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개념어 사전
채석용 지음 / 소울메이트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사전식 서술을 표방하는 단행본 서적들이 갖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장점이야 사전류가 전통적으로 갖는 유용성을 덜 지루한 방식으로 발휘하는 데 있을 것이지만, 다른 한편 저자의 일관된 관점을 드러내기 힘들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철학 개념어 사전'의 뛰어난 점은 후자의 단점을 극복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저자가 서두에서부터 인상적으로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설령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줄지언정 어떠한 개념어에 대해서도 결코 애매모호한 말로 두루뭉수리하게 넘어가지는 말자는 신념에 따라 지어졌다." 요컨대, 이 책의 저자는 사전식 서술이라고 해서 섣부른 '객관성'을 가장하여 김빠지는 설명으로 일관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서두에서부터 보이는 것이며 이러한 의지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관철된다.

매번 자신의 독창적 관점을 드러내기를 불사하는 저자의 개념어 서술 방식은 특히 자신의 전공 분야인 한국철학과 동양철학의 개념어를 다룰 때에 두드러진다. 예컨대 조선 유학의 계보를 '주기 좌파와 우파', '주리 좌파와 우파' 형태로 분석하여 설명해나가는 방식은 독자의 이해를 크게 도울 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저자의 독창적 관점이 빛을 발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저자의 통찰이 담긴 여러 권의 단행본 저서를 섭렵한 느낌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교철학을 전공한 저자는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한 애증의 태도를 숨김없이 드러내는데, 동서양을 아우르는 그의 해박한 지식에서 우러나오는 유교에 대한 애정어린 비판은 곳곳에서 설득력 있는 울림을 만들어낸다. 예컨대 최근의 유전학적 성과에 대한 분석과 함께 유교의 미래를 전망하는 그의 태도는 이런 식이다.

 "유교의 관념적 성선설은 과학적 성과에 힘입어 다시 일어설 태세에 있다. 물론 새로운 성선설은 관념적 성선설이 아닌 과학적 성선설이 되어야 할 것이다. 관념의 허울을 벗고 과학과 협력해 인간의 선한 본성을 새롭게 조명하는 것이 현대 유교의 진정한 책무이지 않을까?"[196쪽] 

결국, 저자는 단순한 개념어 사전을 집필하려 한 것이 아니라 동서양 철학의 소통을 색다른 방식으로 시도한 것이라 할 만하다. 이 책을 일독하고 나면 동서양의 어떤 철학서적이라도 부담없이 꺼내들고 읽을 수 있을 만한 자신감이 생길 것 같다. 한 마디로 이 책의 저자 채석용은 독자들에게 '두 마리 토끼를 잡으라'고 요구한다. 서양의 개념어라고 해도 우리는 한글/한자로 익힐 수밖에 없으니 이것은 사실상 당연한 요구이기도 하다. 저자의 이런 지적 작업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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