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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말걸기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의 제목처럼, 타인에게 말을 걸기란 어찌 보면 쉬울 수도, 아님 많은 용기와 인내가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낯선 그 무엇은 두려움과 함께 원인모를 동경과 호기심을 동반하기에 우리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타인에게 말걸기』에서는 대부분의 공통된 소재로 사랑에 상처받거나, 결혼 생활에 실패한 후 의미를 잃은 듯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현실과 일탈의 경계선에서 방황하는 여성들의 가슴 아픈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나가고 있다. 소설집 안의 단편 소설들이 거의 대부분 이별을 담고 있는데, 은희경은 그런 이별 속에서 어떻게 해쳐나가고 있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어떤 면에서 페미니스트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여자들이 그렇게 속 시원하게 읽을 책도 아니다.
이번에 은희경이란 작가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 소설을 통해, 그녀의 세계 속으로 푹 빠져들었다.
마치 막걸리를 마시는 기분이랄까? 향은 독한데, 막상 마셔보면 달달한.. 그러나 곧 취해버린다.
그녀의 소설은 중독성이 강하다. 소설을 읽는 내내,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갔지만, 왠지 모를 씁쓸함마저 밀려왔지만 자꾸만 책장을 넘기게 되니 말이다.
"그때 산부인과에 따라가달라고 처음 찾아갔을 때, 왜 하필 너였는 줄 알아?"
"왜 그랬는데."
"네가 친절한 사람 같지 않아서야."
"......"
"거절당해도 상처받지 않을 것 같았어"
"......"
"난 네가 좋아.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게 만드는 그 냉정함 말야.
그게 너무 편해.
너하고는 뭐가 잘못되더라도 어쩐지 내 잘못은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
(은희경, 타인에게말걸기中)