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면 풍경 - 한국은 일본을 너무 모르고, 일본은 한국을 너무 잘 안다
유민호 지음 / 살림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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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일본에 대해 가지는 스테레오타입이 있다. 상명하복의 분위기, 최근의 우경화 경향, 역사적 과오에 대해 뻔뻔스럽게도 사죄하지 않는 모습.


이 책은 일본이 우리와 지리·역사·경제적으로 매우 가까운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일본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통렬하게 일깨워준다. 저자는 주신구라(충신장)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하여, 각종 키워드와 근현대의 역사적 사건들을 하나씩 샘플링하며, 그 배경에 깔린 일본인의 멘탈리티를 이해시켜준다.


어째서 일본이 일으킨 전쟁이나 동일본 지진 당시 원전이 입은 피해에 대해 (비근한 예로 후쿠시마 사태) 나서거나 처벌되는 책임자가 없는가? 아베는 단지 개인의 카리스마로 일본을 사로잡은 것인가? 일본인은 정말 상명하복의 동물인가?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공기'이다. 공기란 일종의 분위기이지만 보다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며, 실제로 집단에 속한 모든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든다. 이 공기에서 벗어나면 '이지메'의 대상이 되며,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하면 'KY'로 찍혀 낙오당한다.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또한 일본군 성노예 동원에) 책임자가 없고 문서로 남은 기록조차 없는 이유는, 이러한 공기를 통해 모든 일들이 처리되며 상급자가 절대 '직접적인' 명령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하급자이며, 일이 잘못될 경우 책임을 지고 할복하는 것 역시 실무 선의 인력이다.


일본은 개인의 카리스마로 쉽게 움직여지는 집단이 아니다. 작금의 우경화는 사회적인 대세이며, 아베는 적절한 시기와 공기를 타고 지도자가 된 것 뿐이다. 저자는 우리가 바라보는 일본의 우경화에 중심에 섰다고 생각하는 인물들, 이시하라 신타로나 아베 신조와 같은 인물들이 일본인의 눈에는 '공기'를 잘 읽고 또한 실무에도 매우 바쁘고 성실하게 움직이는 정치인의 이미지임을 지적한다.


저자는 이어서 한국의 언론이 얼마나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는가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도쿄 올림픽 유치 결정 당시 일본은 막후에서 외교력을 발휘하여 프랑스를 섭외, 철저한 준비와 행동력으로 목표를 이뤄냈다. 배후에서 돌아가는 물밑 외교의 흐름에 신경쓰고 있었다면 일본이 올림픽을 따낼 것은 누구나 알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당시 한국의 언론은 엉뚱하게도 스페인이나 터키를 후보로 지목했다. 한국의 국제정치와 외교적 감각은 너무한 수준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일본이 세계무대에서 가지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국제사법재판소, WTO 등에서 일본이 가지는 영향력은 한국 정도는 상대도 되지 않는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저자는 이 밖에도 일본을 이야기하려면 중국과 미국을 들어, 상호간의 관계를 설명한다. 일본은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대리자 역할을 수행하며, 미일 동맹은 실제로 어떤 역학을 가지고 있는지 등.


몰랐던 일본을 알게 됨과 동시에, 한국은 일본에 대해 너무나도 무지하다는 사실에 큰 걱정이 느껴지는 책이다. 우리는 일본을 이웃에 두고 어떤 정책을 펴야 한국의 이익에 보탬이 될 수 있을까? 근래의 한국 정부의 외교적 실책들을 보고 있노라면 깊은 한숨이 나올 뿐이다.


사소하게 마음에 들지 않는 점으로는 책 속에 나오는 일본의 주요 인물들의 이름이 풀네임으로 기재되지 않아 검색을 해야한다는 점이 있다. 현대 사회정치 맥락에서 이시하라를 이야기하면 물론 이시하라 신타로를 말하는 것이겠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알 턱이 있을까. 물론 이런 단점은 사소한 문제이며, 이 책은 5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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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10퍼센트 인간
앨러나 콜렌 지음, 조은영 옮김 / 시공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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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난 60년간 갑작스럽게 인류에게 흔해진 질병들, 즉 알레르기, 자가면역 질환, 소화 장애, 자폐증과 같은 정신건강 질환, 비만을 "21세기형 질병"으로 규정하고 이를 풀 유력한 열쇠로 장내미생물을 지목한다.

이런 21세기형 질병은 매우 흔해져 자연스럽게 여겨지고 있으나 실은 전혀 당연하지 않은 비율로 나타나고 있다. 무엇이 원인인가? 비만을 예로 들어보자. 비만의 원인으로는 흔히 우리가 섭취하는 에너지량의 증가가 지목된다. 그러나 정말 그것 뿐인가?

현재 지구인 세 명 중 한 명은 과체중이다. 단순히 우리가 섭취한 열량에서 소비한 열량을 뺀 차이가 커졌다는 것으로만은 설명할 수 없다. 해답은 장내미생물에 있다. 살찐 사람의 미생물총에서는 후벽균이, 마른 사람에게서는 의간균이 훨씬 많은 비율로 관찰된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장내 미생물총 이식을 통한 체중 조절은 여러 차례 성공적으로 관찰되었다.

