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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처럼
  • 오늘 하루 어땠어?
  • 김민지
  • 13,500원 (10%750)
  • 2025-04-07
  • : 508
오늘 하루 어땠어?

가족들의 안부를 물어보며 산다고 생각했지만 속상한 마음, 화나는 마음, 부끄러운 마음을 다 말하지 못했다.
말하지 못해도 가족들 마음을 눈치 채고 알고 있는 이가 있다면? 퀴즈처럼 질문을 하면 어떤 답이 나올까? 과연 답을 맞출 사람은 몇이나 될까?
답은 세탁기다.
가족들이 갈아입은 옷과 양말을 빨아주는 우리집 세탁기는 들리지는 않지만 가족들에게 넌지시 묻는다.
세탁기는 건이에게 묻는다. 오늘 하루 어땠어? 축구를 했는데 한골도 못 넣었어. 유치원생 동생에게는 오늘 하루 재미있게 놓았니? 유치원에서 오줌 쌌어요. 아빠의 양말은 설거지까지 마치고서야 세탁기 안에 들어온다. 하루 종일 엉덩이 붙일 시간도 없었다고 양말은 말한다.
누나의 교복은 수학학원까지 다 끝나고 나서야 들어온다. 누나의 교복은 깜빡 졸다가 버스에서 못 내릴 뻔했다고 한다.
세탁기는 마음을 다 들여다본다. 아무 생각이 없어지는 시간, 세탁기 안에서 모두 흠뻑 젖습니다.
세탁기가 돌아가고, 6단계별로 흔들고, 툭툭 털고, 짜며 옷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맑고 보송보송하게 빨아줍니다.
그림책을 보다가 우리집에 있는 세탁기는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내 마음을 세탁기는 알아줄까? 아이들 속사정까지 세탁기는 알아줄까? 왠지 아닐 듯해서 그림책 속 세탁기를 데려오고 픈 마음까지 듭니다.
가족들의 빨래를 하며 마음까지 빨아주고 보송보송 향기까지 입혀주는 세탁기.
우리집 세탁기가 내 마음을 알아준다면, 마음을 털어준다면 생각만 해도 든든합니다.
세탁기가 물어주는 오늘의 안부. 참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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