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 : 오치제를 바른 소녀 FoP 포비든 플래닛 시리즈 7
은네디 오코라포르 지음, 이지연 옮김, 구현성 / 알마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기심이다. 아무리 두려움에 차 저지른 행동이라 해도 그건 힘을 알아본 후에 나오는 반응이다."
빈티 : 오지체를 바른 소녀 Pg. 9 서문.

같은 휴고상 수상자이자 최근 가장 뜨겁다고 할 수 있는 외국의 작가인 N.K 제미신의 서문입니다. 그리고 이 말이 빈티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이자, 태도지요. 작중의 인물인 빈티는 꽤나 직설적이고 적나라한 차별에 노출되있습니다. 빈티는 중심계에서 먼 변방계 장인의 딸입니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은 아프리카의 부족민들이 떠오르는 생활환경에 놓여있습니다. 그들은 소위 문명화된 느낌의 중심계를 거부하며, 자신들만의 삶을 고수하길 원합니다. 그들의 삶은 상처로 얼룩져있습니다. 세상은 그들의 정체성을 멋대로 정하고, 구분하며, 차별합니다.

빈티가 가출을 결심한 부분부터, 학교에 도착하고 나서도 그녀에겐 좋든 싫든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야만 하는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빈티를 규정짓는 것은 빈티의 내면이 아닌 빈티의 겉모습에 불과했지요. 쿠시족들은 빈티가 '힘바족' 이라는 것만으로 덜 교육 받았고, 더럽고, 냄새난다고 경멸했습니다. 외계인 메두스들은 인간이라는 이유로 다짜고짜 사람들을 몰살시키고, 빈티마저 몰살시키려 했죠.

빈티는 분명 성장소설이지만 이런 부분에서 괄목할만합니다. 작가는 깔끔한 문체와 명쾌한 구성을 가지고 묵직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글은 쉽게 읽히며, 이야기는 깔끔하고, 주제의식은 머릿속에 남습니다. 빈티의 작가는 분명 아프리카계의 미국인이고, 이 작품에서 그런 색깔은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적인 향기는 작품의 곳곳에 깃들어있지요.

작품의 끝에서, 빈티는 대립하는 두 집단의 사이에 서서 중재를 해내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둘 다 만족하는 결과를 도출해내는데 성공하고, 또 다른 비주류인 메두스의 친구를 만드는데도 성공합니다. 작중에서, 빈티는 메두스족 친구인 오크우와 서로 가족이라 부를만큼 친해지죠. 극적인 변화였고, 설명도 잘 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후속작에서 이 둘의 우정이 어떻게 될지도 궁금한 부분이네요.

서문에서 N.K 제미신이 말했던것처럼. 그리고 빈티가 작중에서 오지체를 바르며 보여주는 태도처럼. 작가인 은네디 오코라포르는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길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녀는 비단 미국에서 보이는 인종 차별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는게 아닙니다. 크고 작은 차별 사이에서 우리가 항상 당당하기를, 그리고 은네디 본인은 자신의 큰 뿌리인 인종적 정체성에서 당당하기를 바라 이런 이야기를 쓴 것 입니다.

SF를 비롯한 모든 이야기의 의의는 우리가 단순히 상상한 '멋진 것'을 풀어쓰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작가가 말해줍니다. 스페이스 오페라하면 흔히 떠올리는 우주 전투나, 우주적 존재의 우주적 규모의 이야기는 없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담담하게 스페이스 오페라의 형식을 빌어 우리 모두에게 이야기 해줍니다.

자신을 구성하는 것에 당당해지라고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