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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아이는 조각난 세계를 삽니다
- 윤서
- 15,300원 (10%↓
850) - 2025-02-19
: 2,905
#내아이는조각난세계를삽니다 #윤서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0기 #서평단 #서평 #책추천
우리 사회는 여전히 선을 긋는 사회구나 하는 씁쓸함이 밀려왔다.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 안에 사람을 구분하고, 그 경계의 선을 넘지 못하도록 가두는 사회. 그런 사회가 내가 살고 있는 사회라는 현실이 안타깝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이런 현실에서 늘 힘이 빠지는 건, 그런 사회를 바꾸고 변화시키기에 개인은 무척 약하다는 것이다. 소수, 개인, 그리고 당사자는 힘을 잃고 사회의 거대한 구조 안에 끼워진 채 살 수밖에 없다는 자조적인 기분까지 들었다. 우린 어떤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를 바라고 있는가, 우리가 원하는 사회의 모습을 구성원이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물리적으로 환자를 돌볼 사람이 가족밖에 없다면, 가족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사적 구조에만 기대는 돌봄의 지속 가능하지 않다. 마을이, 사회가 조현병 환자의 돌봄을 나누지 않는다면 뉴스에서 접할 수 있는 심각한 사건이 만연해지는 현실이 될 것이다. 가족이 환자를 '독박 돌봄'하라는 요구는 버티다가 쓰러지라는 말과 다름없다.(76쪽)
'독박 돌봄'이란 말이 눈이 확 들어왔다. 아. 우리 사회는 이렇게 돌봄을 개인의 책임으로 오롯이 돌리는 사회였다. 어떤 돌봄이어도 마찬가지였다. '돌봄'이란 이름이 붙은 모든 것이 모두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까지만 가능한 것이다. 나무 씨의 가족이 여러 번 이사를 다니고 병원을 옳기고 또 주변 사람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따돌림을 당했던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함께 돌보았던 지점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어떤 제도고 어떤 체계도 이들의 삶이 깊이 관여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특히 저자가 내내 떨치지 못했던 자책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사회에서 특히 어린 자녀에 대한 모든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고, 사회는 몰아붙이니까.
조현병 당사자에게 일상을 유지하는 것은 약물치료 다음으로 중요하다.(...) '괜찮은 하루였다. 오늘도 나는 괜찮았다'라는 스스로의 평가가 당사자의 자존감을 유지하게 한다.(170쪽)
그런데 이것이 과연 당사자에게만 중요한 걸까. 병의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의 자리에서 자존감을 유지하고 '괜찮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매우 필요한 마음이지 않을까. 나를 저 문장에 대입시켜 생각해본다. 나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우리가 병의 이름만을 보고 그 이름 안에 존재하는 진짜 사람은 잊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봐야 한다. 병과 상관없이, 일상적인 삶을 유지하고 살아내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삶의 숙제이니까. 나도 여전히 나의 하루가 무사히 잘 유지되고 괜찮았다고 말하는 일상을 살아내고 싶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 스스로 안정감을 얻고 싶다. 그러니 꼭 나무 씨만의 이야기는 아닐 듯,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것이 현혹될 이유가 없다. 이건, 그저, 삶일 뿐이니까.
결국, 다른 시선으로 다른 삶이라고 미리 제단하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쉽게 선을 긋고 구분하려는 못된 습관을 버려야 한다. 각자는 각자만의 다른 특성과 성격을 가지고 살아간다. 조현병도 그런 특성 중에 하나라는 인식이 중요할 것 같다. 태화샘솟는집에서 하듯, 다른 사람이 갖고 있지 않은 특성 한 가지를 더 가지고 있다는 태도는, 다름을 인식하고 인정하는 그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무의 치료에 있어서 어쩌면 '자존감'이 가장 효과적이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사람들의 존중과 지지를 수용하는 감각이 증상을 완홯는 데 가장 중요한 치료제가 아니었을까.(65쪽)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지지하기. 누구와도 비교할 필요 없는, 온전한 한 사람으로 늘 응원해주기. 친구가 되어주고 또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함께 갖기. 이 책을 통해 많은 걸 배우게 된다.
나무 씨가 '일하고 사랑하는 것'을 잃지 않고 잘 살아내기를 마음으로 응원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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