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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스를 멈추지 않을 거야
- 숀 휴잇
- 16,200원 (10%↓
900) - 2025-02-15
: 600
#키스를멈추지않을거야 #고전속퀴어로맨스 #숀휴잇 #루크에드워드홀 #김하현 #을유문화사 #서평단 #서평 #책추천
퀴어 로맨스를 고전에서 접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퀴어라는 인식은 최근에 나타난 것이라는 근거없는 생각을 어렴풋이 갖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혹은 고전 속 이야기는 일정 부분 고전이라는 명성에 기대어 오늘날 퀴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으로부터 보호받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치 고전 속의 이야기는 신적이고 영웅적인 면이 더 부각되며 오히려 퀴어의 인식보다는 다른 면을 더 강조해 의미를 부여하도록, 우리의 생각을 한정하고 제단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은 물론 모두, 순전히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만큼 지금까지 고전과 퀴어의 연관성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그래서 이 책이 무척 충격적이면서도 새로운 생각으로 확장해 나아가도록 만들어 준, 고마운 책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며 이 이야기들을 진짜 순수하게 '로맨스'로만 볼 수 있는 것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간혹 작품 속 로맨스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감정상의 사랑의 로맨스만을 말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까 말이다. 특히 고전이라고 하니 우리나라 고전 작품에서도 '임'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 종종 있고, 그럴 때는 주로 '임'이 임금을 뜻하게 되며 이때의 사랑은 곧 '충'을 의미하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겉으로 볼 때는 사랑이지만 그 사랑 안에 담겨 있는 또 다른 의미가 작품 안팎에 깔려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만 바라볼 수 없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잠시였고, 이 책 속 고전 작품들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작품이나 혹은 특정 인물에 대한 이야기들은, 있는 그대로 감정상의 사랑으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사랑은 오히려 오늘의 퀴어 사랑보다 더 인정받고 있는 그대로 사랑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럴 수 있었던 이유가 궁금해졌다. 솔직히, 현재 '퀴어'를 말하려고 하면 많은 사회적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쉽게 공론화하기 어렵고 또한 그렇게 하기 위해 감수해야 하고 거쳐야 할 난관이 참 많은 것이 사실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퀴어에 대한 낙인, 차별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 속 이야기를 그저 고전 속 이야기로만 보고 넘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고전에서도 아무렇지않게 다루어지고 있다면,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지 못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 싶은 마음이라고나 할까.
이 책을 관통해서 자주 나오는 단어, 그래서 신경쓰이는 단어가 있다. 바로 '소년'이라는 단어다. 제우스를 비롯해 우리에게 꽤 익숙한 인물들 사이에서도 이 '소년'에 대한 관심과 애정, 사랑은 지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을 어떻게 생각해보아야할까 싶긴 했다. 만약 이 이야기가 오늘날의 이야기였다면, 이분들을 우리는 뉴스나 신문 기사에서 만나보게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번 더 생각해보면, 신화의 성격이 분명한 작품 속 이야기라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단순히 어린 소년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폭넓게 접근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접근의 가장 근간에는 결국, 이런 류의 사랑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감정인가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신도 인간도, 사랑의 감정은 그 대상을 누구로 두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감정이어야 하느냐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새로운 형태의 고전을 읽으면서 여러분은 현재의 언어와 지식을 과거에 적용하려고 애쓸지도 모른다. 우리가 자기 정체성을 표현하는 용어들을 과거에 대입하기란 쉽지 않은데, 각 용어에 고유한 역사적 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대인에게 오늘날과 같은 겸(게이, 바이셀슈얼, 퀴어, 트랜스)이 없었을지는 몰라도, 인간성의 본질로 말미암아 우리는 연관성을 찾게 되고, 당연히 신중하게 연결고리를 이을 수 있다.(14쪽)
왜 저자가 이렇게 이야기했는지, 이 책을 다 읽고 알았다. 결국, 오늘날의 용어로 과거를 제단해 잘라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용어만으로 모두 규정할 수 없는 맥락이 존재하며, 그 맥락 안에 분명 이어져오는 이들의 사랑이 있었다는 것만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 사랑은 어느 누구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지극히 자연스럽고도 아름다운 감정이었다는 것. 다른 시선이 끼어들지 않아도 되는, 각 부분에 충분히 내재되어 있던 감각이었다. 그걸 알아챌 수 있기만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우리가 고전에서 답을 찾으려는 이유를 이 책을 읽으며 한번 더 알았다. 고전을 통해 지금의 우리를 다시 엿볼 수 있다는 것이 감동적이었다. 이래서 고전이구나 싶기도. 그리고 이렇게 '퀴어 로맨스'라는 이름으로 고전을 만날 수 있게 된 것도 큰 행운이었다. 나의 생각이 한뼘 더 자랐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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