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잉카 - 상상과 호기심의 미래 도시, 마추픽추를 걷다
김희곤 지음 / 효형출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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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버킷 리스트 1위 "중·남미 여행". 작년에 그 꿈을 이루었고 아직도 그 여행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중·남미 8개국을 여행했고 갔던 곳이 모두 좋았지만 그중에서도 어떻게서든 또 가고 싶은 곳 중 하나가 페루의 쿠스코였다. 쿠스코는 도시 자체를 위해 온다기보다는 마추픽추라는 엄청난 유적지를 위한 거점이라는 비중이 조금 더 크다. 나 역시도 쿠스코라는 도시 자체에는 크게 감흥이 없었고 마추픽추를 갈 날만 손꼽기 위해 갔던 곳이기도 했다.


 마추픽추는 "태양의 도시", "공중 도시", "잃어버린 도시"라고도 불리며 외부의 침입에도 굳건히 살아남아 지금까지 그 신비로움을 보여주는 옛 잉카인들의 요새이며 도시이다. 직접 가보지 않아도, 다큐 프로그램 한 편만 보아도 이게 가능한 건가 싶을 정도로 믿을 수 없는 곳이다. 실제로 가본 마추픽추는 할 말을 잃을 정도였다. 이렇게 높은 곳에 도시를 세우는 것 자체가 일단 너무나도 놀라웠고 이 무거운 돌을 운반하는 것부터 모든 것들이 오로지 기계 없이 사람의 힘으로만 지어졌다는 이 정교함 앞에서는 무신론자인 나조차도 신이 있었다면 잉카인이 그 신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책은 마추픽추를 아우르는 우르밤바 강을 따라 잉카 문명의 다양한 도시를 걷는 여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정말 일부의 일부였지만 너무나도 좋았던 나의 작년 여정을 추억하며 가기 힘든 곳까지 샅샅이 들러 잉카의 모든 숨결을 전해준 저자의 여정을 읽어보니 잉카에 대해 이같이 잘 풀어낸 책은 없을 것이라고 하는 출판사의 말은 전혀 과언이 아니었으며, 읽는 내내 그 어떤 여행 에세이보다도 설레었다. 단순히 여행 에세이라고 분류하기에도 미안할 만큼 잉카 문명과 유적지에 대한 설명이 매우 자세하게 실려 있었다. 특히나 가이드가 동행하지 않거나, 투어를 할 수 없다면 사전에 다큐든 책이든 대략적이라도 알고 가지 않았을 때 그냥 "돌로 지은 잉카 문명의 도시"로밖에 기억되지 않을 그 순간들이 아까울 정도로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여행하면서 그 도시에 대한 사전 지식의 유무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마추픽추를 통해 알 수 있으며 내가 여행을 가기 전에 이 책이 세상에 나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저자는 마추픽추를 흔히들 부르는 "태양의 도시", "공중 도시", "잃어버린 도시"라고 말하지 않는다. "지난 600년 동안 박제된 요새"가 아닌, "시간의 냉장고 속에서 잠시 잠을 자다 불쑥 나타난 미래 도시"라고 말한다. 과거의 도시이지만 미래의 도시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이 어쩌면 맞을 지도 모르겠다. 마추픽추 여행을 끝내고 기찻길 트레킹으로 다시 오얀타이탐보로 돌아가는 길에 마추픽추 방향을 바라보았는데 산과 나무 뒤편에 가려져셔 돌 한 덩어리, 건물의 조금의 일부조차 전혀 보이지 않는 것에 소름이 돋은 적이 있다. 정말 그들은 신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또 한 번 들었다. 이러한 신비롭고 믿을 수 없는 마추픽추를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상상 속 눈앞에 펼쳐지게 도와주는 이 책이야말로 진정한 잉카 트레킹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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