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기 위해 쓴다 - 분노는 유쾌하게 글은 치밀하게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직 쓰는 것. 그것이 가장 영리하고 품위 있게, 그리고 확실하게 세상을 바꾸는 방법이다."


나는 책을 읽을 때나 글을 쓸 때마다 내 삶에 어떻게 해서든 연관을 지으려 하는 버릇이 있다. 그래서인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 -- 예를 들면 외계인이 지구를 침범한다던지 -- 에 대해 글을 읽을 때도, 주인공과 나와의 교집합점을 어떻게 해서든 찾는다. 그렇게 해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 왠지 내 얘기 같아서 친근감이 느껴지는 것은 물론이고, 내 삶을 되돌아보거나 앞으로의 계획을 세울 수 있어서 활자를 흡수하고 내뱉는 데에 있어 꽤나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체험형 저널리스트>인 바버라 에런라이크를 온 맘 다해 존경한다. 그는 저널리스트로써 불평등을 몸소 체험해보고자 경험해보지 않은 직업이 없고, 자신의 경험을 통해 느낀 것들을 벗 삼아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킨다. 따라서 그의 글은 지독히 현실적이고, 불편하고, 치밀하다. 


그렇기에 그의 신작 <지지 않기 위해 쓴다>를 읽으면서 불편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사회의 한 일원으로써 고약한 실체를 외면하는 건 내가 할 도리가 아니라는 마음 하나로 책을 끝까지 읽어냈다.



책은 총 6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2장: 몸과 마음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

3장: 지금 여기, 남성에 대하여

4장: 여성들이 계속 써야 하는 이유

5장: 신, 과학, 그리고 기쁨

6장: 중산층 몰락 사회의 탄생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몇 퍼센트 정도의 현실인가. 소거된 목소리를 이대로 두어도 괜찮은가. 인식의 사각지대를 밝히기 위해 삶의 가장자리에서 누군가는 치열하게 쓰고 있다." P.13

- 에런라이크를 감히 이 시대의 참된 저널리스트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소외된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고자 직접 그들의 삶에 뛰어들고,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준 저널리스트가 몇이나 될까. 나는 그의 책을 읽고 -- 비록 먼 나라 미국의 이야기지만 한국의 상황과도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 내가 이 사회에 대해 이렇게 무지했었나, 싶어 한동안 멍 하게 책의 끝페이지를 읽고 또 읽었다. 내가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들이 분명히 있음을 다시 한번 나 자신에게 상기시킨다 -- 예를 들면 차별금지법 통과와 같은 사항들 말이다. 


또한, "빈곤이 사람들을 범법자로 만들지만, 범법자가 된 사람들을 가차 없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뜨린다는 것도 사실이다, "라는 그의 말에 적극 동의한다. 나 역시 12학년이 되기 전까지, 어떤 노숙자를 인터뷰하기 전까지는 빈곤의 원인은 빈곤을 겪는 자로부터 시작되었다고 굳게 믿어왔기에 나보다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측은지심을 잘 느끼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를 인터뷰하고 나서 그가 처한 상황이 결코 그의 잘못이 아니었음을 깨달았고 그가 빈곤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사회의 보살핌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에런라이크를 존경한다. 그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분명 사회의 부조리함을 알리기 위해 곤경에 처한 자들을 <겪어본> 사람의 글이라는 표식이 그가 꾹꾹 눌러쓴 단어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

자신이 보고 겪은 것에 대해 거침없이 표현하는 그만의 날 선 글은 멋짐을 넘어선 경이로움 그 자체다. 

이것만으로도 내가 이 책을 당신에게 추천할 이유는 차고 넘쳤다.



"행동하지 않으면 저널리스트가 아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