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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횡단 특급
이영수(듀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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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첼로소리를 떠올려보자. 인간의 음성에 가장 가까운 소리를 내는 첼로는, 결코 가볍지도 않으면서, 중후한 톤 속에서 어딘지 모르게 가슴을 아련하게 내지르는 애틋함을 갖고 있다. 그러나 듀나의 소설,「첼로」에서는 이러한 애틋함을 느낄 수 없다. 오히려 가슴속에 왠지 모를 씁쓸함 마저 남긴다. 


소설 속에서 보여 지는 이모의 모습은 왠지 현실에서 찾을 수 없었던 인간적 사랑을 로봇이란 존재에게 찾고 있는 듯 했다. 로봇을 사랑한 것이 아닌 사랑할 존재를, 이모는 필요했던 것 같다. 



“트린은 좀 달랐어. 그 애는 우리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봤어. 인간의 눈으로 보면 나는 멋없이 덩치만 큰 신경질적인 아줌마에 불과해. 하지만 텔렉 로봇에게 나는 전혀 다른 존재야. 로봇 3원칙과 ‘균형과 일탈’이 결합하면 난 정말로 로맨스의 대상이 될 수 있어. 난 그 아이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어떻게든 트린의 관점에서 나를 보려고 노력했어.” (p.13)  

 
…….  


 “내 몸부터 힘들어. 무엇보다 걔 가슴에 코를 박고 인공 심장이 찰칵거리는 소리를 듣지 않고서는 잠을 잘 수 없어. 지금까지 별 짓을 다해봤다.”  (p.14) 

 

 


  로봇이 일상화 되어버린 미래에서 더 이상 인간이 아닌 ‘트린’이란 로봇을 사랑하는 이모를 보며 안타깝다는 생각까지 들게 되었다. 트린의 감정에 대해서는 작가는 자세히 묘사해 주지 않았는데,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건지. 여하튼 이 소설의 근본적인 궁금증인 ‘둘은 사랑했을까?’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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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말걸기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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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제목처럼, 타인에게 말을 걸기란 어찌 보면 쉬울 수도, 아님 많은 용기와 인내가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낯선 그 무엇은 두려움과 함께 원인모를 동경과 호기심을 동반하기에 우리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타인에게 말걸기』에서는 대부분의 공통된 소재로 사랑에 상처받거나, 결혼 생활에 실패한 후 의미를 잃은 듯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현실과 일탈의 경계선에서 방황하는 여성들의 가슴 아픈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나가고 있다. 소설집 안의 단편 소설들이 거의 대부분 이별을 담고 있는데, 은희경은 그런 이별 속에서 어떻게 해쳐나가고 있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어떤 면에서 페미니스트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여자들이 그렇게 속 시원하게 읽을 책도 아니다.


이번에 은희경이란 작가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 소설을 통해, 그녀의 세계 속으로 푹 빠져들었다.

마치 막걸리를 마시는 기분이랄까? 향은 독한데, 막상 마셔보면 달달한.. 그러나 곧 취해버린다.

그녀의 소설은 중독성이 강하다.  소설을 읽는 내내,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갔지만, 왠지 모를 씁쓸함마저 밀려왔지만 자꾸만 책장을 넘기게 되니 말이다.





 

 "그때 산부인과에 따라가달라고 처음 찾아갔을 때, 왜 하필 너였는 줄 알아?"

 

"왜 그랬는데."

 

"네가 친절한 사람 같지 않아서야."

 

"......"

 

"거절당해도 상처받지 않을 것 같았어"

 

"......"

 

"난 네가 좋아.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게 만드는 그 냉정함 말야.

그게 너무 편해.

너하고는 뭐가 잘못되더라도 어쩐지 내 잘못은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

 

(은희경, 타인에게말걸기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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