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움은 도미노가 된다
하늘바람 2025/07/3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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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지?
- 이범재 글.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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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 - 2024-02-05
: 341
#누구지?
#이범재
#계수나무
#공존
#이웃
#고마움의도미노
#플로깅
"누구지?"는 눈 내린 숲속 마을에서 시작된다.
토끼는 아침 일찍 일어나 하얗게 쌓인 눈길을 부지런히 쓸며 친구들이 다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림 속에 토끼가 쓴 눈길이 나온다. 아 이렇게 많이 쓸었구나!
예전에 언덕길에 살았던 때가 떠올랐다.
눈이 온 날 새벽같이 나가서 평지까지 눈을 다 쓸었다.
힘이 들기도 했지만 누군가 미끄럽지 않은 길을 걸었다 생각하니 조금이라도 더 쓸고 싶었다. 그 덕은 누구보다 가족들이 입었다.
엄마 누가 저 아래까지 눈을 다 쓸어서 학교에 미끄러지지 않고 갔어.
엄마가 쓸었지. 지나가는 사람들 넘어지지 말고, 우리 강아지 넘어지지 말라고.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는데 표정엔 기쁜 빛이 있었다. 누군가를 위한 작은 배려는 삶의 소소한 기쁨이 된다.
토끼가 눈을 다 쓸고 집에 돌아와 보니 문이 고장 나 있다. 당황한 토끼 앞에 곰이 나타나 문을 고쳐주고, 토끼는 “고마워” 인사를 건넨다. 하지만 곰은 말한다. “나보다 까치에게 고마워해야지. 까치가 네 문이 고장 났다고 알려줬거든.” 토끼는 까치에게 가고, 까치는 여우, 여우는 노루, 노루는 멧돼지에게 감사의 이유를 돌린다. 그리고 멧돼지는 마침내 말한다. “그런데 말이야, 그 모든 시작은… 눈길을 깨끗이 치운 그 친구 덕분이야.”
토끼는 기분 좋게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와,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고마워!”라고 말한다. 이 장면은 이 책의 핵심이다.
누군가를 돕고 나면 꼭 보상을 받아야 할까? 누군가의 선한 행동은 돌고 돌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시 자신에게 따뜻함으로 돌아온다. 이 책은 그 과정을 반복적 구조로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독자에게 체득시킨다. 배려가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이 이야기에 누가 반하지 않을까?
착한 마음이 만든 착한 하루, 그 하루가 또 다른 누군가를 도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순환의 이야기. 아이는 이 책을 통해 고마움이 어떻게 생기고, 어떻게 이어지고, 결국 어떻게 자기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지를 감각적으로 체득할 것이다. 이야기의 반복 구조는 리듬감을 주고, 각 동물들의 행동은 위계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다.
그림 역시 따뜻하고 섬세하다. 모두가 섬세하고 모두가 평등하고 서로가 서로를 돌보고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인다. 빨간 머리를 빗질하는 멋쟁이 노루에게 머리가 그게 뭐니?하고 말하는 이는 없다.
눈 덮인 숲은 차갑기보다 포근하고, 동물들의 집은 아기자기하며 동물들 하나하나의 표정이 살아 있다. 특히 눈길 위의 발자국은 마치 고마움의 발자취처럼 이야기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이어준다.
오른쪽 페이지 길 위에 마치 사건의 전말을 추적하듯 보여주는 이야기. 사건은 바로 이 고마움의 시작은 어디였는가이다. 점점 늘어나는 인과 관계의 고마운 순환 고리. 마을, 이웃, 공동체. 그리고 나로 이어지는 공존의 방식이 여기 있다.
책 속 숨은 좋은 일들도 있다. 노루의 나무 옷 입히기. 여우의 플로깅. 이런 장면이 정말 아름답다.
무엇보다 이 책의 압권은 마지막이다.
‘자기 자신에게 고마워하기’. 남을 도운 자신을 잊지 않고, 그 마음을 기억하고, 인정하는 것. 어린이에게도, 어른에게도 꼭 필요한 메시지다. “지금 네가 따뜻한 건, 네가 누군가에게 따뜻했기 때문이야.”
나 역시 누군가의 고마움으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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