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7070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도둑을 잡아라
- 노인경
- 9,900원 (10%↓
550) - 2025-02-12
: 2,640
#도둑을잡아라 #밤이랑달이랑 #노인경그림책 #문학동네 #뭉끄4기 #그림책 #서평단 #서평 #그림책추천
달이와 밤이 남매의 이야기는 늘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서로 티격태격하는 듯하지만 늘 달이가 밤이를 무척 아끼고 챙긴다. 누나 노릇을 톡특히 하는 것이다. 또 밤이는 그런 누나 달이의 말이라면 열심히 듣는다. 때론 엉뚱하고 장난기 가득한 말과 행동으로 누나 속을 썩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밤이는 누구보다 누나를 따른다. 그런 밤이인 것을 알기에 달이는 그저 밤이를 품어줄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밤이랑 달이랑 이야기에서도 여지없이 그런 면모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우리 달이, 진짜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읽는 내내 했으니까. 어쩌면, 엄마의 시선으로 두 아이를 바라봤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엄마란, 내 아이들이 서로 티격태격할지라도 서로를 의지하고 챙기는 모습을 보면 그저 흐뭇한 법이니까. 그런 마음이랄까. 이 두 아이는 그래서,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처음엔, 진짜 도둑이 누굴지를 찾아야하는구나 싶었다. 달이와 밤이가 힘을 합치면 당연히 도둑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강하게 믿었다. 그러니 도대체 도둑이 누굴까, 짐작해보게 싶어 겉표지 안쪽의 001부터 063까지의 면모를 두루 살펴보았다. 그런데, 앗! 그 사이에 끼어있는 진짜 도둑을 금새 찾아냈다. 이런! 그렇다면, 이 두 아이는 어떻게 이 난장판을 해결하고 도둑을 잡게 될까, 더욱 궁금해졌다. 답을 알고난 후 그 과정을 살펴보는 재미라고나 할까. 진짜 도둑을 잡기 위한 과정이 어떻게 펼쳐질지 무척 기대가 됐다.
그리고,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우리 달이와 밤이었다. 도둑이 남겨놓은 단서를 꼼꼼하게 살피며 어느 하나라도 빠트리지 않고 모두 증거로 삼겠다는 다부진 달이. 그런 달이가 가리키고 이끄는대로 따라가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 단서에 결정적 증거를 덧붙이는 밤이. 두 아이가 주고받는 대화를 따라가며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어쩜 이리도 똑똑하고 영리한 지. 특히 하나씩 착착 정리해나가며 도둑의 특징을 확인하고 수사망을 좁혀나가는 자세가 무척 남달랐다. 이건, 타고난 재치와 센스 없이는 불가능. 거기에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두 아이들이 너무나도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있는 모습이 참 사랑스러웠다. 이러니 이 두 아이를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것 역시 불가능.
놀이다. 도둑을 잡기 위한 과정은 이 두 아이에게는 또 하나의 새로운 놀이다. 방이 어질러지고 물건이 망가지고 엉망이 된 것은 속상하지만, 그런 속상함을 화내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놀이로 만들어 낼 줄 아는 지혜는 우리 달이와 밤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분명 뻔한 답을 달이는 알고 있지만 절대 그 답을 말하지 않고 놀이의 각 과정을 거치며 범인의 핵심 특징들을 통해 범위를 좁혀나간다. 서서히 좁혀가며 진짜 도둑이 누구인지 알게 되는 그 과정이 이렇게나 긴장될 수가. 그런데 밤이 표정이 너무 해맑다. 그저 누나와 함께하는 것이라면 모두 좋다는 표정이다. 누나에게 잡혀있는 것마저도 밤이는 좋을 뿐이다. 그런 누나가 자신을 안고 있으니까. 그것으로 이미 도둑 잡기는 끝났다. 달이의 화는 이미 다 풀어졌다. 화를 놀이로 풀어낸 달이인 것이다. 도둑 잡기 놀이, 이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2024 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 대상이 '밤이랑 달이랑' 시리즈였다니, 너무 납득이 간다. 이 이야기의 또 하나의 커다란 힘이, 둘이 함께 한다는 것이다. 달이 혼자, 혹은 밤이 혼자 하지 않는다. 늘 언제나 둘이 함께 한다. 누군가와 함께 하면서 답을 향해 간다는 것은, 그만큼 힘이 세지고 단단해지는 경험이 된다. 그런 경험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주는 이야기가, '밤이랑 달이랑' 이야기인 것이다. 이 두 아이들이 사랑스러울 수 있는 것 또한, 둘은 서로를 의지하고 또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마치 달이가 일방적으로 밤이를 챙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달이도 밤이가 있어야만 제 힘을 다 할 수 있다. 밤이에게 기대고 또 밤이가 있어 즐거운 놀이도 가능할 수 있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인 것이다.
이 두 아이의 사랑스러운 놀이를 언제까지고 지켜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