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티오 출판사를 검색해보면 세 권의 책이 뜬다. 모두 철학에 비중을 둔 인문서로서 표지가 이채롭다. 혹종의 결기마저 느끼게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강유원의 첫 책이나 콘퍼드의 예상하지 못했던 책의 내용들은 외관과 부조화스럽지 않다. 화려한 겉모습의 인문서 신간 틈바구니에서, 그 독특함이 눈에 또 밟혔다.
이 책의 미덕은 어느 소시민(저자)의 사소한 일상(소설가 구보씨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홍상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하는)이 철학적인 개념이나 문학작품과 어우러지며서 새로운 의미를 자아내는 데 있다. 즉 정치적인 것의 개념, 마음의 존재, 인간의 유한성, 진리와 사회 정의의 문제 등 만만치 않은 문제들을 철학자 로티의 개념을 통해서 환기시키기고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과 철학의 대화를 시도해서 어떤 메세지를 전달하려고 시도한 책들이 없는 것은 아니나, 로티의 사유와 논리를 피상적으로나마 이해하고 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신간이었다. 다만 이해하기가 만만치 않은 '아이러니스트'의 개념과 관련해서 궁금한 것은, 삶의 역사적 '우연성'을 수용하는 '자유주의적 아이러니'의 태도가 상대주의의 순환에 빠지는 것은 아닌가, 에 대한 것인데 절판된 로티의 책을 찾아볼 일이다.
이유선의 책을 읽고 곧바로 다시 꺼내본 책은 김영건의 [철학과 문학비평, 그 비판적 대화](책세상, 2000)였다. 철학적 사유와 논리로 문학비평의 논리를 비판적으로 살펴보는 이 책은 소위 강단철학과 문학비평에 대한, 견고한 내공이 느껴지는 책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유선의 책과 서술의도는 다르지만 함께 읽어보면 철학과 문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