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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7070님의 서재
  • 불편한 점심시간
  • 렉스 오글
  • 14,220원 (10%790)
  • 2025-01-20
  • : 620
#불편한점심시간 #렉스오글 #정영임 #다봄 #다봄어린이문학쏙 #서평단 #서평 #책추천

제목도 <불편한 점심시간>인데, 읽는 내내 내 마음도 참 불편했다. 이 이야기를 끝까지 잘 이루어낼 수 있을까 스스로 염려하면서 읽었다. 중간에 멈추고 책을 덮기도 했다. 이야기일 뿐이라고 스스로 마음을 다독였지만, 작가의 실제 이야기가 담겨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그저 단순히 급식을 무료로 먹는다는, 그리고 가난을 스스로 인정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밝혀야한다는 불편함만이 아니었다. 한 아이를 둘러싼 어른들의 태도, 말, 행동, 그리고 모든 환경이 과연 아주 작은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인 것인가에 내내 마음이 불편했던 것이다. 그리고 사실은, 다양한 폭력 안에 너무도 쉽게 노출되어 있으며, 그런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서 순간순간 무섭고 떨리기도 했다. 어른이 되어 읽는 이야기임에도 공포심에 심장이 두근거렸다고 하면 이상할까. 그러면서도 이 아이가 어떻게 그 다음을 살아내고 또 어른이 되었을까가 너무 궁금해 책을 손에서 쉽게 놓을 수는 없었다.

그때 난 깨달았다.
'엄마가 망가졌구나.'
모르겠다. 엄마가 이런 성격으로 태어난 건지, 무언가 쭉 엄마의 성격을 망가뜨린 건지. 어쩌면 가난해져서 엄마가 망가졌을 수도 있고, 어찌 됐든 엄마가 무너진 건 확실했다. 엄마의 인생이 이렇게 흘러가는 한 엄마는 영영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내 마음껏 엄마를 싫어할 수가 없다. 엄마는 우리 엄마니까.(...) 이제 엄마와 싸우는 걸 그만둬야 한다. 엄마를 도우려고 애써야 한다.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알았으면 좋겠다.(266-7쪽)

아, 하는 탄식이 저절로 나왔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었을까. 나와 비교해봐도, 어느 누구와 비교해봐도 이 상황에서 이런 생각을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화가 나고 아프고, 속상하고 억울한데도, 자신보다 다른 사람의 모습을 먼저 봐줄 줄 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그것도 그 많은 폭력을 보여준 엄마에게. 그저 가족이라는 이유로 감싸안을 수밖에 없었다는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었다. 이건, 렉스 오글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생각과 판단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 어른들이 자주 하게 되는 말이 떠올랐다. '잘 컸네.'

"그래. 이 바보야. 모든 상황을 단정해서는 안 돼. 이 봐, 누구에게도 완벽한 인생은 없다고. '완벽한 인생' 그런 거 따위는 존재하지 않아. 그건 그냥 머릿속에 존재하는 말뿐이야."(316-7쪽)

이게 중학생들 사이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가 싶어 당황스러웠다. 애어른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 피식 웃었다. 다른 사람을 보며 나와 다른, 그래서 더 나아 보이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은 머릿속에서만 만들어내는 허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경제적인 능력에 따라 어느만큼의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는가도 물론 중요하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가 또 흔히 하는 말에, 부자라고 다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모두 불행한 것은 아니며 어떤 생각과 태도로 살아낼 수 있는가에 따라 삶을 대하는 마음과 태도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렉스는 자기 스스로 이것을 너무 잘 알아챈 것이다.

렉스의 시간은 마치 어둡고 긴 터널 속을 걷는 시간과 비슷했다는 생각이 든다. 저 끝에 불빛조차 보이지 않는 것 같은 깜깜함 속에 놓여 그저 앞으로 걷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이 렉스에게 있었다. 하지만 다행이었던 건 그런 렉스에게도 함께 걸어줄 수 있는, 손을 잡아주고 무서움을 견딜 수 있도록 해준 이들이 주변에 있었다는 거다. 늘 든든하게 할머니가 계셨고, 보살펴줘야하는 동생이지만 또한 사랑스러운 포드가 있었고, 먼저 다가와 친구가 되어 준 이든이 있었다. 물론 신경질적이고 폭력적이었지만 엄마와 샘 아저씨가 계셨고, 편견으로 학생을 온전히 평가하지 못했던 윈스테드 선생님도 계셨지만, 이들 또한 결국 렉스가 스스로 잘 걸어나갈 수 있도록 이끈 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렉스는 혼자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혼자에게만 불행이 닥쳤다고 괴로워하고 힘들어 했지만, 사실은 혼자에게 닥친 불행이 아니었고 이런 불행마저도 함께 이겨낼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주변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렉스는 이 시기를 극복하고 홀로 당당히 자신을 세울 줄 아는 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렉스 스스로 갖고 있는 본성과 마음이 누군가를 힘들게 하거나 괴롭히는 쪽에 있지 않았다는 것도 한몫 했다. 어느 누구도 고통받지 않을 수 있기를 바라는 착한 마음이 렉스 스스로를 이 긴 터널에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것이다.

계산원을 마주했지만, 계산원을 재촉하지 않고 소리치거나 짜증을 내거나 답답해하지 않았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끄덕. 이제 난 새 출발을 할 준비가 되었다.(321쪽)

어떤 어른으로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고 도와주어야 할까. 힘들지 않은 척 감추려 노력하며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발버둥치는 아이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살며시 다가가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최소한 혼자 힘들어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그 아이의 곁을 가만히 지켜주는 것부터가 시작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아이와 눈을 맞추고 인사를 나누며,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다정하게 웃어주는 것부터 하면 좋을 것 같다. 올 3월에는 웃으면서 시작해야겠다. 누구에게라도, 활짝.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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