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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는 게 없던 척척박사 후안에게 닥친 끝없는 시련과 ...
- 박연철
- 16,020원 (10%↓
890) - 2024-12-30
: 1,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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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무척 길다. 내가 갖고 있는 책 제목 중 가장 길지 않을까 싶다. 나중에 어떤 그림책을 읽었냐고 누가 물어봤을 때 한 글자도 안 틀리고 잘 얘기해줄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따져보고 시작해야겠다. 일종의 분석이라고나 할까. 그래야 나중에라도 잊지 않고 잘 얘기할 수 있지. 다른 말로 공부 혹은 암기라고 해도 되겠다.
<모르는 게 없던 척척박사 후안에게 닥친 끝없는 시련과 고난에 대하여>는 우선 '후안'의 이야기다. 후안은 스스로 자신을 '척척박사'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모르는 게 없'으니까. 그래서 '모르는 게 없던 척척박사 후안'이다. 헌데 여기에서 주목해야 한다. 모르는 게 '없는'이 아니라 '없던'이다. 과거형이다. 이 말은,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거다. 지금은 모르는 게 있다는 뜻이다. 그런 후안에게 일이 생겼다. '시련과 고난'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그런 시련과 고난이 '끝없'이 생기는 거다. 끝없다는 말은 말 그래도 계속이란 뜻이다. 계속 시련과 고난이 '닥친'다. 그런 후안에게 대한 이야기다. 우아! 제목만으로도 너무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후안이 누구인지도 궁금하고, 어떻게 해서 척척박사가 되었는지도 궁금하고, 그런 후안에게 닥친 시련과 고난이 무엇인지도 궁금하고, 이 시련과 고난을 후안은 어떻게 해결했는지도 궁금하다. 우아! 제목만으로도 할 얘기가 무진장 많다. 이럴 수 있나! 표지를 넘기지 않고도 이야기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이 책, 시작부터 무척 흥미진진하다.
"이 책을 펼까 말까 고민하고 있나요?
그럼 당신도, 끝없는 딜레마의 세계에
들어설 준비가 되었습니다."
뒷표지에 적혀있는 문구다. 앗!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지? 표지만으로도 한참을 이렇게 저렇게 궁리하고 생각하고 살펴보느라 책을 넘겨 펼치지 못하고 있는 그 마음을 단박에 눈치채고 딱 맞는 말을 하고 있다. 정말, 기가 막힌 책이구나 싶다. 그리고 눈여겨 볼 단어가 보인다. '딜레마'. 아, 이 단어를 제대로 확인해봐야겠다 싶다. 사전적 의미로는 '선택해야 할 길은 두 가지 중 하나로 정해져 있는데, 그 어느 쪽을 선택해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곤란한 상황.'이다. 딱이다! 둘 중 하나의 답을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둘 중 무엇을 선택해도 찜찜하다. 완전한 답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무엇을 선택해도 곤란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말이다. 머리를 아프게 하는 지점이다. 가끔 아이들과 대화하다보면 이런 말을 할 때가 있다. 딱 떨어지는 답이 없는 문제가 제일 어렵다고. 그래서 수학은 괜찮은데 국어는 어렵다고, 아이들이 하소연할 때가 있다. 아, 이런 느낌인가보다 싶다. 헌데 이건 철학의 문제라서 한 차원 더 높다.
"후안,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드디어 나왔다! 후안을 딜레마에 빠지게 한 그 첫 번째 질문! 그런데 너무 낯익은 질문이다. 어렸을 때 한 번 쯤은 받아 본 질문이기 때문이다. 엄마와 아빠가 있는 아이라면 이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게 딜레마구나, 한번에 알아챘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말 제목대로다. 척척박사라도 이 질문에는 답을 쉽게 할 수가 없다. 이유는, 답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까. 딱 떨어지는 답을 갖고 있는 질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과연, 척척박사는 어떤 사람일까? 또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무엇이든지 묻는 대로 척척 대답해 내는 사람.'이 척척박사다. 앗, 그렇다면 후안은 척척박사가 아니었나? 어쩌면 여러 방면의 척척박사가 있을 텐데 후안은 딜레마 쪽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니 '시련과 고난'에 빠졌지.
"후안, 뭔가 어려울 때는 네 안을 곰곰이 들여다보렴.
해답은 그 안에 있을 수도 있단다."
과연 나라면 어떤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과연 이 문제는 여섯 살의 후안이었기 때문에 겪은 시련과 고난이었을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지금의 나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나도 망설이고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한참 고민할 테니까 말이다. 이건 나이의 문제도, 경험의 문제도 아니다. 그저 이런 질문을 어떤 태도로 받아들이느냐의 문제. 그리고 어떤 자세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인가의 문제다. 그런 면에서 후안은, 해답을 찾을 수 있는 태도와 자세를 찾은 듯하다. 그렇다면, 나도 질 수 없지! 나도 이런 문제에 어떤 해답을 찾아 나갈 것인가, 그 태도와 자세를 찾아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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