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호텔맨 울프레드』 첫장과 두번째 장을 보면 울컥한다.
자존심 따위는 버릴 준비가 된 울프레드. 책 한권도 안팔리고 배가 고픈 나머지 호텔에 일자리를 구하러 간 울프레드. 여기까지 보자마자 나는 그냥 내 이야기 같아서 울프레드를 좋아졌다. 좋아하게 된 이유가 그저 나같아서. 나를 빼고는 아무것도 없나 싶지만 내 상황도 딱 그런 적이 많았다. 책이 단 한권도 팔리지 않는~ 이 문장에 얼마나 많은 동네책방과 작가들의 마음이 후달릴까 싶다.
가끔 작가가 되는 길을 포기해야 하나 싶을 때가 있다. 글을 써서는 도저히 생활해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겸하는 것도 쉽지 않다. 글쓰는 길은 그렇게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마음 먹고 글만 써 보자 하면 생활에 대한 불안으로 글이 잘 안 써진다.
울프레드는 버티고 버티다가 호텔에서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는 일자리를 구했다.
돼지 사장은 울프레드에게 규칙을 설명한다. 손님에게 말을 걸거나 인사를 하지 말것. 벨을 더 잘누르려 하지 말고 그냥 누를 것. 그런 규칙을 안지키면 해고.
울프레드는 몇년간 규칙을 잘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어떤 손님을 만나도 인사를 하거나 말을 걸지 않았다. 심지어 유령을 만나도 놀라거나 움찔하지 않았다. 해고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림책 『호텔맨 울프레드』 에는 울프레드가 종이를 옆구리에 끼고 살금살금 까치발로 계단을 오르는 장면이 있다.
그는 종이를 가지고 어디로 가는 걸까? 그 만의 공간으로 가는 것이다. 이 시간은 울프레드가 하루를 버틸 수 있는 힘인 것이다. 나는 나의 하루를 돌이켜보았다. 나는 과연 나를 버틸 수 있는시간이 있을까?
그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해도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그 시간은 마치 감정도 접고 그건 그저 돈벌기 위한 수단이었다. 잠시라도 행복했던 때는 내게 글 의뢰가 들어왔을 때다. 글을 써서 돈을 받고 내가 글을 쓰며 인정받을 때 나는 행복하다.
가끔 잘 될 거같아서 흥이 나고 그럴 때는 춤을 출 것처럼 몸이 가볍지만 나는 계속 이렇게 마치 습작인듯 길을 가는가? 내가 맘에 드는 글을 쓰는 날이 올까?
그림책 『호텔맨 울프레드』 가 좋은 이유는 이야기가 마무리에 있다.
납치범 호텔사장을 구하고 어떤 방을 원하냐고 댓가를 주려하는데 일층과 이층을 오가는 방에 책을 많이 두고, 거만하거나 톡특한 손님들에게 인사도 하고 말도 걸고 책도 건네는 일상을 보낸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버튼은 스스로 누르게 한다. 바뀔 거 같지 않은 규칙을 바뀐 것이다.
내가 감명받은 부분은 그 부분이 아니다.
바로 옥상에서 여전히 글을 쓰고 있는 울프레드의 모습이었다. 여전히 글을 쓰는 울프레드는 변하지 않았지만 변한 것은 리디아의 정원처럼 초록으로 풍성해지 옥상, 그리고 그곳에서 밤이 아닌 낮에 글을 쓰는 울프레드이다.
언젠가 내가 글을 안쓰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니 딸이 물었다.
엄마 이제 작가 안해?딸에게 엄마는 작가가 꿈이고 꿈은 그만 두는 게 아니라고 했었다. 그만두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면, 포기하지 않으면 시간은 배반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납치범을 잡지 않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