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흑역사 - 왜 금융은 우리의 경제와 삶을 망치는 악당이 되었나
니컬러스 섁슨 지음, 김진원 옮김 / 부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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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약 500페이지에 달하는 이 벽돌 책을 읽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책의 시작점에 있던 한 글귀였다. 


"이제 세상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아니라 가치를 만드는 자와 빼앗는 자로 나뉜다."


그렇다. 여태까지는 뭣도 모른 채 금융 공부를 게을리하며 살아왔지만, 앞으로는 금융을 잘 모르는 사람으로는 살 수는 없다,라고 마음먹게 만든 이 글귀 덕분에 나는 <부의 흑역사>에 도전하게 되었다. 


이 책은 자칫하면 어려울 수 있는 금융에 대해서 쉽게 풀이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책이다. 실제로 내가 직접 읽어보니 금융이라는 큰 토픽을 설명시키려 하는 노력보다는 독자들이 좀 더 즐기며 읽을 수 있는 갖가지 이야기들이 즐비했다. 왜 이 책이 어렵게 느껴지기보다는 쉽고 재밌게 느껴진다는 평가가 많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던 찰나였다.



책은 총 11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경쟁과 세금은 부의 적이다

2장: 신자유주의, 무엇을 위한 자유인가

3장: 악의 소굴이 된 제국의 심장

4장: 우리에게 독식을 허하라

5장: 제3의 길은 없다

6장: 켈트 호랑이의 폭풍성장과 추락 

7장: 누가 금융위기를 불렀나

8장: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 신탁의 마법

9장: 단순하지만 위력적인 수탈 장치 사모투자 

10장: 왜 금융은 경제를 망치는 악당이 되었다

11장: 부의 약탈을 옹호하는 경제학자들 


"막대한 부는 유다른 잔인성과 앙갚음을 낳는 듯하다. 시티 오브 런던이나 월스트리트의 중개인들은 폭력적인 언사를 즐겨 일삼는다." P.319

-이 두꺼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 있다면 바로 "부자들은 왜 더 많은 부를 원할까?"라는 제목을 가진 자그마한 섹션이었다. 부를 본인이 축적했던, 상속받았든 간에 부자들은 더더욱 많은 부를 원하고 행복과 소득은 연봉 7만 5000달러까지만 비례한다는 이야기. 행복과 돈은 비례하다만, 왜 연봉이 7만 5000달러 이상이 되면 더 이상 연봉이 오르는 것에 대해 행복하지 않은 걸까. 책에 의하면 연봉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사람이 더 행복해지는 것은 사실이나, 오르는 금액만큼이나 행복해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다 거기서 거기- 마인드이기 때문이다. 


신기하다. 돈을 모으기 위해서, 벌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데 어느 정도에 도달했을 때 더 이상 커지지 않는 사람의 행복이. 그리고 그 많은 부를 이미 축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부를 창출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간사한 마음과 끝없는 욕심이 '인간은 별 수 없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나도 열심히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있는 사람으로서 금융에 대해, 돈에 대해 하루면 수백 번을 생각하게 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돈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내가 살면서 책이 말했던 것처럼, "유다른 잔인성과 앙갚음을 낳을 정도로"의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을까라는 불확실성에 대한 고민보다는, 돈 앞에 무릎 꿇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학생들에게 늘 이야기했듯, 돈을 좇는 삶을 살기보다는 나의 가치관을 올바르게 확장해 나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돈이 많은 사람, 플렉스를 하는 사람이 되는 것도 물론 좋지만 -- 실제로 플렉스 하는 걸 좋아한다. 거짓말하지 않겠다. -- 잔인성과 앙갚음에 도태되는 사람보다는 그 누구보다 돈 앞에 여유롭고 내가 세운 가치관과 목표를 따라가기에 바쁜 사람이 되기를 오늘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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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금융에 대해 잘 모르지만 재밌는 이야기로 금융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다. 가진 자와 못가 진 자로 나뉜 세상이 아닌, 가치를 만드는 자와 빼앗는 자로 나뉜 세상을 앞으로 살아갈 분들께도. 가치를 빼앗는 자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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