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구경 - 엿보고 싶은 아름다운 한옥 스물다섯 집
행복이가득한집 편집부 엮음 / 디자인하우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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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은 주위와 단절되지 않은 연속적인 주거공간이다. 또한, 개방적인 공간으로 모든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바람이 불고 햇볕이 들어오고 비가 오고 눈이 오는 계절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보통의 주거공간과 비교하면 건축 및 증축, 보수 등 여러가지가 제한되어 있으며 비용이 많이 든다. 무엇보다도 아파트, 빌라, 다세대주택, 원룸 등 현대의 주거공간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 한옥은 일단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은 공간일 수 있다. 왜냐하면, 입식 위주의 현대식 주거공간과 좌식 위주의 한옥은 생활방식부터가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소 좁은 공간과 단열이 제대로 되지 않아 춥다는 점 등은 한옥을 마음으로만 간직하고 실질적으로는 가까이 할 수 없는 그런 대상으로 인식하게 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불편을 감수하면서 한옥에 사는 것은 한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움과 운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친화적이면서도 인간중심적인 가옥 형태에서 느낄 수 있는 익숙한 감정은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평온한 삶을 가능하게 할 수 있으며, 또한 기대하기도 한다. 한옥을 기능에 따라 분류하자면, 문화재적 측면과 문화산업적 측면, 그리고 실용적인 측면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문화재적 측면에서 지켜야 할 문화유산으로서의 한옥은 주로, 고궁이나 유적지의 민속마을, 전국 곳곳의 종가집이나 고택이 있고, 문화산업적 측면에서는 주로 한옥마을이라는 관광특구로 조성된 지역의 전시관이나 체험관, 숙박업소, 각종 문화시설 및 교육시설 등으로 한정된다. 이러한 측면에서의 한옥은 공통적으로 실제로 사람이 거주하는 살아숨쉬는 주거공간이라기 보다는 관광이나 교육을 위해 잠시 머물다가는 전시품 또는 구경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실용적인 측면에서 한옥의 보급 또는 보편화는 나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과거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실제로 사람이 거주하면서 자연과 사람과 집이 서로 호흡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역할보다는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사람들의 낭만적인 취향을 반영한 주택 또는 재테크의 수단 정도로만 인식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한국의 가장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가옥이 이른바 부자들의 전유물 정도로만 인식되고 일반인이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가옥으로 인식되는 것은 한옥이 가진 본래의 목적을 생각한다면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개발과 보존의 경계에서 한옥도 점차 옛모습을 잃고 현대적인 건축으로 변모한다. 중요한 것은 변화하는 흐름에 맞춰 한옥의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른바, 전통의 현대화 또는 현대의 전통화라는 의미에서 한옥과 현대적 건축방식의 결합은 필요하다. 흔히 말하는 전통의 가치와 한옥의 기본을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기술적으로 현대적 건축공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는 가깝지만 멀게만 보이는 한옥을 보다 보편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래야만 과거의 유산으로만 머물러있지 않고 동시대인들의 삶의 터전으로서 계속 존재하고 진화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한옥이기에 이것을 소재로 하는 책들도 많이 출간되고 있다. 한옥에 관심이 있었기에 한옥 관련 책들을 읽어왔는데, 상당수의 책들이 한옥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부각하는 낭만적 태도로 바라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건축가 황두진의 <한옥이 돌아왔다>처럼 건축학적 관점에서 쓰여진 실용서에 가까운 책들도 있긴 하다. 이 책 <한옥, 구경> 역시 한옥에 대한 낭만적인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사진으로 보는 전국 곳곳의 한옥들은 참 아름답고 운치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 역시 평온하고 안정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그려진다. 그러한 한옥과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취재하며 글로 엮은 것이 이 책의 구성인데, 집에 대한 사연과 글쓴이의 소감이 주를 이루는 책이다. 그래서 전체적인 글의 느낌은 한옥을 주제로 한 기행문 또는 여행에 대한 낭만과 사색에 가깝게 보이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정확히 말하면, 한옥 예찬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건축학적으로나 미적으로 아름다운 한옥에 대한 예찬이다. 개인적으로는 아름답지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에 제목처럼 한옥을 구경하는 것에 만족한다.


출처 : 본인의 블로그(http://jgkim79.blog.me/220640569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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