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서양고대사 - 메소포타미아·이집트 문명부터 서로마제국 멸망까지
정기문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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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World History 혹은 World History를 공부해본 친구들은 아마 알 거다. 이 시험을 준비하려면 우선 서양고대사를 아주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을. 세계사 시험 범위 시작이 서양고대사라서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문명부터 서로마제국 멸망까지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나중에 세계 2차 대전까지 무난하게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여기, 내가 찾던 <서양고대사> 입문서가 있다. 


책과 함께의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서양고대사>는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메소포타미아/이집트 문명

2부: 고대 그리스 

3부: 고대 로마 


이처럼, 책에서 World History 시험에서 나오는 범위를 다 다뤘기 때문에 세계사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유익했던 시간이었다. 그중, 내가 책을 읽으면서 흥미롭다고 느꼈던 부분을 짤막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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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여왕, 클레오파트라> 

"카이사르의 군사들에 의해 불타 없어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헬레니즘 문화의 보고로서 "세계의 모든 지식이 모여 있는 곳"으로 불렸다. 클레오파트라는 바로 그 도서관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었고, 당대의 정치인 중에 그녀만큼 지성이 뛰어난 사람은 없었다." P.116


짧지만 클레오파트라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아서 좋았다. 대체적으로 여성 리더들에 대한 내용들은 길게 나와있지 않는데, 이 책에서는 마지막 여왕이라는 타이틀로 그가 이집트를 이끄는 데에 있어 한치의 부족함이 없었던 <여성>이 아닌 <리더>였음을 시사해주고 있어서 반가웠다. 그의 지성이 저절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 당대 최고의 도서관에서 지식을 얻고자 노력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 것도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다. 


그리고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세계사 책에서 만날 때마다 늘 궁금한 곳이다. 불에 타지만 않았더라면 지금쯤 세계 최고의 도서관이 되었을지도. 아니, 세계의 모든 지식이 모여 있는 곳이 굳건하게 존재했다면 역사가 바뀌었겠지. 역사를 읽다 보면 순간의 찰나가 바꾼 것이 너무 많아서 아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마치 나비효과를 보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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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의 일리아스> 

"호메로스의 서사시는 그리스인에게 성경과도 같았다. 4년에 한 번 아테네인이 판아테나이아 축제를 열 때, 음유시인이나 낭송자들이 <일리아스> 나 <오디세이아>를 낭독하면 관중은 마치 자신들의 눈앞에서 광경이 펼쳐지는 듯 흠뻑 빠져들어 이야기를 경청했다." P.145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들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나 오디세이아를 읽었을 것이다. 설령 그것이 울며 겨자 먹기 식의 경험일지라도. 하지만 나에겐 호메로스의 작품들을 읽는 것이 기쁨이었다. 당시 영어 선생님께서 다양한 수업을 해주신 덕분이다. 친구들과 함께 호메로스의 작품들을 우리만의 해석으로 재탄생시킨 대본으로 연극 연출을 해보기도 했고, 그룹으로 모여 재밌는 프로젝트들을 했다. 호메로스가 음유시인이었다고 알려진 것처럼 주어진 파트에 멜로디를 붙여 노래로도 만들어보고, 책에 쓰인 캐릭터들의 모습을 토대로 그림도 그려보고 마스크도 만들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책에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부분을 만났을 때 그렇게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때 당시, 음유시인들의 입과 행동을 통해서 전해 들은 <일리아스>는 얼마나 짜릿했을지 상상해본다. 한 번쯤은 꼭 가보고 싶은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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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탄생과 가르침> 

고대 로마 시대에서 빠질 수 없는 기독교와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는 학교에서 배우는 세계사 책에 세세하게 서술되어 있지 않다. 종교가 예민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심취해서 읽었던 부분이 바로 <고대 로마 시대>이다. 


"예수는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라는 새로운 계명을 주었다. 율법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면서, 예수는 대부분 유대인들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주장을 전파했다." P.373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예나 지금이나 다수가 믿는 것을 거스른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진정 사실이어도, 다수가 아니라고 했을 때 과연 나는 뚝심 있게 내 의견을 밀고 나갈 수 있는 사람일까, 생각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아직까지 내가 세상을 동화 속 세상처럼 아름답게 바라보는 건지는 몰라도-- 언젠가는 진실이, 정의가 승리할 거라 굳게 믿는다. 그렇게 믿고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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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역사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적극 추천드린다. 또한, World History 관련하여 학습이 필요한 분들께도. 입문서라서 술술 읽히고, 읽으면서 떠오르는 영감은 덤이다. 


