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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호랑이처럼
메리 로그 글/파멜라 자가렌스키 그림
키즈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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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편안한 감정을 갖게 하는
잠자리 책으로 어울리는 책 한권 읽어보았습니다.
차분하면서도 운율감이 느껴지는 글과 은유와 상징으로 표현된 그림이 돋보이는 그림책입니다.
‘칼데콧 아너 상’을 받은 수작으로 아이들을 편안한 잠자리로 이끈답니다.
:: 책속으로 ::
밤이 되었지만 소녀는 아직 잠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늘 그렇듯이요.
성장기에 있는 아이는 빠른 재생성으로 쉽사리 피곤을 느끼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잘 느끼지 못한다고 하여 신체가 피로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요.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규칙적인 잠자기 습관이 필요하다네요.
엄마와 아빠는 소녀에게 옷이라도 갈아입으라고 타이릅니다.
그리고 말끔하게 씻어보라고도 말했지요.
소녀는 엄마와 아빠의 말대로 옷을 갈아입고 씻었어요.
그리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말끔히 씻고 나자 기분이 상쾌하고 좋았습니다.
소녀는 '고요한 강 위에 떠있는 수달처럼' 얌전히 누웠습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표현이던지 읽어주던 제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떠오릅니다.
소녀는 엄마와 아빠에게 세상 모든 것이 잠을 자냐고 물습니다.
아빠, 엄마는 세상의 모든 동물들이 잠을 잔다고 말했죠.
달팽이는 껍데기 안에서 몸을 웅크리고 자고,
털북숭이 곰은 눈이 오는 겨울이면 굴 속 깊숙이 들어가 잠을 자고...
그러자 소녀가 자기도 잠을 자는 동물을 알고 있다고 말했어요.
과연 소녀는 어떤 동물을 말했을까요.
책 속 부모는 아이에게 기분 좋은 잠을 선물하고 싶어하죠.
아이의 뜻에 따라 잠을 자지 않아도 좋다고 말해 주지요.
하지만 은연중에 아이가 잘 수 있도록 세심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주 기분 좋게 잠이 들도록 말이죠.
소녀는 '누에의 고치처럼, 새들의 둥지처럼 '
자기가 누운 침대가 따뜻하고 편안하다고 느낍니다.
' 날개를 접고 자는 박쥐처럼 ' 두팔을 모아보기도 합니다.
'고래처럼 둥글게 돌아보기'도 하다가,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이불 깊숙히 파고들었지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호랑이처럼 깊은 잠에 빠져든답니다.
아름다운 표현의 운율감 있는 글을 잠자리에서 잔잔하게 읽어주면
밤톨군의 눈도 어느덧 스르르 감긴 답니다.
엄마는 이 책과 어울리는 자장가는 어떤 음악일까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 독후활동 ::
아이와 함께 깊은 숲속의 호랑이를 그려보기로 했습니다.
엄마는 급하게 등쿠션 위에 블럭상자 뚜껑을 올려주고
재료는 밤톨군에게 찾아오라고 해봅니다. 그러자 색연필과 싸인펜을 들고 옵니다.
색종이와 풀도 가지고 오네요.
나름 새로운 환경이라 그런지 즐거워하며 호랑이를 그려나가는 밤톨군.
오늘도 색은 여러가지를 화려하게 칠해주는군요.
밤톨군의 호랑이 입니다. 처음에는 장난치며 코를 돼지코..로 만들어버리더라구요.
책 속 그림을 보며 왕관도 그려넣어줍니다.
이번에는 색종이로 호랑이를 접어보기로 했습니다.
우연히 반짝 색종이를 사줬더니 이 색종이를 참 좋아합니다.
여기까지 하고 다음날 하겠다고 하는 밤톨군.
아쉽지만 의사를 존중해줘야겠죠.
다음날 점심을 먹으며 호랑이 다리부분을 오려 만들고
눈알 스티커를 붙여주었습니다.
그리고 호랑이 무늬를 그려주었습니다.
'3' 같은 모양을 여러번 그려주고는 멋있지? 라고 자랑스레 내밉니다.
이렇게 완성된 밤톨군의 호랑이 보실까요.
:: 또다른 이야기 ::
잠자는데 왜 이야기가 필요할까?
아이들은 부모와 떨어져 혼자 잠 속으로 들어가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꿈나라까지 엄마와 같이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아이들은 부모와의 ‘분리 불안’을 잊기 위해 이야기를 청한다. 혼자 징검다리를 건너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처럼, 이야기를 들으면서 서서히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불안감을 떨쳐버린다. 침대 옆에서 자녀에게 읽어주는 베드타임 동화가 부모의 처지에서는 다른 목적을 가진다. 부모에게 이 시간은 단순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이 아니다. 삶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도덕교육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베드타임 동화 속에 부모들은 슬쩍슬쩍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끼워 넣는다. 이 과정은 평소 판에 박힌 듯 살아오던 어른의 삶에 창작의 기쁨을 안겨준다. 베드타임 동화가 수천 년 이상 지속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렇게 어른에게나 아이에게나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아이나 어른 중 한쪽만 기쁨을 얻는다면 아마도 그렇게 오랫 동안 지속되지 못했을 것이다.
○ 듣기 능력을 길러주는 베드타임 동화
베드타임 동화로 유명한 엄마 중에 독일의 문호 괴테의 엄마가 있다. 괴테가 5세가 되어 글자를 깨치기 전까지, 그의 엄마는 아들에게 베드타임 동화를 들려주었다. 그래서 괴테는 5세 전에 엄마로부터 전래문학을 다 들었고, 수많은 동시를 들었다. 나중에 읽어줄 책이 없어지자, 이들 모자는 이야기 들려주기의 역할 바꾸기를 했다. 그동안 엄마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괴테가 엄마에게 들려주는 독서놀이였는데, 매우 정확하고도 완벽한 스토리를 재현했다고 한다. 성공한 사람이나 존경받는 사람들의 특징 중에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경청의 기술’이 있다. 존경이나 성공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려야 얻을 수 있는 것인데, 그 헤아리는 기술이 바로 그 사람의 마음을 읽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경청의 기술을 가르쳐 주는 방법으로는 베드타임 동화만큼 유익한 것도 드물 것이다. 괴테처럼 매일 밤 듣는다면, 듣기 기술이 저절로 높아질 것이다.
잠들려는 아이들은 몸이 노곤하고, 정신은 몽롱하고, 그래서 주의력이 그리 강하지는 않다. 이런 상태의 아이들에게 그림책은 적당하지 않다. 그림책은 그림 속에 이야기가 숨어 있는 책이다. 그림책을 보는 독자라면 누구나 그 속에서 이야기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두뇌가 민첩하게 움직여야 가능하다. 그러니 잠들려는 아이들에게 이런 활동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베드타임 동화를 고를 때 유의할 점은 익숙한 이야기를 고르는 것이다. 한 번도 읽어준 적이 없는 새로운 이야기는 잠들려는 아기의 두뇌에 부담이 된다. 비몽사몽간에 듣는 이야기는 엄마가 한 번이상 여러 번 들려주었던 이야기가 더 좋다.
'엄마의 독서학교' , P174 / 남미영 한국독서교육개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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