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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처럼
  • 호텔맨 울프레드
  • 닉 블랜드
  • 12,600원 (10%700)
  • 2023-04-05
  • : 217

그림책 『호텔맨 울프레드』 첫장과 두번째 장을 보면 울컥한다. 

자존심 따위는 버릴 준비가 된 울프레드. 책 한권도 안팔리고 배가 고픈 나머지 호텔에 일자리를 구하러 간 울프레드. 여기까지 보자마자 나는 그냥 내 이야기 같아서 울프레드를 좋아하게 되었다. 좋아하게 된 이유가 그저 나같아서. 나를 빼고는 아무것도 없나 싶지만 내 상황이  딱 그런 적이 많았다. 책이 단 한권도 팔리지 않는~ 이 문장에 얼마나 많은 동네책방과 작가들의 마음이 후달릴까 싶다.

가끔 작가가 되는 길을 포기해야 하나 싶을 때가 있다. 글을 써서는 도저히 생활해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겸하는 것도 쉽지 않다. 글쓰는 길은 그렇게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마음 먹고 글만 써 보자 하면 생활에 대한 불안으로 글이 잘 안 써진다. 

울프레드는 버티고 버티다가 호텔에서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는 일자리를 구했다.



돼지 사장은 울프레드에게 규칙을 설명한다. 손님에게 말을 걸거나 인사를 하지 말것. 벨을 더 잘누르려 하지 말고 그냥 누를 것. 그런 규칙을 안지키면 해고.

이 때 나는 7년 전 아울렛 옷 매장에서 알바로 일했던 기억이 난다. 종일 서서 일하는데 더 속상했던 건 알려주는 것들을 빨리 숙지 하지 못했다. 나름 출판사에서도 일해보고 작가로 경력도 얼만에 여기서 내가 왜 이러나 하고 자괴감이 들만큼 자존심이 상했다. 웃는 말로 돌아이아니야? 라는 말도 들었다. 정말 머리가 돌 아니냐는 소리였다. 이상하게 포스 기계만 다루면 백지가 되었다. 옷도 어디에 놓았는지 기억이 잘 안났다. 누군가 매장에 와서 옷을 입고는 큰 사이즈 있어요라고 물으면 당황부터 했다. 매장에 사이즈가 없으면 옷찾으러 창고로 뛰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창고로 가서 옷만 잘 찾는다면야 얼마든지 달려가지만 가도 옷을 못찾으면 머리속이 백지가 되었다. 옷가게는 재미있을 줄 알았다. 얼마나 철없는 생각인가. 옷을 잘 게어 놓으면 금세 펴서 엉망이 되는 상황 속에서 작가나 출판사 경력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백화점 지하 카레덮밥 집 주방에서 낮에 4시간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다. 한 4~5개월은 했는데 4시간 일이 뭐 라고 할 수 있으나 고정 직원이 힘들어서 4시간 도와줄 알바를 구한 것이었다. 그들이 하기 싫은 일은 다 내차지였다. 냄새나고 더러운 하수구 청소, 김치 썰기, 양파다듬기. 4시간을 알차게 쉴틈없이 일해야 했다. 처음에는 주방을 책임지는 이모에게 혼나기도 많이 혼났다. 소고기 덮밥에 새싹채소를 올려놓았는데 이쁘게 올려놓지 못하고 미친년 꽃다발처럼 올려놓았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그 말에 갑자기 웃음이 나서 한참 웃었다가 생각이 없냐 소리도 들었다. 점점 그곳에 요리들이 다 외워지고 익숙해지자 뭐가 뭔지 몰랐으나 점차 익숙해졌다. 음식도 하고 치킨도 튀기고, 고기도 요리 망치로 두들기고 댤걀옷을 입히고 빵가루를 묻혀서 돈가스도 직접 만들었다. 갑자기 10명 손님의 주문량을 혼자 소화했을 때는 뿌듯하기도 했다. 그러나 4시간 일을 끝내고 오면 녹초가 되었고, 영혼없이 묵묵히 일을 해내고 나면 다정한 이야기가 고팠으나 지친 팔다리로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길에서 전단지를 길에서 나눠주는 알바도 했었다. 미용실 전단지 나눠주는 알바였는데 전단지를 잘 안받아서 머리 매는 고무줄과 함께 나눠주니 받았다. 그 때 나는 마치 미용실 사장처럼 이쁜 원피스에 높은 신발을 신고 나가서 나눠 주고 미용실이 어딘지 물으면 데려다 주기까지 했다.  그나마 그래야 전단지를 돌릴 수 있었다. 길에서 전단지를 받지 않으려는 사람은 상당히 많았고 왜 주냐고 시비를 거는 사람도 있었다. 하루종일 해 봐야 시급 일만원도 안되는 돈을 받아서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림책 『호텔맨 울프레드』 에는 울프레드가 종이를 옆구리에 끼고 살금살금 까치발로 계단을 오르는 장면이 있다.

그는 종이를 가지고 어디로 가는 걸까? 그 만의 공간으로 가는 것이다. 이 시간은 울프레드가 하루를 버틸 수 있는 힘인 것이다. 나는 나의 하루를 돌이켜보았다. 나는 과연 나를 버틸 수 있는시간이 있을까?



그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해도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그 시간은 마치 감정도 접고 그건 그저 돈벌기 위한 수단이었다. 잠시라도 행복했던 때는 내게 글 의뢰가 들어왔을 때다. 글을 써서 돈을 받고 내가 글을 쓰며 인정받을 때 나는 행복하다.

가끔 잘 될 거같아서 흥이 나고 그럴 때는 춤을 출 것처럼 몸이 가볍지만 나는 계속 이렇게 마치 습작인듯 길을 가는가? 내가 맘에 드는 글을 쓰는 날이 올까?

그림책 『호텔맨 울프레드』 가 좋은 이유는 이야기가 마무리에 있다. 

납치범 호텔사장을 구하고 어떤 방을 원하냐고 댓가를 주려하는데 일층과 이층을 오가는 방에 책을 많이 두고, 거만하거나 톡특한 손님들에게 인사도 하고 말도 걸고 책도 건네는 일상을 보낸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버튼은 스스로 누르게 한다. 바뀔 거 같지 않은 규칙을 바뀐 것이다.

내가 감명받은 부분은 그 부분이 아니다.

바로 옥상에서 여전히 글을 쓰고 있는 울프레드의 모습이었다. 여전히 글을 쓰는 울프레드는 변하지 않았지만 변한 것은 리디아의 정원처럼 초록으로 풍성해지 옥상, 그리고 그곳에서 밤이 아닌 낮에 글을 쓰는 울프레드이다.

언젠가 내가 글을 안쓰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니 딸이 물었다. 

엄마 이제 작가 안해?딸에게 엄마는 작가가 꿈이고 꿈은 그만 두는 게 아니라고 했었다. 그만두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면, 포기하지 않으면 시간은 배반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납치범을 잡지 않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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