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관한 작은 충격의 보고서..??

고대 도서관의 역사 - 수메르에서 로마까지 ㅣ 르네상스 라이브러리 1
라이오넬 카슨 지음, 김양진 외 옮김 / 르네상스 / 2003년 10월

이 책은 나에게 있어 작은 충격이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측면에서다.

먼저 출판사를 보자. '르네상스'라구?? 그동안 '도서관'이라는 제목을 달고 책을 발간해왔던 출판사들은 손으로 꼽을 정도가 된다. 한국도서관 협회, 구미무역, 아세아문화사, 한국디지틀도서관포럼, 그리고 몇 년전 혜성과 같이(??) 등장한 태일사 등이 그들이다.
그런데, '르네상스'라는 듣도 보도 못한 출판사에서 '도서관' 이라는 제목으로 이름을 달고 책을 출판하였으니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볼 밖에..

다음은 제목이다. 고대도서관의 역사란다, 허허.. 지금까지 도서관사 관련 서적에 지역사는 있었어도 시대사는 없었다. 즉, 지역을 갈라 서양도서관사 혹은 한국도서관사 하는 식의 제목을 달기는 했어도.. 시대를 갈라 고대도서관, 중세도서관 하는 식으로 책이 발간된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런데, 도서관 시대사를 제목으로 걸었다. 그것도 만만해보이는 근대나 현대가 아니라 고대라니 마냥 놀랍기만 할 따름이다. (-_-;)

이 책은 분량이 대략 300여 페이지에 달하는데, 책을 펴기 전 이런 생각이 스쳤다. '도대체, 고대도서관에 대해 쓸 이야기가 그렇게나 많을까?' 하지만, 책을 닫으며 생각은 바뀌었다. '이 사람은 아직도 고대도서관에 대해 할 이야기가 더 남아있을 것 같다.'

내용의 충실함이라는 측면에서 이 책은 놀랄만하다. 그동안의 도서관사 자료에서 고대 부분은 30~50페이지 정도를 할애한 것이 전부였던 까닭이다. 게다가 문장을 풀어가는 방식 또한 사뭇 달라 신뢰를 더한다. 단순한 사실(事實)의 나열이 아닌, 사실(史實)에 대한 실증과 해석이 뒤따르는 방식인 것이다.

제목만을 보자면 도서관 이야기가 전부이겠거니 싶지만, 그렇지가 않다. 단지,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던 도서관의 모습들을 적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책의 유통이나 학문의 발달 등 도서관의 주변부를 함께 조망하고 여백을 메꾸어가며 고대도서관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만, 미국적 학풍의 영향인 듯 방대한 내용과 산만한 서술로 얽혀진 것이 옥의 티..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된 사실들도 몇 가지가 있다.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아래에 적는다.

1. 최초의 도서관 설립자는 아슈르바니팔이 아니다..??
지금까지 아시리아 왕 아슈르바니팔이 최초의 도서관 설립자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카슨은 최근의 학술조사 결과를 들어 최초의 도서관 설립자는 티글라트 필레세르 1세라고 말한다.

2. 최초의 목록은 칼리마쿠스의 피나케스가 아니다..??
이 내용은 이미 [역사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가람기획, 2000)]에서 언급된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는데, 제목만 나열하는 형태의 닛푸르 목록이 식별 가능한 설명이 있는 하투사스 목록을 거쳐 체계를 갖춘 칼리마쿠스의 피나케스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3. 고대도서관에도 대출/반납, 자료등급이 있었다..??
우리에게는 '고대도서관 = 왕실도서관'의 도식적 사고가 존재하고, 이는 국왕 1인만을 위한 도서관이었다는 착각으로 전이된다. 하지만, 고대도서관에서도 일단의 무리들에게 대출이 허용되어 당일반납, 1일대출, 대출금지 등의 자료등급이 존재했다고 한다.

4. 고대도서관에도 연체료가 있었을까..??
고대도서관에는 지금과 같은 형태의 연체료가 없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연체료가 없는 대신 끔찍한 형벌(??)이 있었다는 점이다. 즉, 책에 낙서를 하거나 반납하지 않으면 신의 저주가 있을 것이라는 경고문구가 있는데.. 고대도서관에서 연체료는 죽음의 저주였던 것이다. (-_-;)

5. 목욕탕에는 물론이고, 체육관에도 도서관이 있었다..??
로마시대에 목욕문화가 발달, 목욕탕 내부에 도서관이 있었던 것은 익히 알려진 바다. 그런데, 체육관에도 도서관이 있었다..?? '프톨레마이온'이 그것인데, 체육관 겸 도서관으로 그리스 전역에 100여개 이상 존재했다는 추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