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원숭이는 왜 물건을 사지 않는가 - 진화심리로 읽는 소비경제
루디 가즈코 지음, 박재현 옮김 / 마고북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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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원숭이는 왜 물건을 사지 않는가, 이 책은 제목으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현재의 소비경제를 인간의 진화와 적응이라는 관점에서 분석을 한 것이다. 사실 제목만 보고서는 너무 흥미로울 것 같아 봤지만 처음에는 대뇌변연계, 대뇌신피질, 태고본능 등 다소 익숙하지 않은 개념들과 소비자심리에 관한 마케팅서적일 거라는 기대때문에서인지 영 재미가 없었다. 어쩌면 이 책이 보통 마케팅 서적의 ○○을 해라!라는 식의 명쾌한 해답을 던져주는 것이 아니여서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과거의 우리 인류가 어땠고, 동물의 '본능'이 어떻게 생겼고, 어떤 감정(혹은 호르몬)이 어떤 행동을 불러왔는가 등 현재의 소비심리가 왜 그런 것인지에 관한 추측만 열거할 뿐이다. 또한 진화론과 여러 행동경제학의 이론과 가설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납득이 안가거나 바로 수용할 수 없는 답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알려져 있는 '정확하지만, 심심한' 소비심리학과는 다르게 지은이 나름의 연구와 여러 이론들을 토대로 분석한 주장들은 꽤 흥미롭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아 그래서 그럴수도 있구나라는 새로운 관점을 얻은 기분이 들 것이다.

실제로 책에서 열거한 여러 사례들은 꼭 마케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아니여도 흥미를 끌만한 부분이 많다. 가령, 주변에 지각을 계속 하는 친구가 있어 지각비를 내게 했더니 아예 대놓고 늦더라 하는 등의 사례는 이 책의 '돈으로 지우는 죄책감' 사례가 적합할 것이다. 또한, 실제로 경기가 불황이 되면 언론보도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조여서 쓰자, 아껴서 쓰자 운동 등을 하는데 사실 있는 사람들은 그만큼 써야 소비경제가 둔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준다.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백화점에서 명품 등을 사는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한다며 뭐라고 하기 이전에 그런 사람들의 소비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일정한 도움이 된다는 즉, '실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소비를 더욱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점은 적극 공감되었다. 필립코틀러가 저술한 CSR 법칙 7가지 중에서도 중요한 조건의 하나는, 기부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실제 본인의 기부가 어떤 도움이 어떻게 되었는지 구체적 숫자 즉, 기부실감'경험'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한 모티브가 되고 재기부행동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구매금액의 10% 기부는 더 이상 소비자의 구미를 당기지 않는다. 기부 또한 소비자를 이끌어내는 치밀한 마케팅인 것이다.

또한 생존과 번식이라는 인간과 동물의 공통적이며 중요한 '본능'을 기준으로 생활형 소비와 과시적 소비를 구분하거나 화려한 수컷의 공작 날개를 남성의 스포츠카와 비교하는 등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 또한 급속히 증가하는 초식남 등이 과시적인 소비 즉, (이 책에 의하면)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을 포장하는 이른바 '쓸모 없는 것'을 덜 사게 함으로써 인구문제 뿐 아닌 자치샇면 경제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이는 초식남 같이 이성이나 결혼에는 별 관심이 없고 자기계발에 비용을 더 투자하는 사람들이 나오게 된 사회적 맥락이나 배경을 생각해보면 설득적이긴 하지만, 소비의 주 카테고리(시장)가 달라질 뿐 여전히 그들은 자기계발에의 끝없는 욕구로 인해 다양한 문화생활 및 때때론 자기만족과 사회적인 포장을 위한 사치품을 구매하기도 하니 마케터라면 결혼을 장려하는 정책을 응원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성향의 사람들의 공통 DNA를 분석하고 소비스타일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소비자는 우리에게 명확한 답을 제공할 리 없다. 그러나 제품을 사용하고 나선 반드시 어떤 반응을 보여준다. 그것을 끈기 있게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 P&G 회장

 이 책의 제 5장에 <설문조사로는 소비자를 이해할 수 없다>라는 부분은 정말 공감이 많이 되었던 부분이다. 나 역시, 기획서 작업을 하면서도 가끔 설문조사나 FGI(focus group interview) 등을 통해 고객의 인사이트를 알았다, 고객의 니즈는 이거더라 라는 부분은 정말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이것은 '의견관찰'일 뿐더러 성의있게 작성하냐 마느냐의 1차적인 문제를 떠나 (설령 성의 있게 고객이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고객의 진짜 의견일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사회적이고, 공식적인 '보이는 자리'에서의 답변이기에 그렇다. 때문에 현명한 마케터라면 의견관찰은 2차자료로 함께 취급해 참고만 하고, 소비자와 제품 혹은 서비스가 만나는 접점에서의 '행동관찰' 혹은 평소 소비자의 라이프분석을 통해 소비자의 진짜 인사이트와 태도를 알아야 한다.

끝으로,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을 소개하겠다.

"현대인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서로 상대의 공기를 읽을 수 있는 친구를 만든다. 친구끼리는 서로의 공기를 읽어내고 적절한 방식으로 연락한다. 이런 관계에서는 옛날의 복잡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촌락생활을 번잡함과 끈끈함 없이 재현할 수 있다."

 

이러한 문장과 함께 지은이는 소셜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생각해 볼 화제를 던진다.

sns와 같은 소셜미디어가 개인의 자유와 사회의 중압 사이의 갈등에서 벗어나는 수단이라면 이것을 진화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즉 새로운 발견이라고 할 수 있는가) 아니면 결국 석기시대의 조상에 비하여(촌락생활) 정식적으로는 조금도 진화하지 않았다고 봐야 할까라는 점이다.

 

즉, 모든 인간은 자율성과 동시에 관계성을 추구한다라고 전제를 한다면 '소셜미디어'라는 것이 자율성과 관계성에서의 적당한 타협을 본 것일까 아니면 자연스러운 인간의 회귀본능일까라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p/s.

번역이 조금 어색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비교적 두껍지 않은 책의 여러 사례들과 진화심리라는 접근이 매우 흥미롭기 때문에 관심이 있다면 가볍게 한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덧붙임 : 이 책과 함께 보면 좋을 책들

행동경제학
마케팅 메타포리아(잘츠먼)
나는 누구인가(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인간 본성에 대하여(에드워드 월슨)
욕망이론 (자크라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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