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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처럼
  • 산이 웃었다
  • 사라 도나티
  • 13,500원 (10%750)
  • 2022-10-17
  • : 552
“산이 웃었다.”
이 제목은 책의 중반을 넘긴 뒤에서야 비로소 현실이 된다.
산이 어떻게 웃는단 말인가? 하지만 『산이 웃었다』를 끝까지 읽고 나면, 독자는 이 말이 더 이상 비유가 아님을 깨닫는다. 실제로 산은 웃고 있었고, 그것은 산에 발 딛고 선 한 아이가 직접 보고 들은 경험이었다.

주인공 아가타는 도시에서 자란 열두 살 소녀다. 캠핑이란 말만 들어도 짜증이 난다. 낯선 장소, 낯선 아이들, 익숙한 것 하나 없는 풍경 속에서 아가타는 단단히 마음의 문을 닫고 있다. 그런 아가타에게 아빠는 하얀 조약돌 하나를 건네며 말한다. “산이 무척 아름답거든.”

캠핑장은 아가타의 마음을 쉽게 열어주지 않는다. 아이들은 벌써 텐트를 치고 불을 피우고, 지팡이를 만들고 있다. 심지어 얼음 같은 물에 발을 담그는 내기를 하며 웃는다. 아가타는 어른 없이 지하철도 탈 수 있는 도시형 아이다. 그러나 그 능력은 이 숲에선 아무 소용이 없다.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고 나뭇가지를 주우며 어울리는 사이, 아가타는 솔방울을 발끝으로 차며 멀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야영장을 벗어나, 오솔길을 따라 계곡과 바위로 향한다.

이후 이야기는 이 책의 진정한 핵심이다.
아가타는 계곡 위 바위에서 조약돌을 던지며 화를 표현하고, 그 순간 갑작스레 불어온 바람에 휩쓸려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다행히 이끼 위에 떨어져 다치진 않았지만, 그녀의 세계는 완전히 바뀌어버린다.
혼란스러운 순간, 그녀는 꽃과 풀, 나비와 마주하고, 그제야 주변에서 들려오는 낮은 소리, 따뜻한 기운, 살아 있는 땅의 감각을 느끼게 된다.
“사라지는 것들과 남아 있는 것들”이라는 문장은 책의 중심 주제를 상징적으로 압축한다.
삶은 사라짐과 남겨짐의 연속이고, 아가타는 그 변화의 한복판에서 진짜 자연과 처음 마주한 것이다.

그 절정은 산이 웃는 장면이다.
“지진이 난 것처럼 우르릉 산이 흔들렸어요...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요. 산이 웃고 있었어요.”
이 장면은 한 아이가 자연의 존재를 ‘대상’이 아닌 ‘생명’으로 처음 인식하는 순간이자, 책 전체의 가장 강렬한 이미지다. 그 뒤로 아가타는 땅에 귀를 대고, 눈부신 이끼를 보고, 조약돌을 가슴에 품는다. 그리고 길을 찾아 야영장으로 돌아온다.

돌아온 아가타는 더 이상 이전의 아가타가 아니다. 자신이 본 것, 느낀 것을 용기 있게 말할 줄 알고, 아이들과의 자리에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다. 마침내,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딱 맞는 자리”에 앉아 밤하늘을 본다. 그녀는 이제 산을 기억할 것이다. 길을 잃었을 때, 산이 웃어주던 순간을.

이 책은 아가타의 성장 이야기지만, 그보다 더 크고 깊은 질문을 던진다.
자연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우리는 자연을 대상화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곳에 서서, 귀 기울이고, 온몸으로 체험하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목소리를 우리는 얼마나 무시하고 있나?

이 질문은 산황산 이슈와도 직접 맞닿아 있다.
책 속 배경은 이탈리아 아다멜로 산이지만, 이야기의 감각은 산황산과도 통한다.

하지만 지금 그 산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한 번 밀어낸 숲은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 조약돌처럼 반짝이는 감각, 숲에서 울리는 낮은 숨결, 그리고 웃는 산의 얼굴을 다시 만날 수 없다.

『산이 웃었다』는 단지 ‘자연이 좋아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자연은 말하고 있고, 우리는 그 말을 듣는 법을 잊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아가타가 조약돌을 던지고, 눈을 감고, 다시 조약돌을 주워 가슴에 걸기까지.
그 모든 장면은 우리가 숲을 어떻게 대하고, 무엇을 잃고 있는지를 되묻게 한다.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는다면, 꼭 마지막 장면에서 이야기를 나눠보자.
"너는 산이 웃는 걸 본 적 있니?"
혹은 이렇게 물어도 좋겠다.
"다시 길을 잃게 된다면, 어떤 자연을 기억하고 싶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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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도나티
#나선희
#산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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