이번 기회에 역(사)알못, 탈출해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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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이 그랬어 트리플 1
박서련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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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련 작가의 <호르몬이 그랬어> 3편의 단편소설과 한 편의 에세이, 그리고 해설로 이루어진 책이다. 수록된 소설 3편 다 시리도록 추운 겨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작가의 소개 첫 줄이 "철원에서 태어났다"라고 적혀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작가와 추위의 상관관계가 뚜렷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나 역시도 이 책을 추운 겨울에 읽었고,  이 책을 읽을 때면 왠지 모르게 차가운 단어들의 향연에 한없이 따뜻했던 내 방이 순식간에 추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책을 읽으며 "춥다"라고 느끼는 부분들이 있는데, 첫째, 소설이 잔인하게 아픈 현실을 꼬집을 때, 둘째, 소설이라는 명목 하에 비현실 같은 현실의 잔혹함을, 부조리함을 가감 없이 드러낼 때,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언의 이유로 내 마음을 후벼 팔 때 그렇다. 


책을 읽는 내내 시린 겨울이 자연스레 떠올려질 만큼 세편의 소설 다 내 마음을 후벼 파는 장면들과 주옥같은 문장들이 넘쳐났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소설은 <총塚> (주인이 없는 빈 무덤이라는 뜻)이다. 



<총塚>은 애인의 유골함을 훔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이 된다. 세상에 둘만 있으면 다 될 것 같았던 커플이 한순간에 죽음을 마주하게 되면서 <남은 자>가 겪는 애환을 생생하게 담았다. 


뭐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동시에 "너"라고 대답할 정도로 서로가 서로였단 그들에게, 한 사람이 더 이상 이승의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바로 이 장면이다:


"이상하지 않아?"

"뭐가?"

"살아 있는 우리보다 죽은 사람들이 지구 상에서 더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거."

나는 안쓰러운 너를 더 세게 안으며 내 무덤은 너야 라고 말해주었다. 가장 아름답고 가장 크며 유일한 나의. 

P.89


주인공 커플은 아직 20대 초반의 앳된 청년들이다. 쉼터를 전전긍긍하며 평생을 살아왔고, 돈이 없어서 늘 가난과 배고픔에 허덕였다. 그런 그들이기에 서로가 더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세상은 너무나도 춥고 배고프고 살기 힘든 곳이었기 때문이리라. 


그런 그들이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말에, 

얼마나 사는 게 힘들었으면 저런 생각을 했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추운 겨울이 그들에게는 살을 에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연탄가스 태우는 냄새가 났어도 그러려니 하고 넘긴 것일까, 하는 물음이 계속 떠올랐다.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겠지만, 알고 싶지 않은 그런 물음표가 내 머릿속을 헤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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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겨울 냄새가 큼큼하게 날 때쯤, 이 책을 꺼내어 볼 것 같다. 

새어 나오는 물음표가 온점으로 바뀔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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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교양 - 일상에서 나를 살리고 살리는 최소한의 지적 무기
이용택.김경미 지음 / 한빛비즈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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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책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세상의 다양한 지식을 모아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아이들을 지도하는 데에 있어서 수업 내용"만" 커버를 한다면 아이들은 지루해서 나의 수업을 듣고 싶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나는 "이야기꾼"을 자처한다. 


수업시간에 내 눈에 띄는 단어라던지, 지문이라던지 그것들을 발견함과 동시에 내 머릿속에서는 아이들에게 어떤 썰을 풀어줄까 고민한다. 고작 1분 정도 시간을 할애해서 썰을 풀어주는데, 그의 역할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평소라면 아이들이 외우기 싫어했을 단어, 머릿속에 넣고자 애를 쓰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던 단어들이 그렇게 쉽게 외워진단다. 나의 일화가 너무 웃기거나 슬프거나 둘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란다. 


이러니 "썰"을 어떻게 안 풀 수 있겠는가. 