저자는 비만뿐 아니라 여러 자가면역 질환, 자폐증 등의 정신건강 질환의 원인도 장내미생물일 수 있다는 가설을 심도 있게 탐구하고 결과와 추측을 제시한다. 또한 항생제의 기능과 이것이 장내미생물에 주는 영향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반복해서 알리고 있다.

현재 연구가 한창 진행중인 분야이므로 확정적으로 결론을 내리는 책은 아니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매우 탄탄하게 제시된다. 책의 구성이 매우 짜임새있고 읽기도 수월하게 제시되고 있다. 이와 같은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본인이 21세기형 질병을 앓고 있다면 한번쯤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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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징계위원회 : 제24회 이상문학상 추천 우수작
배수아 지음 / eBook21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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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에서 등장하는 핵심 사건은 박승규의 횡령(또는 절도)인 것 같지만, 막상 작중에서 박승규나 공보관은 이름만 언급이 될 뿐 등장조차 하지 않는다. 진짜 중심이 되는 사건은 중반을 넘어 열리는 시 징계위원회이지만, 위원회의 의결로 인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누가 잘못했는지, 사건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직장생활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작중에서 묘사되는 징계위원회의 '합의'가 보여주는 역학이 꽤나 익숙할 것이다. 이해 관계에 따라 사건은 정의되고 진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된다. (이 '진실'은 보통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게 된다)


그렇다고 김시무의 불륜이 핵심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징계위원회라는 장치를 통해 어떻게 징계위원들이 본분과는 만 광년 정도 떨어진 개인의 목적만을 추구하는가 하는 점이다.


어찌 보면 통속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루었는데, 일견 배수아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동시에 배수아의 특징인 등장인물들 특유의 말투와 '사건의 중요하지 않음'은 어김없이 드러난다.


KBS 드라마시티에서 영상화가 되기도 했는데, 다시보기는 매우 저화질밖에 제공하지 않아 사실상 감상이 불가능하다. 아쉽다. (http://www.kbs.co.kr/drama/dramacity/view/1508312_135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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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뇌는 탄력적이다 - 당신의 뇌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닐스 비르바우머 & 외르크 치틀라우 지음, 오공훈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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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표지에는 어김없이 내용과 별 상관없는 문구가 적혀있다. ("당신이 똑똑해지기 위해 알아야 할 뇌과학의 모든 것") 이 책은 크게는 뇌 가소성에 대한 책이며, 나아가서는 감금 증후군이나 각종 정신질환을 뇌 가소성을 이용하여 치료하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의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뉴로피드백 장비의 조금 긴 홍보책자 같기도 하지만, 수록된 실험 기록을 보건대 신뢰성이 꽤나 가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자면, ADHD 같은 질병에는 흔히 약물이 처방되고 이것이 매우 효과적인 치료로 여겨지고 있는데, 저자는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약물은 오히려 환자를 의존적으로 만들며, 뇌에는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뉴로피드백 장비를 활용하여, 특정 뇌파를 끌어내고 집중하는 훈련을 한다. 언뜻 들으면 특정 뇌파를 끌어내는 훈련을 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싶으나, 알아보면 꽤나 매력적이다. 뇌파에 따라 반응하는 화면을 보며 생각을 조절하여 훈련을 시키고, 이를 통하여 환자가 앓고 있는 질병을 극복할 능력을 주는 것이 뉴로피드백 장비의 원리이다.


이런 뇌 가소성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상태에 대한 피드백과 동기가 중요하다는 것이 요지이다. 그 중에서도 저자는 신경정신과적 질병을 가진 환자들에게 집중하고 있다.


TED 강의 중 유사하게 뇌 가소성에 대해 다룬 동영상이 있는데, "Can we create new senses for humans?"라는 제목이다. 시각이 없는 사람에게 시각을 주고, 우리가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게 할 수도 있다는 내용인데, 뇌 가소성이란 주제가 흥미롭다면 이 책과 더불어 시청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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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채식주의자 : 한강 연작소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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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은 먼저 (화자가 남편이므로) 남편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된다. 주변의 등장 인물들은 매우 흔하고 평범한 캐릭터여서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다. 영혜마저 그렇다.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영혜가 꿈을 꾸고서부터이다. 남편도, 주변 인물들도 영혜를 이해할 수 없다. 많은 독자 역시 영혜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혜가 아니다.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주변 인물들의 반응, 도무지 변할 줄 모르는 영혜. 사실 변할 줄 모르는 것은 영혜의 주변 인물들이고,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주변 인물들의 행동이 끔찍한 것이며 실은 이 가족들의 반응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남편을 포함한 가족들의 행동은 그것이 평범해보이는 만큼 비극적이다.


***


맨부커상을 수상했다고 하여 전자책을 구매했다가 한참 후에 <채식주의자>만 먼저 읽어보았다. 혹자는 수상에 번역의 힘이 컸다고 한다. 그보다는 외부의 시선으로 보기에 우리와는 조금 달라보여서가 아닐까 한다. 굳이 영문판을 읽어볼 필요까지는 없지 않을까.


나 개인적으로는 영혜 주변 인물들의 (평범한) 반응을 끔찍하게 여기는 것이 익숙한 생각이었으나, 타인의 시선에서 보면 이 광경 자체가 충격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국내의 많은 독자들에게는 다른 의미로 충격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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