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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마의 수도원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8
스탕달 지음, 원윤수.임미경 옮김 / 민음사 / 2001년 8월
평점 :
스탕달의 대표작이라고 하면 '적과 흑' 그리고 파르마의 수도원을 꼽을 수 있겠다.
물론 스탕달의 연애론도 유명하다. 펭귄 문고에도 포함되어 있고 국내에도 여러번
번역되었다. 그런데 이 스탕달의 연애론은 지금 연애하는 사람들보다는 차인지 얼마
안되는 사람들이 읽을만한 책이다.
파르마의 수도원은 예전에는 '파르므의 승원'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다가(일본에서
승원이라고 번역된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승원보다는 수도원이 우리에겐 더
익숙하니 '파르므의 수도원'으로 번역되었고,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에는 '파르마의
수도원'으로 번역되어 나왔다.
파마산 치즈, 파르마 왕립극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고향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파르마는 프랑스에서는 파르므라고 불린다. 그래서 원제는 La Cartreuse
de Parme인데, 북경의 오후"라는 소설을 한국 작가가 썼다고 했을 때 "Afternoon in
Bukgyeong"이라고 번역되는 것보다는 "Afternoon in Beijing"이 더 나은 번역이라고
생각된다면 '파르마의 수도원'이 더 나은 번역일 것이다.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는 젊은 귀족 청년 파브리스 델 동고가 성채로 압송되었을 때
그 곳에서 성채의 책임자 콘티장군의 딸 클렐리아를 보게 되는 순간부터다.
파브리스는 몇년전 클렐리아가 소녀일 때 잠시 마차를 같이 탄 적이 있었고 그가
감금될 탑으로 올라가는 도중 그녀를 다시 보게 되면서 사랑에 빠진다. 클렐리아의
가슴 역시 두근거렸다.
파브리스가 감금된 방의 창은 클렐리아의 새방(새를 기르는 방)을 볼 수 있었다.
그는 그 방의 창을 통해 클렐리아를 보기를 희망한다. 클렐리아 역시 어색한
모습으로 새방에 매일 나타난다. 파브리스는 그녀가 자신을 의식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의 눈이 자신을 향해 인사를 보내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뜻하지 않은
곤경을 감당할 수 없었던 그녀는 재빨리 새들 쪽으로 몸을 돌려 모이를 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몸을 떨고 잇었으므로 나눠주던 물을 엎지르고 말았다. 파브리스는
그녀가 당황하고 있음을 똑똑히 알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모르던
그녀는 마침내 뛰듯이 달아나고 말았다.
지금 이 순간은 파브리스의 일생에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이때 만약 누군가가 감옥에서 나가게 해주겠다고 했어도 그는 그 제안을 거절했을
것이다. 그것도 단호히!
파브리스는 그때까지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고, 자신의 마음에는 사랑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다 자신도 사랑이라는 걸 느끼게
되었다고 생각했던 여인, 아름답고 재기넘치는,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그의 젊은
고모에게 사랑을 고백할까를 망설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파브리스는 클렐리아를
보면서 그의 고모, 산세베리나 공작부인은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리고 그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의사전달수단, 즉 감방에서 우연히 찾아낸 숯덩이로 손바닥에 알파벳을
한자씩 쓰는 수단을 이용해서 클렐리아에게 말을 걸곤 했다. 클렐리아는 고민이 많았다.
파브리스는 행동이 신중한 편은 아니었다. 나폴리에서는 그가 애인을 너무 쉽게
바꾼다는 평판이 있었다. 클렐리아는...궁정사교모임에 참석하게 된 이후...자신에게
청혼해 오는 젊은이들에 대한 평판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아뿔싸! 파브리스는 그런
청년들 누구와 비교해 보아도 연애에 있어서는 가장 변덕스러운 사람 같았다. 지금
그는 감옥에 있고 쓸쓸하다. 그래서 그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단 한 사람의
여인에게 환심을 사려는 것이다. 이보다 더 명확한 문제가 있을까? 아니 이보다 더
'뻔한' 답이 있을까. 이런 생각으로 클렐리아는 상심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파브리스가 자신의 감정을 다 털어놓아서 자신이 이제 공작부인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녀에게 밝혔다 해도, 그녀가 그 말을 얼마나 믿을 수 있었겠는가?
또 비록 그 말을 믿는다 해도 그의 감정이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까지 믿을 수
있었을까?
게다가 클렐리아의 아버지는 그녀에게 돈많고 잘생긴 크레센치 후작에게 시집갈 것을
강권하고 있었고, 파브리스에 대한 암살(독을 이용한)이 계획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날, 크레센치 후작은 악단을 보내어 그녀에게 세레나데를
연주하게 하고, 이 세레나데를 들은 파브리스는 그 음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른채 감동하여 손바닥에 글씨를 써서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클렐리아는 단지
우울한 표정만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자신이 결혼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를 당장 수녀원으로 보낼 것이고 그러면 파브리스는 독살되고 말
것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부친의 협박에 굴복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 클렐리아는 처음으로 파브리스에게 의사를 전달한다. 피아노
앞에 앉아 한창 유행하고 있는 한 오페라의 레치타티보를 부르는 척하며 그에게 독살
위험이 있음을 말한고 속옷을 뜯어 끈을 만들어 창밖으로 늘어뜨릴 것을 이야기한다.
그 후 클렐리아는 파브리스에게 알파벳 카드를 만들어 보내고 이 둘은 알파벳 카드를
이용하여 대화를 나누고, 파브리스에게 음식을 매일 전달한다.
파브리스를 사랑하는 고모 산세베리나 공작부인은 파브리스의 구출계획을 세우지만
파브리스는 감옥에서 떠나지 않으려한다. 그에게 가장 행복한 곳이기 때문에.
클렐리아는 이러한 파브리스의 행동을 무마하려고 한다. 탈출하지 않으면 한평생
수녀원에 숨어지내겠다고 말하고 파브리스가 자신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파브리스는 낙담하며 탈출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리고 탈출에 성공하지만...
그 뒤는 매우 빠르게 전개된다.
세상의 속인들이 나를 두고 불행하다 했을 때 나는 얼마나 행복하였던가!
그러나 지금 너무도 변해버린 내 운명이여!
마조레 호숫가에서 파브리스가 적어 보낸
페트라르카의 두 구절
아니에요, 내 마음 변하는 것을 보게 될 날은 없으리니,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준 아름다운 눈이여.
클렐리아가 속으로 답한 페트라르카의 두 구절
* 이런저런 얘기가 생각나는데 정리는 좀더 나중에.
** 행복하게 산다는게 뭘까. 이 소설을 스탕달은 다음과 같이 끝맺는다. "소수의
행복한 사람들에게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