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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7070님의 서재
  • 잠과 시
  • 윤유나
  • 12,600원 (10%700)
  • 2024-07-11
  • : 328
#잠과시 #윤유나 #일상시화 #아침달 #서평 #책추천

궁금했다. 차를 운전하고 가다 간혹 마주하는 죽은 새(동물). 그대로 지나친 후 다음 날이 되면 바닥에 흔적만 남아 있고 새(동물)은 사라져있곤 했다. 누가 어떻게 한 걸까. 특히 고속도로에서 자주 목격하게 되니, 고속으로 달리는 차들 가운데에서 어떻게 새(동물)을 도로 밖으로 끌어올 수 있었을까. 늘 생각만 하고 궁금해만 했었다. 길을 걷다 마주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혹 마주쳤다 해도 외면하고 지나쳤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모르니까. 아무도 그런 건 가르쳐주지 않으니까.
시인은 종량제봉투를 샀다. 과연 나도 그럴 수 있을까. 가던 길을 멈추고 그 작은 생명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생명이 다했는지 다하지 않았는지와 상관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을 이어갈 수 있을까. 죽음. 죽음을 때때로 목격한다는 것은 어쩌면 삶을 감각하는 것과 닮아있을 것 같다. 그리고 여전히 살아있는 누군가에 의해 죽은 이의 마지막을 보는 일이지는 않을까.

새를 치우고 새와 인간을 기억하는 산문을 쓰는 동안 산문 쓰는 일이 접속사 '그리고'를 문장 앞에 투명하게 새기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그리고. 새를 치우는 행위에서 시작한 그리고의 세계 속에서 나는 결국 인간을 관찰하고 생각해 왔던 것 같다.(148쪽)
죽은 종달새를 들고 걷는 동안 잠은 살아 있는 것들의 본능이라는 걸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잠은 살아 있어야 가능한 욕구였다.(123쪽)

결국 인간, 살아있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겠구나 싶다. 그리고 잠이라는 건 살아있을 때에만 느낄 수 있는 감각. 죽음과 잠이 비슷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실은 꽤 다른 결을 갖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감각이 봉투를 든 손에 느껴진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섬뜩하기도 했을 것 같다.

잠은, 내 평생의 화두이기도 하다. 잠을 잘 자고 싶은 욕망이 늘 내 삶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욕망은 욕망으로만 남아있을 뿐, 욕망이 충족되지 못하는 상태의 연속이다. 헌데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없다. 자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교육을 받아 익혀야 하는 상태라는 생각 말이다.

신기해. 아기는 재워줘야 하고, 자는 연습을 해야 하다니. 졸린 건 본능이지만 잠은 교육하고 교육받는 행위 혹은 그런 상태라는 게 신기했다. 인간의 잠에는 인격이 있었다.(57쪽)

그렇구나. 아이를 키워봤으면서도 수면교육이 필요한 걸 잊고 있었다. 그렇다면 난, 교육을 덜 받은 것인가. 연습이 부족했나.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졸립다고 자고 졸리지 않다고 깨는 반복이 아닌, 인격적으로 교육받아 익혀야 하는 것이겠다 싶다.

비가 내리려고 하는 날에는 쉬이 잠들지 못한다. 깜빡 잠들었다가도 눈을 뜨면 몇 분 뒤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멍하니 어둠만 응시한 채 바깥에서 들려오는 빗소리를 듣고, 비가 온다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고 속삭이다 눈을 감는다.(82쪽)

어젯밤 비가 내렸다. 그러다 눈으로 바뀌었다. 비는 소리가 나지만 눈은 소리없이 내린다. 비의 감각을 느끼듯 잠의 감각을 느껴보고 싶어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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