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의 외뢰움에 흐느끼다
하늘바람 2025/11/15 15:25
하늘바람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물고기의 외로움
- 마리아 호세 페라다
- 14,400원 (10%↓
800) - 2025-10-30
: 280
『물고기의 외로움』을 읽고
면지의 푸른색 그림을 보고 갑자기 숨이 턱 막혔다. 내 어린 날이 외로움을 누가 따라 한 거지? 성냥갑은 집, 엄마 화장품 병도 집, 기다린 병은 전봇대. 단추들은 사람. 건물이 점점 늘어나 온 방안을 가득 채우며 놀았다. 내 딴에는 마을이고 친구고 이웃인데, 엄마는 누굴 닮아서 저렇게 깔끔하지 못하고 난장판이냐 소리를 하셨다. 그러나 그때는 놀이가 끝나면 다시 모두 제자리로 돌아갔다. 상자는 상자로, 화장품은 화장품으로, 단추는 단추로. 외로운 나는 다시 외로운 나로.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누군가 대신 들어줬으면 싶은 미음들. 어릴 땐 무심코 아무 데나 전화를 걸기도 했다.
『물고기의 외로움』은 그 마음을 아주 미세하게 톡톡 건드리며 보여주었다. 그 마음은 일기로도 쓰기 힘들어 표현하지 못했는데 이 책을 보고 너무나 놀라웠다.
도시를 짓는 아이, 방 안의 은하, 눈물 속을 유영하는 하얀 물고기. 이 이야기의 이미지는 현실보다 비현실에 가까운데, 외로움, 고독을 견디는 방식은 너무 현실적이었다.
책 속 아이는 밤마다 머리에 엉킨 별을 풀어내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 도시가 겨울이라는 말이 아프게 와닿았다. 자신의 온도를 잃어버린 사람의 감정이 이런 모양일까 싶었다. 그래도 아이는 하늘에 구름을 그려주고, 창문을 상상해 준다. 창문이 없나? 누군가에게 주는 작은 배려가 사실은 나를 버티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이 책은 아주 조용히 보여준다….
특히 할머니의 말. “다 지나갈 거야. 지나가.”
살아 보니 지나가긴 한다. 과연 이 순간이 끝나기는 할까? 했던 시간이 있었는데 나는 그 시간을 지나서 다른 시간에 서 있다. 지나간 거다.
할머니가 털실 뭉치를 식탁 위에 놓는 장면과 지나간다 지나가. 매 순간 한 올 한 올 잘 떠야 하고 정성 들여 떠야 한다. 힘을 더 주어도 안 되고 덜 주어도 느슨해도 팽팽해도 안 되고 한결같이 비슷한 에너지를 드려야 하는데 그 순간이 모여 스웨터가 되는 것처럼 지나간다. 누군가가 내 삶의 한 귀퉁이에 조용히 털실 한 무더기처럼 놓여 있는 느낌. 말보다 물건이 먼저 건네지는 위로. 그 마음을 책이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야기 후반에 아이는 궁금해한다. 자기처럼 머리의 별을 풀고, 도시를 짓는 다른 존재가 있을까. 그 호기심은 외로움의 또 다른 형태라고 느꼈다. 혼자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 혹은 누군가와 같은 방식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싶다는 바람.
나는 어떤 도시를 짓고 있을까. 내 눈물 속에는 어떤 물고기가 잠들어 있을까. 그 물고기는 하얀색일까. 아니면 색을 잃어버린 지 오래된 걸까.
그림도 책의 감정을 잘 받쳐 준다. 칼날처럼 날카롭지 않고, 물속처럼 말랑한 질감이다. 색이 많지 않은데도 공간이 풍부했다. 정적 속에 기어이 살아있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설명보다 여백이 많아서, 독자가 자기 마음을 가져가 채울 수 있는 그림이었다.
책을 덮고 나서 묘하게 마음이 따뜻했다. 온도가 크게 변한 것도 아닌데, 찬물에서 미지근한 물로 옮겨진 느낌이었다. 할머니의 말처럼, 모든 것은 지나간다. 지나가고, 다시 온다. 그 사이에 사람은 계속 자기 도시를 짓는다. 엉킨 별을 풀고, 눈물을 닦고, 작은 창문을 상상한다….
이 책은 그 과정을 잊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다. 누군가의 외로움 속에서 물고기 한 마리가 조용히 헤엄치고 있다는 사실을.
작가 마리아 호세 페라다의 말 중에 삶이 쉽지 않은 곳에 사는 어린이들에게 라는 부분에서 눈물이 터졌다.
최선을 타해 삶이 쉽지 않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