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레이철 워프 시리즈 5
팻 머피 지음, 유소영 옮김 / 허블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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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의 전유물, SF"


1976년 일명 '팁트리 쇼크'라는 사건이 발생한다. 당시 가장 남성적인 SF를 쓴다고 평가받아 온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가 실은 여성이었던 것이다. 현대 시대에서 그게 뭐가 쇼크일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당시는 SF계에 남성 작가들이 매우 우세했던 시대이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오던 때에 아더와이즈상(전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상)을 수상한 팻 머피는 그러한 흐름을 끊어내는 작품을 쓴다. 동시에 페미니즘 SF의 시작이 되는 여러 단편 작품들이 바로 이 책 <사랑에 빠진 레이철>에 담겨 있다.





저자 팻 머피가 작가인 동시에 과학자인 만큼 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은 과학적인 소재를 꽤 많이 가지고 있다. 채소인간, 어류인간 등 꽤나 공상적인 소재와 외계인, 네안데르탈인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소재들이 등장하는 이 단편 소설들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이야기가 전개된다. 읽는 내내 계속 의문점이 들고, 어딘가 불편한 마음이 드는데 동시에 마지막 작품인 <무척추동물의 사랑과 섹스>에서 첫 문장인 "과학과 아무 관련이 없다"라는 문장은 묘한 의문점을 자아낸다.





"비현실적인 배경 속에서 일어나는 현실적인 이야기"


소설 속 이야기들은 꽤나 충격적이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이 담겨 있다. 전에 읽었던 몇몇 다른 SF 소설 역시 SF스러운 배경 속에서 비현실적이고 실현 불가능한 일이 일어날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이미 겪어보았거나 현실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들이 담겨 있다. 하지만, 팻 머피의 작품은 비현실적인 느낌에 가끔은 기괴하면서도 찝찝한 느낌도 든다. 소설 속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지만 어딘가에서는 놀랍게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고,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 느낌 때문일지도 모른다.





시간 여행을 다루는 <오렌지 꽃이 피는 시간>을 시작으로, 너무나 충격적인, 그러나 자주 발생하는 여성 대상의 범죄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채소 마누라>, 이 책의 제목이면서 소녀와 침팬지의 감정이 뒤섞인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사랑에 빠진 레이철> 등 읽어나갈수록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페미니즘 SF 소설에 맞게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작품 속 여성들은 약자로 여겨지고, 피동적인 대상이 되지만 결국은 한계를 넘어 무언가를 이루어내고 나아가는 결말을 맺는 부분에서 팻 머피가 작품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그리고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는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세대의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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