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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 동화 보물창고 4
구드룬 파우제방 지음, 함미라 옮김, 최혜란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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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과연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핵 폭발이 앞으로 지구상에서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일까? 핵보유국가들은 핵을 통해 자신들의 국가가 안녕하고 건재함을 과시하려 하지만 과연 핵이 안전을 담보해줄지는 의문이다. 과거 냉전시대에 분단된 독일에서 일어난 핵폭발을 가정하여 쓴 이 소설은 표지의 검붉은 색채만큼이나 무섭게 다가온다. '동화 보물창고'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동화라고 보기엔 너무 무거운 소재이다.

 모든 게 푸르르던 칠월, 고속도로를 달려 외갓집이 있는 쉐벤보른으로 휴가를 떠나는 롤란트네 다섯 식구가 목격한 것은 번쩍이는 섬광과 버섯구름이었다. 그 뒤 이들 가족이 쉐벤보른에서 목격한 삶은 지옥에 다름 아니다. 여기저기 널브러진 시체들, 원자병에 걸려 머리카락이 한웅큼씩 빠져나가고 결국 죽음에 이르는 사람들, 티푸스와 이질같은 전염병에 시달리다 죽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서로 때려죽이고, 약탈을 일삼는 사람들도 있다. 몸도 마음도 모두 황폐해진 핵 폭발 뒤의 살벌한 풍경들이다. 방사능에 오염되는 것이 토양과 환경만은 아니다. 가장 큰 오염은 사람의 마음이 황폐해진다는 것이다.

 부모도 없이 내버려진 아이들은 '천벌 받을 부모들'이란 글자를 큼지막하게 써놓고, 모두에게 적대적으로 변해간다. 아이들은 구걸을 해서라도 동생들을 먼저 먹이려 하지만 어른들은 구걸하는 아이들을 때려 죽이고도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 핵 폭발이 아이들의 책임이 아니듯 어른들은 책임을 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서로 도와가며 살 만한 여력이 없다.

 롤란트네 삶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누나는 방사능에 오염되어 원자병으로 죽고, 동생도 티푸스의 고열에 시달리다 죽는다. 게다가 엄마 뱃속에는 새 생명이 잉태하고 있다. 희망을 잃은 엄마는 자신이 살던 프랑크푸르트의 보나메스로 돌아가면 지금의 삶보다 나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한 겨울 추위를 이겨내며 고향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거기엔 건물의 흔적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쉐벤보른으로 돌아와 만삭의 엄마는 아기를 낳고 죽는다. 하지만 아이에겐 눈동자도 없고 팔도 짧을 뿐이다.

 개들도, 고양이도, 새들도 없어지고, 천적이 사라진 자리엔 대담해진 쥐와 병충해들만 들끓는다. 그래도 사백 명 남짓 살아남은 쉐벤보른 사람들은 핵 폭발 뒤 서너 해를 넘기면서 안정을 찾아간다. 사람들은 들판에 감자를 심고, 자급 자족하며 롤란트는 아빠와 함께 학교를 열어 아이들을 가르친다.

 열두 살에 핵 폭발을 경험한 롤란트는 이 소설 속에서 가장 뜨거운 가슴과 열정을 지닌 아이다. 열일곱 살이 되어 그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가르친다.

 "남의 것을 빼앗거나 도둑질하거나 죽이려 하지 말고, 서로 존중하고 도움을 주며 어려움을 함께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모두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아이들에게 전하는 냉철한 롤란트의 이 메시지는 정작 어른들이 깨달아야 할 구절이 아닌가 싶다. 어른들이 '천벌 받을 부모'가 되지 않기 위해서 모든 일에 끊임없이 대화하고 책임져야 하는 그런 자세를 보여야 하는 것이다. 모든 재난은 나 이외의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나를 포함한 모두에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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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 만세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1
후쿠다 이와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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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방귀나 똥, 코딱지처럼 어른이 생각하기에 더럽게 느껴지는 소재에도 꽤나 흥미를 보인다. 요코의 방귀 소리가 온 교실을 울린 후 호기심 많은 1학년 3반 32명의 아이들 표정은 제각각이다. 방귀 소리를 듣지 못한 듯 무감각한 아이부터 모르는 척 “야, 이거 방귀소리 아냐?”라고 시치미 떼며 되묻는 아이, 소리가 되게 크다고 놀리는 아이, 냄새를 맡지 않으려고 공책을 들어 부채질하는 아이, 그만하라고 말리는 아이, 그런가하면 요코가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아이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타난다. 선생님은 ‘방귀를 뀐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증거’라는 명제를 내놓지만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은 날개를 단 새처럼 자유롭게 비행한다.

 이야기의 발단이 짧으며 간단하고, 주인공의 실수를 통해 상대적으로 아이들은 정서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6,7세 아이들에게 읽히면 좋다.

 더구나 ‘뿌웅’, ‘뿡’, ‘뿌잉’, ‘피융피융’, ‘푸우’ 등 상황에 따른 재미있는 방귀소리와 ‘키득키득’, ‘싱긋싱긋’, ‘싱글싱글’, ‘웅성웅성’, ‘시끌시끌’, ‘반짝반짝’ 등의 의성어와 의태어가 적절하게 섞여 있어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또한 요코에게 관심이 많은 테츠오의 독백을 괄호 안에 처리하여 시간이 갈수록 변해가는 심리를 디테일하게 묘사한 점도 독특한 구성이다.

 한편, 그림을 보면 교실 전체를 조감하여 아이들의 표정은 물론 교실 바닥에 떨어진 책, 연필, 벗겨진 실내화와 같은 교실 풍경이 포근한 느낌을 준다. 특히 방귀 뀐 사람들의 머쓱해하는 표정들도 재미있는 볼거리다. 책 뒷표지 그림에는 요코의 관심을 끌어보려는 테츠오의 귀여운 행동이 함축적으로 그려져 있다.

 <방귀 만세>는 단순히 생리적인 현상에 대한 이해에 그치지 않고, 자기 주장이 한창 강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 학교생활을 시작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필요함을 일깨워주는 그림책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방귀를 소재로 쓴 테츠오와 요코의 동시는 꽃, 별, 바람 등과 같이 아름답지 않아도 방귀가 동시의 소재가 될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더더욱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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