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움직일 줄 아는 것...
nan7070 2025/03/0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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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체육과 시
- 김소연
- 12,600원 (10%↓
700) - 2024-11-11
: 3,633
#생활체육과시 #김소연 #일상시화 #아침달 #서평 #책추천
잘 안 움직인다. 내 몸을 움직여 무엇을 도달하려고 노력했던 시기는 아주 잠깐. 그 나머지 긴 시간 동안은 내내 무언가를 하기 위해 가만히 앉아만 있던 시간들이었다. 몸으로 내 몸을 일으키는 일을 하려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에, 시인이 가졌던 마음이 공감이 갔다.
시를 쓸 때 움직임과 운동성을 열렬히 사랑하고 옹호하면서도, 나는 내 몸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직접 몸을 움직여 무언가를 해보는 노력을 까맣게 잊고 살아왔었다. 생활체육이란, 운동성을 사랑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 몸에 애착이 깊어야만 가능해지는 세계였다.(158쪽)
결국 몸으로 일으키는 생각과 정신이 분명할 것임에도 몸을 간과하고 살았던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고 또 무언가를 골똘하기 위한 몸의 움직임이 갖는 중요한 지점을 그동안 잊고 살았던 것이다. 내 몸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결국 내 몸을 사랑하는 것. 내 몸을 위한 나를 만들어가는 것. 그러기 위해 다시 몸을 움직일 줄 아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마음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다리가 움직이고 쉽게 멈춰지지 않는 것, 그건 마음이 몸을 그렇게 시키는 거였다.
지난 2022년 10월 30일은 삼만 보를 넘게 걸었다. 숙소에 돌아와 어지간히 걸었겠다 싶어 앱을 켜니 '움직이기 신기록 배지'가 화면 가득 뱅글거리며 나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27쪽)
사회적 참사, 그리고 폭력. 그 폭력과 슬픔에 대한 애도,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우리에게 허락된 것 없이 흘러가는 대로 방치되는 듯한 기분일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이 끝없이 이어질 때, 어떤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을 때 몸이 움직여진다. 생각을 따라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며 다시 생각에 따라잡히지 않도록 몸을 계속 움직인다. 이것도 생활체육의 일종이지 않을까.
시 청탁에, 산문을 사은품처럼 곁들여 주문하는 게 유행이 된 것 같다. 시는 쓰고 싶어서 쓰지만 산문을 쓰고 싶지 않아도 쓰게 된다. 써야 한다. 탕수육을 시키면 딸려 나오는 군만두 같달까.(110쪽)
어쩌면, 독자를 위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마음으로 시인이 산문을 써주면 좋겠다는, 사적인 답을 내려본다. 시인의 산문을 좋아한다. 시인의 시도 좋아하지만, 군만두가 함께 와야 그 재미와 풍미가 더해지듯, 시인의 시에 산문이 함께면 훨씬 마음이 풍성해진다. 산문에서 시를 발견하고 또 시에서 시인을 발견하고, 그런 시인을 산문으로 따라갈 수 있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마음의 독자가 있으니, 산문 주문이 시인에게 너무 싫지 않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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