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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7070님의 서재
  • 노무현과 함께한 1000일
  • 이정우
  • 22,500원 (10%1,250)
  • 2024-05-20
  • : 9,950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 중이었고, 거실 TV 앞에서 아이를 품에 안아 재우며 한참을 울었다. 그때 그 아이가 지금 고1이다. 그만큼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노무현 대통령의 존재감은 여전하다. 이렇게 오래도록 남을 수 있는 사람은 그만큼의 특별함이 있겠지 싶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물론 그 전에도 늘 들어오던 성품으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특별하다는 말보다 지극히 인간적이었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 그 인간적임으로 그 험난한 일들을 해내기 위해 무수히 많은 시간이 고뇌와 고난 속이었겠구나 싶다. 그리고 이만큼의 그릇이어야 가능한 자리와 위치가 있는 것이고 그런 면에서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노무현이라는 사람과 참 잘 어울렸다는 생각도 들었다.

유서에 나오는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라는 구절이 내 머리를 때렸다.(397쪽)
노 대통령도 독서를 좋아했고, 위원회를 설치해 학자들과 대화했다. 정책을 만들 때도 눈앞의 인기보다 논리적 타당성과 진정 국민을 위한 정책인지를 따졌다.(398쪽)

책 좋아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 어떤 문제에 대한 답을 생각해내지 못하고 답답할 때 책을 찾는다는 것, 책에서 답을 구하고 책을 통해 다른 이들과 소통하며 그 답이 옳은가에 대해 판단한다는 것. 그래서 책 좋아하는 사람들 주변에는 역시나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그런 사람들이 책으로 나누는 이야기 속에 발전적인 비전에 담기게 된다는 것. 그래서 소망하게 된다. 자신의 일이 끝나고 난 후 책과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소망. 그 소망을 미처 이루지 못한 노무현 대통령과 그 꿈을 이룬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겹쳐 떠오른다. 봉하책방과 평산책방이 함께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까지.

이 책을 읽고 문득, 정치적이라는 말을 우린 어떻게 쓰고 있나 싶었다. 사전에는 '정치와 관련된 것.', '정치의 수법으로 하는 것.'이라고 나온다. 그리고 정치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가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의 뜻을 갖고 있다.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정치적'이란 말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라든지 권력을 획득하고 행사하는 활동에 초점을 두는 경우와 인간다운 삶 영위나 상호 간의 이해 조정,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에 초점을 두는 경우다. 저자가 때때로 말하던 첫 만남에도 대뜸 반말을 했다는 대통령과 늘 친절했다는 노무현 대통령을 이 두 초점 중 어디에 두고 바라볼 것인가를 생객하봤을 때, 답은 금방 나온다.
지금까지 '정치적'이란 말을 좋은 뜻으로 사용한 적이 별로 없다. 그건 지금까지 보여준 우리나라의 정치가 이유일 것이다. 불신 가득한 국민으로 만들어 준 장본인이니까. 하지만 모든 정치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몇 명의 대통령이 있었고, 그러기 위해 어떤 과정 속 치열함이 있었는지가 이 책에 잘 담겨 있는 것 같다. 이전에 <대통령의 글쓰기>(강원국, 메디치미디어)를 읽고 강연을 들으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단 한 마디도 그냥 나오는 것은 없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싸우고 나서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주 사소해보일 수 있는 단어 하나 표현 하나였다. 모든 결정이 이리도 힘들어서야 대통령 어떻게 하나 싶을 정도였는데, 이 책은 더했다. 그나마 기록이기 때문에 몇 분의 일로 압축하여 적었을 것을 감안한다면 그 어마어마한 시간과 노력과 치열함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 그 숨어 있던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무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무게감을 유머로 승화시켰던 노무현 대통령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을 생각하고 주변을 돌아볼 줄 알고, 때론 고집을 꺾지 않았던 인간적인 대통령. 그리고 그 옆을 충직하게 지켰던, 믿음직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정치는 대통령 한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는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다. 당연하지만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을 읽으며 참 극한직업, 삶을 깎아 희생하려는 마음 없이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무게감의 직업이구나 싶었다. 이들에 대해 쉽게 말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정치를 한꺼번에 묶어 비판하곤 했던 나를 반성하면서.

덧-
그 바쁜 와중에 이런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는 것도 대단한 것 같다. 단 몇 줄의 일기를 매일 남기는 것조차 힘들어 가끔 밀리기도 하는 나로서는 더더욱. 아마도 학자이기에 가능한 의무감, 책임감이지 않았을까. 역사의 한 부분을 담당해야한다는 묵직한 마음이 느껴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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