"썰"을 이야기해주다 보면 또 다른 영어 단어가 머릿속에서 생각이 나고,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어원에 맞는 단어라도 나오는 날에는 한 단어로부터 파생된 단어들까지 word group을 줄줄이 설명한다. 그리고 학생들은 단 하나도 빠짐없이 그 그룹에 속한 모든 단어들을 완벽하게 외운다. 


내가 책을 절대 놓지 못하는 이유다. 


다양한 책들을 읽고, 글을 써서 내 것으로 만든 다음, 완전히 체득되었다고 생각할 때 비로소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주는데, 오늘 소개할 책, <생존 교양>이 내가 재밌는 "썰"을 아이들에게 풀어줄 수 있었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책은 총 세 가지의 파트로 나뉘어있다:

Part 1: 나만 몰랐을 것 같은 

Part 2: 어디서 보고 들은 것 같은

Part 3: 알아두면 쏠쏠할 것 같은 


각 토픽당 두 바닥 씩 총 150개의 토픽이 정리되어 있는 책이라 짬 날 때 하나씩 읽으면 좋다. <150일의 챌린지>해서 하루에 하나씩 읽고 배우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궁금한걸 못 참아서 앉은자리에서 다 읽었다. 덕분에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되어 독서노트에 끄적거린 페이지 수만 해도 20여 페이지. 인덱스 한통을 다 쓴 건 말할 것도 없다. 


이처럼 많은 양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는데,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부분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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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만 몰랐을 것 같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Procrustean bed)


프로크루스테스: 잡아당겨 늘이는 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포악한 악당. 여인숙을 운영했는데 나그네들을 상대로 악행을 일삼았다. 쇠침대에 눕혀보고 침대보다 키가 크면 머리나 발을 잘라 죽였으며, 침대보다 키가 작으면 길이에 맞춰 다리를 늘렸다. 키가 작은 사람에게는 큰 침대를, 키가 큰 사람에게는 작은 침대를 주었다고 하니, 그의 여인숙에 묵은 모든 사람들이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표현은 상대방을 내 기준에 무조건 맞추려고만 하는 행동에 비유해서 사용하는 말이라고 한다. 


이 말을 시대적으로 안 맞는 사상을 주입시키려 할 때 자주 쓰인다고 한다. 그래서 내 눈에 더 잘 들어왔나 보다. 과거에는 당연했을지 몰라도 지금 시대에는 당연한 것이 아닌 것들이 있다. 시대의 흐름을 타지 못하고 타성에 젖어 과거의 것만 고집하는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하는 개념임은 틀림없다.


맞지 않는 틀에 억지로 욱여넣었을 때의 끝은 고통뿐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받아들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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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디서 보고 들은 것 같은: 앙가주망 


에밀 졸라, <나는 고발한다>.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하게 된 드레퓌스 (Dreyfus)를 위해 작가 에밀 졸라가 쓴 <나는 고발한다>. 당시 부와 명예를 다 쥔 사람으로서 대통령에게 공개적인 서한을 보내는 위험한 행동을 할 이유가 없었지만, 작가로서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믿었던 졸라. 그래서 결국 중상 죄로 유죄 선고가 내려졌고, 1년간 런던에 망명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소리로 진실을 외쳤던 졸라의 <앙가주망>은 "아는 만큼 행동하고, 사상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의무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프랑스에 자연스레 흡수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와, 앙가주망이 engagement 였다니, 상상도 못 했다! <지식인의 사회참여>를 의미하는 <앙가주망>. 

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해 숨기지 않고 거침없이 표현했던 졸라를 기리며, 오늘의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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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쌓음으로써 진정한 "유레카!" 모먼트를 즐기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린다. 아,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시는 분들께도. 하루에 두 바닥씩 읽는 것이 그리 힘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두 바닥씩, 지식을 쌓는다고 생각하시고 자기 전에 가볍게 읽기에 환상적인 책. 


강력 추천드린다. 


PS) 영어공부는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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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의 즐거움 - 나를 성장시키는 혼자 웅크리는 시간의 힘
신기율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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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하게 혼자있고 싶어진다. 나는 ˝나˝ 라는 자유로운 섬의 주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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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코드 (특별합본판) - 재능을 지배하는 세 가지 법칙
대니얼 코일 지음, 윤미나.이지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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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재능에 대해 갖고 있던 물음표들을 없애주는 속 시원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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