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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맹의 섬 (4종 중 1종 표지 랜덤) - 개정판
올리버 색스 지음, 이민아 옮김, 이정호 표지그림 / 알마 / 2018년 8월
평점 :
1.
알마 출판사에서 올리버 색스의 작품들이 출간되고 있네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흔히 의학계 저술들에게는 기대하기 힘들던 문학성과, 감성을 뒤흔드는 문장들을 선보이는 저자입니다. 이미 많은 저술들에서 올리버 색스의 작품들은 종종 인용되곤 하지요. 얼마간 그의 작고로 올리버 색스의 작품들이 주목받고 있는 듯 합니다. 가장 최근에는 알마에서 <의식의 강>이라는 미완성 작품이 나오기도 했고요. 오늘 소개드릴 책은 본인이 가장 아끼는 본인의 책이라고 하지요. <색맹의 섬> 개정판입니다.
2.
제목과 어울리게 여러 가지의 색상으로 출시되었어요. 저는 <의식의 강>과 일체감을 주기 위해 녹색을 집어옵니다. 여하간 알마에서 출간된 시리즈를 한 데 놓고 보니 여간 뿌듯한 게 아니에요. 편집자의 노고가 유독 눈에 찹니다. 굉장히 깔끔하고 고급스러워요. 그럼 책 이야기를 해 볼까요. 쉽게 말하자면 저자의 미크로네시아 섬 여행기입니다. 시종 질병에 대한 통찰력과 환자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주며 독자로 하여금 그가 왜 참된 의사인지 새삼 느끼게 합니다. <의식의 강>에서도 느꼈지만 저자의 어떤 기록적인 측면이 돋보여요. 비단 의학사료를 정돈하는 수준이 아니라 문화사적 기록과 여러 생명에 관한 사유를 선보이기도 합니다. 상당히 인류학적인 부분이 돋보여요. 그런 지점에서 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 나는 자기네만의 독특한 멋과 예술, 음식, 의복을 지닌 완전한 색맹 문화를 상상했다. 감각기관, 상상력이 우리와는 상당히 다른 곳, ‘빛깔’이 가리키는 내용이나 의미가 전혀 없어 빛깔의 이름도 빛깔에 대한 은유도 빛깔을 표현하는 말도 없는, 그러나 우리가 그저 ‘잿빛’ 한마디로 끝내버릴 질감과 농담(濃淡)에 관해서라면 제아무리 미묘한 것도 놓치지 않고 잡아내는 언어를 가진, 그런 문화 말이다....
-본문 p27“
3.
책의 구성도 단순합니다. 2부로 구성되어요. 그리고 1부는 색맹의 섬, 2부는 소철섬. 특히 2부에서 식물에 대한 수려한 묘사와 저자의 애정이 굉장히 돋보입니다. 이 기조가 <의식의 강>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의식의 강>은 다윈의 일대기를 다루거든요. 올리버 색스는 한편으론 탁월한 식물학자기도 합니다.
“몇 해 전부터 로타의 희귀한 열대림이 무섭게 파괴되고 있는데, 주범은 일본인들의 골프장 건설이다. 무지막지한 불도저가 땅을 파헤치면서 수십 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 숲을 마구잡이로 베어내고 있었다. 이 섬에 현재 세워진 골프장이 셋인데 앞으로 몇 군데 더 들어선다고 한다. 처녀림을 그런 식으로 순식간에 밀어버리면 산성토가 산호초로 쏟아져내려 산호초의 자연환경을 부양하는 산호를 다 죽이게 된다. 또한 밀림이 존속할 수 없을 만큼 잘게 쪼개질 것이고.... -주석 일부”
그러니까 심지어 주석에서도 저자의 자연에 관한 우려와 애정이 담뿍 묻어져 나오는 것이지요. 본인이 발로 뛰어다니며 기록한 자연과 사료에 대한 사랑, 휴머니티를 향한 지향은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많은 분들께 올리브 색스의 작품들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