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수위 없는 청춘물을 제일 선호하는 취향이라서 전개 느린 거, 삽질하는 거 다 좋아하는 편인데 이 작품은 제가 좋아하는 청춘물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어요. 서툴고 처음이라 어렵고 고민하면서도 설레는 복합적인 미묘함이 아니라, 주인공 둘이 무리가 다르다 보니 찐으로 미묘한...? 진짜로 남고등학생들 사이에 느껴지는 미묘한 서열차이..? 뭔가 현실에서 본 것 같은 일진(작품 내에서 진짜 일진은 아니고 1군이라고 적혀있어요) 무리 남자랑 평범 무리 남자의 이야기 같았어요... 그러다보니 대놓고는 아니지만 미묘하게 작품 내에서도 서열이 느껴지고, 특별히 나쁜 인물은 없는데도 묘하게 현실적으로 기빨리는 것 같아서 청춘물보다는 K고딩물에 더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공이 여자인 친구들에게도 선을 안 긋고 그냥 스킨십하게 두고 수는 혼자 마음고생한다는 점에서 불호라는 평들도 예전에 봤었고 이해 가지만, 저는 오히려 그냥 좀 노는 무리 남자들은 으레 그러니까 그 부분은 이 작품 분위기에 맞게 현실적으로 보여서 별 생각은 안 들었어요. 근데 저는 찐으로 고등학생 같은 내용보단 가상인물들의 청춘을 보고 싶은 거라서 저와는 감성이 잘 맞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인기가 많은 작품이고 드라마화까지 되어있다고 하니 제 감성이랑 안 맞았을 뿐 오히려 진짜 고등학생들 같은 리얼한 느낌을 선호하신다면 더 취향에 맞을 거라고 생각해요. K고딩 K비엘 등 인기 많으니까요.
작화는 표지와 미리보기에서 본 그대로 건조한 느낌이에요. 그래서 더 청게물보다는 리얼물? 느낌이 나는 것 같습니다. 발매 전에 SNS에서 인기가 많았던 작품이라고 들었는데, 직접 읽어보니 출판만화보다는 SNS 만화 같아서 이해가 갔습니다.
그리고 일본 작품이다 보니 일본 학생들 문화, 일상대화를 리얼하게 살린 것 같은데 아무래도 언어와 문화 차이로 뚝뚝 끊어지긴 합니다. 이전 권들에서는 내가 못 웃을 뿐 그냥 그런 문화구나 하고 그러려니 했지만, 이번 권에서는 불호 포인트가 있었어요. 공 친구들끼리 말장난 하는 장면에서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그리고 자기 이름 이렇게 언급하는 장면이 있어요. 스토리랑은 크게 상관없는데.. 저 인물들을 긍정적으로 언급한 거라고 느껴서 비엘이랑 상관없이 심리적 거리감이 확 들었던 포인트였습니다. 중요한 내용도 아니고 일본 작품이니까 일본농담 했겠지 라고 생각할 수 있기도 하니까 감안해서 읽어주세요.
제가 청게물에 기대하는 게 현실성은 아니기도 하고, 작중 농담 표현에서 일본인물들 언급 때문에 마음이 식어서 조금 매정하게 리뷰를 작성한 감이 있는데 감안해서 읽어주세요. 계속 궁금했던 작품이라서 본 것 자체는 후회 없는데, 소장은 호불호 탈 것 같아서... 청게물이라면 무지성 소장하는 저 같은 독자들에게 참고가 되길 바라며 상세하게 써봤습니다. 저 불호 포인트 말고는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느낌 없었고 그냥 잔잔하게 읽었으니 비추를 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솔직하게 작성했어요.
여기까지는 작품 전체적인 감상이고, 아래는 3권 스토리 후기(약 스포일러) :
두 사람 1권부터 분명 사귀고 있었는데 3권에서야 마음을 확인하네요. 옆에 앉고 싶다는 말조차 큰 용기 내서 해야 하는데.. 좋게 말하면 풋풋하지만 3권까지 왔는데도 심리적 거리감이 이 정도구나... 싶었습니다. 독자는 공이 속으로 수를 엄청 귀여워한다는 걸 알지만 공은 아무리 표정 없는 설정이라도 표현이 거의 없어서 건조한데, 수 또한 (당연히) 그렇게 느꼈는지 친구들에게 자기 혼자만 좋아한다고 합니다. 너무 말을 안 해서 생기는 오해가... 이렇게 대화의 부재로 인한 심리적 거리를 3권에서는 느린 템포로나마 해소하면서 중후반부에는 풋풋하고 조심스러운 청게물 느낌이 살짝 납니다. 수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공이 먼저 짝사랑하고 있었다는 클리셰는 언제나 인기가 많은데 이 작품에서도 이렇게 풀리네요~ 아무튼 후반부는 풋풋하고 귀엽게 마무리합니다. 공은 3권이 되었음에도 속으로만 주접 겉으로는 무표정이라는 걸 빼곤 어떤 캐릭터인지 잘 모르겠지만(ㅠㅠ) 수는 햇살캐 같은 느낌인데 잘 웃고 다정하고 귀여워요. 개인적으로 불호 요소가 있었음에도 드디어 한 발짝 나아가 가까워진 두 사람이 4권에선 뭘 할지 궁금해서 4권 출시되면 읽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