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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감동을 받은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른 이를 설득할 수는 없다. 다른 사람은 다 웃는데 나 혼자 울음을 터뜨릴 수도 있다. 오직 내게만 섬광처럼 꽂혀 가슴을 흔들어 놓는 것. 뭔가에 찔린 상처처럼 아파 오는 것. 그것을 롤랑 바르트는 '풍크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살아온 날의 기억을 간직한 채 지금 이곳에 서 있는 내가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작품의 세부에 시선이 가고 흔들리고 감동하는 것. 그 감동이 순전히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오는 것이기에 다른 이는 공감하기 힘든 것. 그래서 그런 내 감정을 다른 누구에게 설명할 수도 없는 것. 그것이 바로 바르트가 말하는 '풍크툼'이다.

이렇게 작품에서 말하는 감동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내게는 말할 수 없이 소중하지만 남들에게는 하찮은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는 것이다.20

 

 

 

 

태양 아래 그대들 신보다

더 가련한 존재를 나는 알지 못하오!

가련하게도 그대들은

희생 제물과

기도를 바치는 입김에서

그대들의 위엄의 자양분을 얻을 뿐이오.

- 괴테의 <시와 진실> 중 26

 

 

 

 

작품은 작가가 만들지만 감상의 측면에서 보자면 이것은 보는 이의 심리를 반영한다. 그녀의 작품은 아프다. 상처가 그대로 느껴지는 것만 같다. 35

 

아나 멘디에타. 신체적 특성

 

 

 

 

 

시간이 흐르고 해변의 가장자리에 만들어진 멘디에타의 몸 윤곽선 안으로 파도가 치면서 바닷물이 찼다가 빠져 나간다. 그에 따라 그 실루엣을 채우고 있던 핏빛 물감이 물과 함께 쓸려 나간다. 36 

 

 

아나 멘디에타, 멕시코에서의 실루엣 작업 

 

 

궁금증이 일었다. 왜 나는 그녀의 작품이 이렇게 아플까? 지금 우리가 보는 것처럼 그녀의 몸은 예술적 도구이자 개념적 언급이다. 여성의 형상을 담은 흔적이며 낸시 스페로의 표현을 따르자면 "보편적인 여성 형상의 양식화된 상징"이다. 사람들은 이 작품들이 고통받고 인내하는 여성의 전형적인 표식으로서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한다. 나는 그런 객관화된 학문적 언어로 그녀의 작품을 볼 수가 없다. 42

 

 

 

 

 

 

 

 

 

 

질리언 웨어링, 사진 연작  Signs that Say What You Want Them To Say and Not Signs that Say What Someone Else Wants You To Say 중

 

이것은 작가가 길거리에서 만난 평범한 사람들에게 "남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본인이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어 달라"고 요청한 결과물이다. ..... 어쩌면 우리 모두는 저 청년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64

 

 

 

 

 

 

 

 

 

현대 미술은 자주 우리를 곤경에 빠뜨린다. 일상의 사물을 예술이라고 버젓이 제시하는가 하면 아무것도 걸어 놓지 않은 텅 빈 공간을 작품이라고 우기기도 한다. 어쩌라고, 하는 탄식이 터져 나오는 시기를 거쳐 그들의 의도를 파악하고자 애를 쓰다 보면, 매번은 아니라 할지라도 가끔은 무릎을 탁 치게 되는 경우가 있다. 99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 완벽한 연인

 

 

 

 

 

 

따지고 보면 슬픔은 형체가 없는 것이므로 추상미술에서 감정을 느끼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119

 

 

 

 

줄리언 반스는 <플로베르의 앵무새>에서 이렇게 쓴다.


그리고 틀림없이 슬픔을 이겨 낼 것이다. 1년이나 5년 뒤에. 그러나 기차가 굴속을 빠져나와 태양이 빛나는 초원지대를 지나 빠르게 덜컹거리며 영국 해협으로 내려가듯 그렇게 당신이 슬픔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아니다. 갈매기가 기름투성이 물에서 빠져나오듯 당신은 슬픔에서 빠져나온다. 당신에게는 일생 동안 온몸에 타르를 칠하고 새털을 붙여 달고 돌아다니는 것과 같은 아픔이 남는다.

120

 

 

 

 

 

 

 

에바 헤세, HANG UP 

 

그림틀과 틀에 연결되어 있는 관을 통해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두 개의 빈 공간을 바라보게 만든다. 얼핏 차가워보이는 작품이지만 그 안에는 소외되고 가려졌던 것들의 격렬한 슬픔이 담겨 있는 듯하다. 131

 

 

 

 

 

나이 든 사람들이 아련한 표정으로 젊음을 떠올리며 향수에 젖는 것은, 실은 그들이 젊었을 적 자신의 행동과 모습의 추한 면을 잊고 있기 때문이다. 180

 

 

 

 

 

 

현대미술은 감정을 움직이기보다는 지적인 놀이에 열중하는 경향이 있다. 요즘에는 작품 하나 보는 데 너무 많은 철학적 지식을 요구한다. 물론 나는 개념적인 작품들을 좋아하고 기꺼이 그 지적 유희에 동참하곤 하지만 허구한 날 그런 작품들만 보라고 한다면 정중히 사양할 것이다. 204

 

 

 

 

에곤 쉴레, 해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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