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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뻐의 비밀 ㅣ 사계절 동시집 20
이안 지음, 심보영 그림 / 사계절 / 2022년 4월
평점 :
초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린 <른자동롬원>의 저자이자,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자연을 소재로 한 동시로 마음을 울리는 이안 선생님의 새 시집 <기뻐의 비밀>입니다.
이번에는 ‘그림책인가?’ 생각할 정도로 귀엽고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함께 해서 더 소장가치가 높아졌네요ㅎㅎ

대학생 시절 운좋게 이안 선생님께서 주관하시는 ‘권태응 어린이 시인 학교’에 지도교사로
참여한 적이 있는데요. 그때 이안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동시의 매력에 푹 빠져 종종 찾아 읽고는 했어요.
동시를 쓰면서는 아이들이 ‘시’라는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함축하여 표현하는 방법을 기를 수 있고,
동시를 읽으면서는 말놀이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함축된 표현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해석하는 능동적인 읽기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특히 이안 선생님께선 우리말의 특징을 잘 이해하시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말놀이를 다양하게 생각하여 시에 담아내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식물의 꽃말, 열매 등 자연을 소재로 한 시가 많기 때문에, 자연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시를 통해 간접적으로 생태교육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특히 초등 저~중학년 아이들은 자연과학에 한창 관심을 가지는 시기라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어요.

시집의 제목이 된 시 <기뻐의 비밀>입니다.
말놀이를 통한 재미는 물론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인생의 교훈도 담겨 있죠.
기뻐 안에는 이뻐가 들어있어 좋은 것이지만,
행복한 순간이 길어진다고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
기쁜 순간이 끊어지면 견딜 수 없이 따끔한 것.
아이들은 이 시의 구절을 읽고 어떻게 해석할지 너무 궁금합니다.

이 시는 자연, 꽃댕강나무를 소재로 한 시 <꽃댕댕나무>입니다.
식물의 이름을 인간만의 입장에서 지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도 놀랍지만,
더 아름답고 깊은 의미의 이름으로 바꿔주신 것도 놀라워요.
박상기 작가의 <도야의 초록 리본> 북토크에서도 작가님이 ‘청설모’는 청서의 꼬리털이 붓으로
쓰기 좋다는 의미에서 부르는 이름이니, ‘청서’라고 불러주자고 말씀해주신 것이 생각나네요.
‘꽃댕댕나무’도 같은 맥락으로 시인께서 얼마나 자연을 소중하게 여기는지 드러나는 시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시, <달려라 사자>입니다.
호가호위의 끝을 보여주는 벼룩의 이야기를 담은 재미있는 시입니다.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빵 터질 것 같아요. 머릿속으로 장면이 막 그려지네요.
시를 읽고 떠오르는 장면을 그리는 활동을 해보고 싶은 시입니다.
혹시 아이가 아직 동시의 재미를 모르고 있다면,
먼저 이안 선생님의 시를 접할 수 있게 하기를 추천드립니다.
제가 보여드린 시 몇 편만 봐도 어린이의 순수함과 짧지만 강렬한 의미가 잘 드러나죠?
분명히 이 책을 읽으면 아이들도 어른들도 동시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거예요.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개인적 의견을 바탕으로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