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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7070님의 서재
  • 우리의 여름에게
  • 최지은
  • 12,600원 (10%700)
  • 2024-06-07
  • : 10,305
어제 오전에 잠깐 비가 오더니 곧 갰다. 그리고는 다시 점점 더워지고 있다. 이제 금방 여름이 오려나보다. 오늘도 최고 기온이 영상 27도. 곧 30도가 되고 40도가 되겠지. 무척 더워질 것 같은 이번 여름이 오히려 반갑다고 하면 내가 이상한 걸까. 왠지 이 책을 읽고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름이 오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겠다는 생각. 그리고 시인에게는 더욱 여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상 나도 그랬으니까.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이 좋았고, 강하게 내리꽂듯 내리는 비도 좋았으니까. 여름이 되어서야 비로소 겨울과 봄을 지나온 내가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그래서 그런 여름을 좋아하게 되었으니까.

우리가 다 아는 소설 <데미안>(헤르만 헤세)에 이런 부분이 나온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이번 에세이는 시인에게 아브락사스이지 않았을까. 그런 의미이지 않을까.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알을 깨고 나오는 과정. 시인에게 시가 또한 아브락사스였을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시인의 이야기가 슬프거나 안쓰럽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과정을 담담하게 스스로 적어나갈 줄 아는 시인의 그 마음이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시인을 바라보는 조금 더 어른의 시선일 수도 있다. 이미 시인은 어린 시절에 벌써 깨고 나와 너무도 일찍 어른이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깨야 할 알을 수없이 갖고 있는 나로서는 이렇게 하나씩 깨나가고 있는 시인의 모습에서 오히려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담담하게 써 내려가는 글은 시인이 순간순간 알아채가는 자신의 마음이고 또한 진실이었고, 그런 진실을 하나씩 알아보는 나의 마음 또한 함께 알을 깨는 순간순간이었다. 내가 아직도 깨고 나가야 할 많은 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이면 될지를 가만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시인은 또한 '사랑'이라고 강조해 말했다. 사랑 맞다. 어느 곳 하나 사랑이 아닌 곳이 없었다. 할머니와 아버지, 후배와 언니들에 배우자까지. 그리고 늘 곁을 맴도는 검은 개와 흰 개, 그리고 계수나무 숲까지. 시인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사람과 장소와 시간이 모두 사랑이었다. 그 외에 다른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사랑을 우리가 함부로 결론내릴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인이 고백하고 있는 시인의 말과 마음과 생각이 모두 옳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그 마음 그대로를 응원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인의 시집을 다시 꺼내 읽어야겠다. 그리고 잠시나마 좋은 날씨의 햇빛을 맞으러 산책을 다녀와야겠다. 걸으며 살짝 땀이 나도 좋겠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걸어봐야겠다. 기분이 한결 좋아질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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