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웃는다 창비시선 268
유홍준 지음 / 창비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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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위의 흰 눈'

 

간밤에

 

마당에 내놓은 의자 위에 흰 눈이 소복이 내렸다



가장 멀고 먼 우주에서 내려와 피곤한 눈 같았다, 쉬었다 가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지친 눈 같았다

 

창문에 매달려 한나절,

 

성에 지우고 나는 의자 위에 희 눈이 쉬었다 가는 것 바라 보았다

 

아직도 더 가야 할 곳이 있다고, 아직도 더 가야 한다고

 

해살이 퍼지자

 

멀고 먼 곳에서 온 흰 눈이 의자 위에 잠시 앉았다 휘어 가는 것

 

붙잡을 수 없었다

 

 

유홍준, <나는, 웃는다> 中

 

 

+)  이 시집은 보여지는 것에 주목한 시들로 구성되어 있다. 보여지는 것들이란, 사실 그대로라기 보다 시인의 시점에 초점을 두어 시인이 바라보는 관점으로 쓰여지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자. '다방에 관한 보고서'는 철저하게 시인이 조사한 자료에 의해서 전개된 시이다. 시인은 사실적인 면에 자신의 의견을 살짝 보태는 방식으로 이번 시집을 이끌고 있는데, 솔직히 사실의 발견에 치우친 면이 있는게 아닌가 싶다.

 

보통 대중의 눈과 시인의 눈이 특별히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시인이 자신만의 시를 창작하는데 독특한 시선이 있기를 원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 시집에는 그 독특함이 없다. 보여지는 만큼 자신이 본 만큼 서술하고 있는데, 말 그대로 그것이 서술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이 한계라고 생각된다.

 

감상의 나열이 아니라, 사실의 언급이 아니라, 좀 더 시인다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는 없을까. 아쉬움이 묻어난다. 시가 꼭 독특해야 한다는 기준은 없지만, 단순이 일상적인 시선으로 사물을 설명하는 것에서 그친다면 그것이 시가 될 수 있을까 안타깝다. 더 깊이 있는 사유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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