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라는 권력 안에서의 관습을 버려야...
nan7070 2025/03/0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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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
- 맥스 디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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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 - 2025-01-24
: 5,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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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남자의 이야기로만 국한지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인간관계라는 것은 남자도 여자도 피할 수 없는 공통의 문제니까. 하지만 남자와 여자가 사람 간의 관계, 소통, 공동체, 그리고 감정에 있어서 조금은 우위에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 물론 개인차가 분명하고 이 세상을 꼭 남자와 여자로만 나누어 성격을 구분지을 수는 없으니 모두에게 적용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며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는, 공감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책을 읽기 전부터 너무 궁금했다. 진짜, 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 가까이 있는 남자가 딱 그렇다. 친구가 없다. 매번 나누는 대화의 대상도 딱 정해져있다. 이미 30년 가까이 유지하고 있는 친구들. 그 외 친구를 새로 사귄다거나, 새롭게 모임을 형성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볼 수가 없다. 만들었던 관계마저도 중간에 그만 두고, 새롭게 누군가를 만나려는 의지조차 없다. 또래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대체로 남편들이 다 비슷한데, 왜 그럴까 싶었다. 그 이유가 여기에서 조금 이해가 갔다.
남자들은 자신의 성을 의식하지 않고 살면서 늘 그 성적 가치관과 인식 안에 사로잡혀 사는 것은 아닐까 싶다. 남자는 이래야 하고, 또 그래서는 안 된다는 선을 스스로 만들어 놓고, 그렇지 않은 말과 행동을 늘 경계한다. 마치 여자라는 소리를 듣게 될까봐 두려워하면서. 남자들의 성에 대한 인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똑같구나, 싶어 쓴웃음이 나온다. 관계맺기에 있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마치 남자들끼리 통하는 권력인 듯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그 태도가 결국 스스로를 외롭게 만드는 거겠구나 싶었다.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이나 배려도 부족해 보인다. 한참을 만나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대화를 나누었어도, 가까운 지인의 감정과 상태를 궁금해하지 않고 묻지 않는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서로에게 거칠게 말하고 남자들만의 의리처럼 과한 반응과 행동을 이어가지만, 정작 그 사람의 진짜 마음을 헤아려주거나 공감해주려는 태도는 쉽게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저 농담을 통해 웃기려고만, 그리고 대수롭지 않고 맥락에 맞지 않는 얘기로 말을 돌리려는 태도가 서로를 더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 점점, 남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집안의 여자에게서만 찾게 되는 것이지 싶다.
운동은 같이 할 수 있어도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은 없다. 열심히 밤새워 놀 수는 있어도 결혼식의 들러리가 되어달라고 말할 수는 없다. 돈으로 친구를 사귀고 포옹을 경험할 수는 있어도 스스로 친구가 되고 또 포옹해주는 건 어렵다. 목적에 따라 대화를 이어나가는 건 가능해도 문자 하나 전화 한 통의 안부 묻기가 어렵고 또 그런 행동이 오해를 만들까봐 걱정한다. 어찌보면 남자들이 단순해서 친구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남자가 더 복잡하다. 재고 따지고 눈치보고 신경쓰느라 정작 챙겨야 할 것을 놓치는 것이다.
우정은 사전에는 없는 관계다. 일정한 의식이 없는 관계.(...)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아끼는지 보여줄 수 있는 허가를 받지 못한 것처럼 느꼈다.(...) 내가 남긴 편지가 우정을 수선하기 위한 계기가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연애관계의 상징인 러브레터가 그 역할을 한 것이다.(...) "네가 떠날 때 얼마나 힘들어했을지 느껴졌어." 일은 인정한다. "네가 떠나는 게 마치 우리가 어른이 되어가고 있고 근심 없이 해맑던 시절은 전부 지나갔다는 신호 같았어." 나는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우리의 우정은 모든 순간, 모든 일을 전부 함께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점은 그 우정이 우리 인생의 특정 시기를 관통했다는 것이다.(318-9쪽)
필과 호프와 나눴던 우정을 다른 말로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남자가 아니어서 우정일 수 없다고, 그래서 모든 관계는 사라져야한다고 관습적인 태도만 일관할 것인가 말이다. 결국 맥스가 해결하려했던 숙제의 답은,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이고, 그 문제를 대하는 자세를 달리 해야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맥스는 답을 얻었다. 맥스처럼 남자들이 답을 얻었으면 좋겠다.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삶은 달라질 수 없다. 사람에 대한 갈증은 있지만 그 갈증을 누군가 대신 풀어줄 수는 없다. 스스로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수밖에. 그러려면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 이 책은 가까이 있는 남자 손에 쥐어줘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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