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ㅣ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오펠리아를 떠올린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리라. 이 소설의 기본적 모티브가 되어주는 '백설공주'의 묘사는 오필리아의 그 느낌과 동일했다. 창백하고 아름다운 백설공주가 누워있고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바라본다기 보다는 숭배하고 있다고 표현해도 좋을 것 같다. 그는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하지만 사랑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대화를 시도한다. 하지만 그녀는 말이 없다. 그녀는 말을 하는 법이 없다.

(via wiki)
'너무 친한 친구들'의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또 다른 미스테리 소설인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은 작가의 치밀하고 탄탄한 스토리 라인이 돋보이는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읽는 내내 긴장감을 잘 이어갔고, 사건들은 가장 중심이 되는 사건을 기준으로 자잘한 것들이 얽히고 설키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다만 중반 이후 부터는 급격하게 사건을 정리하는 느낌이 조금 들긴 했다.
'너무 친한 친구들' 에서 친숙해진 경찰관 보덴슈타인과 피아가 등장한다. 이들이 또 뒤죽박죽 섞여있는 살인사건의 증거들을 하나 둘 헤집으며 바로잡아간다. 여기서 더 재미있는 것은 마치 프레임속에 프레임이 있듯이 사건 속에 또다른 사건들이 펼쳐진 다는 점이다. 보덴슈타인은 이 살인사건을 해결함과 동시에 부인 코지마의 불륜을 목격하고 사적인 일로 괴로워하기 시작한다. 지난 번 '너무 친한 친구들' 에서 피아가 그랬듯이. 이것은 독자에게 살인사건이라는 큰 추리 안에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해주는 것 같았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너무 매력적인 남학생 토비아스가 어느날 두명의 여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리고 그는 10년의 징역을 선고받는다. 차가운 감옥에서 기억나지 않는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10년을 보낸 그는 서른의 청년이 되어 출소한다. 하지만 잘나가는 아버지의 식당이었던 '황금수탉' 은 폐허가 되었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떠나 버렸다. 동네 사람들은 그에게 경멸의 눈초리를 보내고 그와 그의 아버지를 호시탐탐 몰아낼 궁리를 하고 있다. 그것도 온 동네 사람들이!
그에게 따뜻한 눈빛을 보내는 동네 사람은 딱 한명. 아멜리. 그녀는 베를린에서 이주해왔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이 토비아스에게 품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는 그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의 살인사건에 흥미를 갖게된다. 자신에게 긍정적인 아멜리에게 고마워하는 토비아스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만다. 그녀가 자신이 죽였다는 스테파니와 너무도 닮아있었던 것!
토비아스가 등장하는 첫 장면을 읽으면서부터 마치 이 억울한 사람의 10년이 나의 일인양 조금은 화가나고, 조금은 답답하고, 조금은 우울했다. 작가는 토비아스를 잘생기고 정많은 청년으로 그려내고 있는데 그것이 한몫하는 것이리라.ㅋ 이 책에도 '너무 친한 친구들'과 동일하게 부정부패를 일삼는 정부관료와 그것을 눈감아주는 가족과 그리고 그 관료와 얽혀있는 대부호가 등장한다. 그들은 각자의 이익을 위해서 토비아스를 공공의 적으로 몰아갔고 결국 그를 감옥까지 몰고 갔다. 그것도 모자라 모든 동네 사람들은 그를 증오하고 해코지하기 시작한다. 사람의 본성이란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 책에서는 분명 사람들의 추악한 면이 너무나 잘 묘사되어 있다. 이 책에는 인간의 가장 중요한 모든 것이 들어있다. '사랑' '우정' '가족' '친구' 등... 하지만 무엇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 그들의 우정은 일그러져 있고, 그들의 사랑은 변질되어 보인다.
잘 짜여진 이야기이고 흡입력이 있는 소설이다.
 |
2008년 11월 10일
p.113
|
|
|
눈을 감으니 피로가 파도처럼 온몸을 덮쳤다. 생각은 점점 현실의 세계를 벗어나 꿈과 기억의 세계로 접어들었다.
눈처럼 희고, 피처럼 붉고, 흑단처럼 검어라.....
|
 |
2008년 11월 17일
p.239
|
|
|
"당연히 그러시겠지." 하르트무트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때도 당신네 동료들이 똑같은 말을 했지. 우린 널 도우려는 거다, 시체를 어디다 숨겼는지 어서 말해라! 하지만 정작 내 아들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어. 이제 돌아가요. 토비아스는 토요일 저녁 내내 나랑 같이 집에 있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